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비유하자. 중앙은 수도권이고 변방은 호남과 영남이다. 중앙은 율곡이고 변방은 퇴계다. 중앙은 일원론이고 변방은 이원론이다. 중앙은 홀수고 변방은 짝수다. 변방은 2로 2를 이루나 중앙은 1로 2를 갈음한다. 당연히 중앙이 이득이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의 직관에 맡기면 첫 수는 당연히 중앙이다. 딱 봐도 중앙이잖은가? 초심자의 직관이 옳다. 알파고는 언제라도 중앙을 선택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 중앙이 그 중앙이 아니다. 고정된 정적 중앙이 아니라 변화하는 동적 중앙이다. 움직이는 중앙을 찾아야 한다.
바둑의 중앙은 흑과 백이 어우러지고 난 다음에 결정되는 것이다. 천원은 중앙이 아니다. 당연히 변방에서 시작한다. 중앙은 두 변을 연결하는 지점이며 그러므로 변의 두 지점이 놓여지고 난 다음에 중앙이 정해진다.
첫 수를 중앙에 두는 것은 돌의 낭비다. 중앙에 먼저 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네거리와 같다. 서울과 부산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대전이 가운데가 된다. 충주가 가운데인지 대전이 가운데인지는 경부선 철도를 놓아봐야 아는 것이다. 충주역 망하고 대전역 흥했다.
흑이 이미 변방에 자리를 잡았는데 백이 비집고 들어오려면 바둑알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변방은 먼저 온 사람이 텃세를 부린다. 반면 서울은 텃세가 없다. 그러므로 지방은 먼저 가서 자리잡는 넘이 임자이고, 서울은 나중에 발전한 강남이 더 이득이다. 지금은 판교나 일산쪽을 알아보는게 낫다. 서울은 선점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은 당연히 중앙을 노린다. 왜냐하면 중앙은 변방을 끊을 수 있지만, 변방은 중앙을 분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남이나 호남이 서울을 둘로 쪼개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은 지방을 갈라칠 수 있다. 서울이 철도를 부산으로 먼저 놓느냐 목포로 먼저 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은 마음대로 지방을 엿먹일 수 있다. 문재인은 천정배와 안철수를 갈라칠 수 있다.
뒤늦게 이세돌이 중앙의 알파고를 쪼개려 해봤자 실패한다. 중앙은 분할되어도 뒤로 연결하면 그만이다. 배후에 넉넉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변방이 중앙을 쪼개려면 돌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알파고가 한 점 놓을 때 이세돌이 두 점을 놓아야 중앙이 쪼개진다.
중앙은 변을 쪼갤 수 있다. 중앙의 알파고가 변으로 쳐들어올 때 이세돌은 뒤로 연결하려 하지만 뒤가 없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뒤가 바다라서 연결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은 다르다. 호남에서 쳐들어오면 강원이나 충청이나 경상으로 도망가면 된다. 영남에서 쳐들어오면 역시 강원이나 충청이나 호남으로 도주하면 된다. 중앙은 항상 퇴로가 열려 있다. 결국 바둑은 중앙이 답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현대의 발달한 바둑이 여전히 중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함을 증명했다. 중앙이 답이지만 처음부터 중앙으로 가려고 하면 죽는다. 처음에는 변방으로 갔다가 적절한 시점에 중앙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중앙이 답이라는게 정설, 오히려 변방으로 가야한다는게 역설, 변방에 주저앉으면 죽는다는게 이중의 역설이다. 동탁은 변방을 다지지 않고 바로 중앙으로 들어갔다가 고립되어 말라죽었다. 조조는 낙양에서 멀지 않은 연주에서 힘을 길러 청주와 예주 등 수도권을 먹고 바로 중앙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중앙을 수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항우는 남쪽으로 갔다가 죽었고, 장개석 역시 남쪽에서 머뭇거리다가 망했다. 중국사는 언제나 북쪽을 먹는 자가 이겼다. 북쪽은 길이 연결되고 남쪽은 길이 끊겨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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