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가 사탕을 찬장에 넣어두고 외출했다. 철수가 영희 몰래 사탕을 서랍으로 옮겨두었다. 한참 후에 외출했던 영희가 돌아왔다. 영희가 사탕을 먹고 싶다면 어디를 먼저 찾아볼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찬장을 열어본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영희가 사탕을 찬장에 두었으니까. 그러나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쳐서 물어보면 열이면 열 서랍을 찾는다고 대답한다고. 왜냐하면 사탕이 서랍에 있으니까. 과학자들은 이것이 영장류와 인간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럴까? 천만에. 사람도 아기 때는 당연히 서랍부터 찾아본다고 대답한다. 인간은 원숭이나 오랑우탄보다 머리가 좋은 동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개, 돼지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학습능력에 있다. 인간은 그다지 영리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치명적으로 머리가 나쁘다. 도무지 사리분간을 못한다. 지능의 차이는 판단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개는 왜 이런 짓을 할까? 주인이 외출하고 없을 때 베개를 뜯어놓으면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주인이 범인을 찾지 못한다고 여긴다. 개는 인간이 추리를 통해 범인을 알아맞힌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것을 알까?
아기는 자신의 눈에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면 상대방의 눈에도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여긴다. 인간은 치명적으로 머리가 나쁜 존재다. 아기는 잘 숨지 못할 뿐 아니라 잘 찾지도 못한다. 공원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아기와 엄마아빠를 관찰했는데 아빠가 열심히 들키려고 증거를 제출했으나 아기는 끝내 코앞에 있는 아빠를 찾지 못했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왜 인간은 똑똑해졌을까? 학습능력 때문이다. 나도 어릴 때는 사람이 추리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네 살 때 형들과 함께 냇가에 멱감으러 갔는데 형이 절대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집에 도착하자 마자 엄마 우리 냇가에 멱감으러 안 갔데이 하고 실토하고 말았다. 엄마가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한 냇가를 가버렸던 것이다. 형들이 매를 맞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데이터를 쓰는 것 뿐이다. 인간은 학습능력이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동사에 주목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인간의 대부분의 오류는 오랑우탄의 사탕찾기 문제와 패턴이 같다. 동사에만 주목하고 명사를 보지 못한다. 오랑우탄이나 침팬지는 긴 문장을 기억하지 못한다. 마지막 동사에만 주목하므로 추리를 못한다. 찬장과 서랍 두 장소를 뇌 안에 공존시키지 못한다. 하나를 소거한다면 마지막의 것을 취하고 앞단계를 버린다. 찬장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왜? 하고 묻는 것도 안 좋은 태도이다. 원인과 결과의 대칭구조만으로는 결코 사건의 전모를 보지 못한다. 오랑우탄이 동사만 보는 것과 같다. 그들은 대칭만 본다. 전제와 진술 중에서 전제를 보지 못한다. 인간은 벼룩보다 머리가 나쁘다. 벼룩이 위기에 처하면 아이큐가 300배 높아진다는 설이 있다. 인간은 위기에 처하면 집단에 의사결정을 떠넘기고 자신을 집단을 위한 마루따로 삼는 바보짓을 저지른다. 이는 벼룩보다 머리가 나쁜 결정이다. 벼룩은 자신이 살려고 하는데 인간은 기어코 제 무덤을 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살아남은 것은 의사결정을 집단에 떠넘겼을 때 집단의 지도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영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되어 있다.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훈련이 안 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불러 쓰지 못한다. 추리하지 못한다. 한 꺼번에 두 가지 정보를 뇌에 띄우지 못한다. 단순한 판단력은 인간이 개보다 나은게 없다. |
최근에 본 어떤 다큐가 인간의 어떤 염기서열이 달라지면서 다른 영장류와는
별도로 비약적으로 뇌의 메카니즘이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더군요.
즉 추리,연역 학습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