실망스러운 뉴스다. 하긴 실망하기도 이상하다. 기대한게 없는데 어찌 실망하겠는가? 어쨌든 실망감이 살살 든다. ‘서태지와 도둑들!’ 이이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니 실망한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 생각해보면 서태지에게 뭔가 기대한게 있기는 있었던 거. 내가 서태지에게 뭘 기대했지? 그것은 임무다. 사회는 역할게임의 장이다. 쪼렙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것은 보나마나 첫 번째 퀘스트의 완료다. 던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와 좀비를 때려잡는 것이다.(안해본 게임 용어라 어색하지만 말하자면 그렇다고. T.T) 그렇다. 우리가 유명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회에 몬스터와 좀비를 왕창 풀어놓는 것이다. 그 정도 영향력이 있다면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실망스럽지 않은 뉴스를 이 사회에 베풀어줘야 한다. ‘서태지 커밍아웃. 김조광수와 동성결혼 발표!’ 하다 못해 이 정도의 뉴스라도 나와조야 그림된다. 그래야만 필자도 ‘서태지와 김조광수의 동성결혼 강력지지. 한국도 이제 동성결혼문제 진지하게 논의할 때.’ 이런 정도의 칼럼으로 되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살짝 분위기 살고 쿵짝이 맞는 거다. 아닌가? 시시하다. 그는 때려잡을 몬스터와 좀비를 풀어놓지 않았다.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지 않았다.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나라에 상큼한 활기를 불어넣지 않았다. 연예인의 임무를 방기한 거. 그래서 나는 실망이다. 그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는 중졸이다. 그러나 그가 교실이데아와 발해를 꿈꾸며를 노래했을 때 그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였다. 가방끈 길다고 지성인 되지는 않는다. 시대정신과 소통할 때 참된 지성인이 된다. 한국인의 아이큐를 끌어올리는 거다. 다 옛날 이야기. 그의 시계는 90년대 초반에 멈춰버렸다. 왜? 지성의 결여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존 레넌이 될 수 없었다. 그가 한국의 오노 요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일까? 왜 서태지는 영적으로 소통하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지 못한 걸까? 그가 더 높은 세계를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가 아닌 아래를 본 거. 그가 중졸 학력으로 고졸세계를 바라본 것이 교실 이데아다. 그는 감히 더 높은 세계를 꿈 꾸지 않았다. 세계를 집어삼킬 야망을 보여주지 않았다. 싸이가 지금 세계 곳곳에 풀어놓고 있는 몬스터와 좀비를 그는 더 이상 풀어놓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서버로 떠났다. 고립된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의 지성인들과 심리적으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이유는 없다. 낸시랭이나 싸이가 이 나라에 몬스터를 풀고 있을 때 서태지도 옆에서 얼쩡댔어야 했다. 그들이 막강한 하나의 세력으로 묶인 그림을 연출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변아무개 같은 깡패가 나타나서 국민을 탄압하는 것이다. 문화대통령? 지금 싸이가 사단장이라면 서태지는 중대장쯤 된다. 전세역전. 가장 꼴보기 싫은 그림은 퇴물 연예인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며 다짐하는 것이다. 다 늙어빠진 주제에 반성해서 뭘 어쩌겠다고? 조영남이 참회하고 반성해봤자 박수 못받는다. 꺼져줘. 젊어서 한국을 흔들어 놓았다면, 늙어서 반성할 것이 아니라, 나아가 세계를 흔들어 야 한다. 하긴 그게 입맛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더 높은 세계를 바라보고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엎어져 죽더라도.
연예인의 숙명. 멈추면 죽는다. 스캔들을 일으키든, 센세이션을 일으키든, 감동을 일으키든, 사고를 치든 나발을 불든, 계속 진도 나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 손석희에 대해서는 떠도는 말이 많은데 뒷맛이 있다고 본다. 삼성은 IT기업이다. IT의 소비자는 젊은이다. 서울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드는 노인들은 삼성폰 안 산다. 늙은 삼성에 미래는 없다. 감잡아야 한다. JTBC의 손석희 영입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중동이라는 한묶음에 갇혀 있는 한 삼성의 미래는 암담한 것이다. 정권도 창의경제 한다는 판에 창의할 젊은이를 적으로 만들어서 어쩌겠는가 말이다. 과거에도 삼성은 진보쪽과 손잡는 척 한 적이 있다. 홍석현이 UN 사무총장 노릴 때다. 하긴 정주영도 대권욕심내서 노동자 임금 대폭 인상한 적 있다. 뭔가 욕심을 내면 한 순간에 갑을관계 역전되는 거다. 이번엔 뭘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권이 친일친미 행각을 지속하는 한 재벌이 중국에서 장사로는 큰 재미 못 본다는 거. 갑을이 어디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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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빼고 다 바꾸고 어쩌고 하는건 옛날 이야기다. 이제는 진짜 새누리 마누라와 결별할 때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조강지처 안 버리고 창의경제 못한다. 베껴잡술 스티브 잡스도 없는 판에 말이다. 그래봤자 쇼겠지만 쇼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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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사랑과 평화에 열광했습니다
"한 동안 뜸했었지"를 처음 들었을 때 6살 위 형과 제 반응은 정 반대였습니다
이런것도 노래냐? 라고 형은 질색을 했지만
당시 하드락에 열광했던 저는 여는 팝보다도 사랑과 평화가 더 좋았죠
산울림도 좋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는 느낌 이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내가 나이가 들어 젊은이들 감각을 못 따라 가나보다 했죠
당시 굉장했으니까요... 문화 대통령!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가사외에는 느낌이 안 오더라고요
이것저것 짜깁기한게 들리는데
주변에서 하도 추앙을 하니까 기가 죽어서 감히 딴 소리는 못했죠
외국인 뮤지션을 불러다가 하는 요란스런 세션을 보고도 솔직히 가소롭기만 했고요
세계의 조류에 흉내를 내기는 했지만
세계와 통하는 음악은 애초에 그에게 없었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얘기입니다만 당시 젊은이들 비유를 맞추느라...
감히 서태지 음악을 비판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다 지난 옛날 애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