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전제의 위험 ‘1+2=3’다. ‘1’과 ‘2’은 대칭이다. ‘+대칭’이라 하겠다. ‘1+2’과 ‘3’는 호응이다. ‘=’에 의해 호응된다. 이 정도는 언어감각에 의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냥 안다. 대칭과 호응이 없으면 지하철 시詩 처럼 어색하다.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지 않은 기분이 된다. 개운하지가 않다. 문제는 이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엉터리 말을 해놓고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진보와 보수의 TV토론처럼 뭔가 계속 어긋난다. 문제는 전제가 감춰진 엉터리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알아듣지 못할 말은 알아듣지 못해야 하는데 그걸 알아듣는 데서 비극은 시작된다. 예컨대 필자가 전여옥에게 ‘지구에 온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면 이는 전여옥은 지구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구인이 아니면 외계인이다. 숨은 전제다. 그런데 여기에 낚여서 ‘내가 여기에 왜 왔느냐 하면..’ 하고 설명한다면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 된다. 말 속에 가시가 있고 언어에 함정이 있다. 진보는 이런 것을 금방 알아채므로 낱낱이 해명한다. 보수는? 박근혜가 자기 말로 자기를 공격해놓고도 모른다. 말이 말같지 않은데도 조중동은 문제삼지 않는다. 유체이탈화법이다. 대화가 안 된다. 위험하다. 그들은 이심전심으로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하는데 이는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예컨대 이런 거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조금 손봐주고 싶었다고 치자. 그런데 ‘적당히 손봐주라.’는 말은 수구꼴통의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다.
히틀러 “조금 만져줘.” 섬찜하다. 이 장면에서 소름이 확 끼쳐야 한다. 봐줄 놈을 봐준다는 것은 재량권을 가져간다는 의미고, 이는 히틀러의 권력이 괴벨스에게로 이양된다는 의미다. 이 부분이 숨은 전제다. 당연히 재떨이 날아가는 거다.
히틀러 “싹 죽여.” 숨은 전제를 두는 보수꼴통 어법을 쓰면 권력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적당히 하고 싶지만 절대 적당히 못한다. 언어가 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명령은 한 단계를 넘어갈때마다 가속 되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멈추면 정권이 흔들린다. 결국 대학살로 치닫는다. 공무원들이 예산을 남기면 안 되는 것과 같다. 예산은 모자란다고 해야 작년과 같게 준다. 100이 필요하면 120을 신청했다가 20이 깎여 100이 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항상 숨기는 부분이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일은 극단으로 흘러간다. 권력자의 본심을 아는 극소수만 측근으로 남는다. 모두가 박근혜를 떠나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 친노패권타령 하는 자들의 숨긴 숨은 전제는 공천권이다. 그냥 ‘공천권을 내놔라.’고 말하면 되는데 말을 돌려서 한다. 말을 돌리다보니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리더의 본심을 알지 못하는 부하들도 두려워하여 자신이 의심받지 않도록 가속페달을 밟는다. 끔찍한 재앙이 일어난다. 썰매개의 딜레마다. 갈림길을 만난 대장 썰매개는 개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사납게 짖으며 목덜미를 문다. 똑바로 가면? 가만 있다. 대장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 썰매개의 언어에는 NO만 있고 YES가 없다. 그러므로 차라리 부하가 틀린 길에 발을 들여놔야 속시원하게 일이 진행된다. 틀린 길로 가면 목덜미 한 번 물리고 끝나는데, 바른 길로 가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 대장개의 이빨이 날아올까 겁을 먹어 꾸물대는 것이다. 조조가 양수를 죽인 예와 같다. 부하는 일부러라도 틀려야 한다. 보스의 본심은 보스 자신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부하의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보스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닫게 된다. 숨은 전제는 자신도 모르기에 위태롭다. 공자는 명분이 서지 못하면 언어가 바르지 못하고, 언어가 바르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숨은 전제가 있는 말은 동사가 앞서게 된다. 명사로 표현할 능력이 안 된다. 공자는 낙관주의자다. 노자는 비관주의자다. 명사를 쓸 능력이 되어야 낙관주의자가 된다. NO는 부정이고 YES는 긍정이다. NO는 동사이고 YES는 명사다. 공자는 YES를 말하고 노자는 NO를 말했다. '공천권'이라는 명사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친노가 패권을 '휘두른다'는둥 하며 동사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낙관주의로 갈 수 없다. 일단 말을 할줄 모르니까 낙관할 수 없다. 수구꼴통들이 북한이 남침한다며 위기를 조장하고 부정어법으로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유승민을 치는 것이나 조조가 양수를 치는 것이나 뭐가 다르죠? 조조는 계륵이라고 했고 박근혜는 사드라고 했습니다. 양수의 말대로 조조는 철군을 했고 유승민의 말대로 박근혜는 사드를 사들였습니다. |
1. 팟캐스트 듣고 이렇게 글로 복습하고 하니 머리에 조금이나마 각인이 됩니다.
2. 읽으며 공자의 정언이 떠올랐는데 딱 이야기주시네요. 그럼에도 공자의 정언이 이렇게 무서운 의미였는지는 몰랐습니다. 상사가 명확한 어법을 쓰지 않으면 부하가 넉넉하게 상사의 마음을 헤아려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군요.
3. 군대에서 고참이 쫄따구를 휘두를때도 말을 혼란스럽게 하는 법이 있다 알고 있는데 이것도 맥이 통하는 듯 합니다.
어느날은 "야~ 침상에 편히 누워" 그러다가 다음날엔 "이새끼가 침상에 발을 올렸네" 해버리면 아주 혼이 나가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