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진 외국어에서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발견되는 이유
어떤 단어의 발음은 그 단어가 갖는 의미와 관계가 없다는 것이 언어학자들 사이의 주류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데미언 블라시(Damian Blas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새로운 학설을 내놓았습니다. 여러 언어에서 같은 의미를 갖는 단어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블라시 교수의 연구팀은 언어학은 물론, 사학, 인지과학, 인류학, 통계학의 방법을 동원하여 전 세계 6천 여 언어 중 4,298개의 언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흔히 쓰이는 신체 부위, 자연 현상, 동사, 대명사, 형용사를 포함하는 100개 단어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34개의 자음과 7개 모음으로 구성된 보편적인 알파벳 시스템을 사용해 이 단어의 발음을 들리는대로 기록했죠.
연구팀은 다양한 언어권에 “언어(language)”와 같이 어원이 같기 때문에 비슷한 단어가 있다는 사실, 또 “설탕(sugar)”, “차(tea)”처럼 무역을 통해 거래된 물건이었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통제하더라도,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nose)”를 뜻하는 단어는 언어권을 불문하고 “ㄴ(n)” 발음이나 “ㅜ(ㅇㅇ)” 발음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고, “둥글다(round)”라는 의미의 단어에는 “ㄹ(r)” 발음이 들어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발음의 유사성은 연구 대상으로 삼은 100개 단어 중 3분의 1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발음적으로 유사한데는 무언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리라 추측하게 되는 것이죠.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특정한 소리가 어떤 것을 연상케한다는 이론입니다. 다양한 언어권에서 “코”를 의미하는 단어에 “ㄴ” 발음이 들어가는 것은 “ㄴ” 발음 자체가 코를 사용한 비음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감각적인 연상이 단어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론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두운 색깔을 낮은 소리와, 밝은 색깔을 높은 소리와 연관짓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공감각의 공유가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죠. 끝으로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잊혀진 조어(祖語)에서 갈라져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블라시 교수 연구팀은 현 단계에서 어떤 이론이 다른 이론에 비해 근거가 뚜렷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훨씬 더 단순한 설명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유사한 발음이 편의성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의문, 놀람 등을 표현하는 “huh”는 다양한 언어에서 비슷한 발음으로 나타나는데요, 발음이 짧고 말하기가 쉽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나”와 같이 하루에도 수백 번이고 써야하는 말이 여러 언어에서 비슷하게 짧고 쉬운 발음을 갖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라는 것이죠. 어쩌면 이러한 효율성의 추구야말로 여러 언어권을 한데 묶는 인류의 보편성이 아닐까요? (이코노미스트)
출처 : http://newspeppermint.com/2016/09/19/words-similar-so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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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 연역의 맛은 이런것이오
코에 오 발음이 들어가는 이유는
입으로 코를 가리키다 보면 코가 입천장 위에 있기 때문에
자연히 O발음이 나옵니다.
세종이 만든 한글 자모 ㅗ가 위를 가리키는 이유와 같습니다.
아플 때 아야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같은데
ache, ill
치통이 대표적인 아픔이기 때문에
어금니를 보이려면 입을 많이 벌려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