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달려야 하고, 역사는 진보해야 하고, 악기는 연주해야 하고, 인간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하고, 거기서 임무를 받아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현해야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진정한 철학의 다양한 변주가 있을 뿐이다. 철학의 목적은 군자가 되는 데 있다. 군자는 인류 대표자로서의 의사결정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 안에서 존엄, 자유, 사랑, 성취, 행복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나의 의도를 배제하고 인류와 환경이 어우러지는 호흡과 장단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생각의 정석 29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유아틱한 자기소개는 철학이 아니다. 나를 지우고 대신 천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나를 배제하고 집단에 이르며, 집단을 배제하고 정상에 이르며, 거기서 신과의 일대일을 이룬다. 천하의 일을 발견하고 기승전결의 전개로 이끌어 간다. 철학은 천하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기술이다. 그 연주에 있어서의 프로가 되어야 한다. 아마추어의 눈높이로는 곤란하다. 피아니스트와 연습생은 세상을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 눈이 다르다. 호연지기를 얻어 천하인의 눈빛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