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
물론 보지는 않았다. 이런 말 하면 안 믿겠지만 작년 말에 기차 좀비와 터널을 다룬 영화가 나올거라고 아는 사람과 키득거렸었는데, 실제로 나오니깐 나도 놀랬었다. 뭐지?
터널은 사실 좀 찌질한 영화다. 연출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한국 영화 제작비가 뻔한거라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감독의 의사결정 능력은 본다.
하정우가 나오는 다른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비교해보자. 여기서 용의자랑 하정우는 그냥 죽어버린다. 또 다른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도 주인공 및 모든 인물이 죽어버린다.
"백야행"이 명작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개고생한 남자는 죽어버리고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원작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그냥 쌩깐다.(확실하지는 않다.)
세월호 때 기억나는가? 오전까지만 해도, 아니 배가 반쯤 가라앉고 주변에 구조헬기와 배가 있을 때만 해도 그 아이들 다 구할 줄 알았다. 한번의 재밌는 헤프닝일줄 알았다. 물에 빠졌다 나온 아이들이 더러는 울고 또 더러는 웃으면서 재밌는 경험 했다고 말하거나, 또 한편에서는 키득거리거나, 선장이나 관련 공무원은 몇달 징계 먹고, 그렇게 또 하나가 지나가겠구나 했다.
근데 배는 그냥 꼬로록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때 난 해외에 있었는데 아직도 그 섬뜩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라?
그렇다. 세월호를 풍자하기에 영화 '터널'은 수준이 턱없이 낮다. 풍자를 하려면 티를 내지 말던가. 그대로 드러내면서 풍자라니.
진짜 예술가는 눈에 보이는 걸 그리지 않는다. 다 그려놓고 정작 가리키려는 대상은 빈 공간으로 놔둔다. 그리고 관객이 그곳을 쳐다보게 한다.
자동차가 간다면 멈춘 차를 그려야 관객의 마음이 움직인다. 움직이는 차를 찍어봐야 관객은 그러려니 한다.
자 보이는가? 물론 그것은 그것이 아니다.
백야행 여주인공은 후속작에 살아남아 또 어마어마한 악행을 함.
그 후속작 제목이 기억이 안나는데, 백야행의 후속작이란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음.
한신 대지진에서 백야행 주인공이었던 여자가,
죽은 자기회사 직원(백야행의 그 회사)의 부모를 자기부모로 만들고, 장례를 치르고
신분을 세탁함.
대지진 속에서 숙부를 살인한 남자를 발견.
개고생할 남자로 한 명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