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애들이 운동장에서 아침 축구를 한다.
근데 오프 사이드 인데도 아무도 뭐라고 안한다.
알고보니 그렇게 세 골을 넣었단다.
어이가 없다.
이유를 물으니 동네축구는 오프사이드가 없단다....
이 무슨 소린가?
내가 우리학교에 온 지난 5년간 오프사이드가 있었는데...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반칙 규정이 없으면 플레이가
매우 단순해진다. 재미가 없어진다.
오프사이드 규칙은 축구경기의 밸런스다.
괜히 생긴 규칙이 아니란 말이다.
그뿐인가?
매번 골키퍼의 롱킥으로 축구를 시작한다.
롱킥은 말그대로 운빨 킥이다.
우리팀 선수가 잡으면 좋고 못잡으면 말고..
우리팀 선수가 잡아도 키핑능력이 잘 안되니까 그건 운일 뿐
실력이 아니다. 이러니 애들 실력이 늘지 않는다.
애들 사이에 오프사이드 반칙이 없어진 이유는
축구를 제일 잘하는 녀석이 제멋대로 규칙을 정해서이다.
근게 그게 먹힌다. 축구에서는 잘하는 녀석 입김이 가장 세다.
이 녀석이 축구 분위기를 좌지우지 해서 참여하는 애들도 줄었다.
애들 축구도 섬이 되고 말았다.
섬. 에너지도 얻지 못하고
있어야 할 규칙은 없고,없어야 할 규칙은 있는
이상한 집단이 되어 버린다.
아침 축구를 즐기고 싶어도 형들의 비난과 몰래 린치가 무서워서
안오는 애들이 많다. 아침 축구하는 애들이 열 두 명 밖에 안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현상은 학교 어느 곳에나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그걸 모른다. 아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사회에서 하는 나쁜 경험을 그냥 여기서 미리 하는 거라고..
과연 그럴까?
교사 한 명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나는 매년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나 혼자 하지 않는다.
동료교사와 함께 하고 학부모님들과 함께 한다.
그렇게 축구 분위기를 바꿔놨다.
그런데 올해 그냥 두니까 이렇게 도루묵이 되었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후퇴하는 건 순식간이다. 참 허무하다.
축구하는 이유는 멋진 경기를 만들기 위해서,
맘껏 뛰면서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다.
이기면 좋고, 지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
이 부분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그나마 애들이 승부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긴다.
정유진 선생님 말씀대로 놀이의 하수, 중수, 고수가 있다.
우리학교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그 녀석은 놀이의 하수다.
규칙도 안지키고 제멋대로니까. 좋은 영향력은 주지 못할 망정,
축구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만 끼치니까,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지 못하니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자기 마저도 망치고 있으니까.
독재도 나쁘지만, 제일 나쁜 것이 방임이다.
방임할 때 애들은 가장 악한 모습을 보인다.
애들속에서 벌어지는 독재가 가장 악날하니까.
내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최민식처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애들과 대화로 풀어나갈 것이다.
그 축구 엄석태와 따로 만나서 얘기할 거다.
굳이 혼낼 필요도 없다.
아이 얘기를 들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찾아본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혁신부장님이 지역 리그전을 계획하고 교장선생님과 상의중이다.
고립되면 썪는다. 망한다.
썪은 물 계속 휘젓는다고 깨끗해지지 않는다.
깨끗한 물이 들어와야 깨끗해진다.
애들에게 지역 축구 리그전(비슷한 형편의 몇 개 학교들이 하는)이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자부심을 심어주고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오프사이드란게 선심이 있어야 지적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 축구에 공 안 차고 선심볼려는 친구가 있을까요?
선심이 있다고해도 월드컵에서 경험많은 심판들조차
엄청 오심이 많이 나오는게 오프사이드인데
걍 오프사이드 없는게 저는 좋을것 같습니다.
과속 단속 경찰이나 카메라가 없어도 도로에 최고속도 제한 표시판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운전자들의 자세가 차이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