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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37 vote 0 2024.10.06 (19:28:12)

    지식의 도구는 언어다. 사람들이 언어를 잘못 사용한다. 단어에는 뜻이 없고 맥락에 뜻이 있다. 맥락은 계통이다. 계통을 따라 분류해야 한다. 구조론의 아이디어는 분류이론의 필요성에서 나왔다.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언어는 매개한다. 원본은 사건이다. 사건을 따라 분류해야 한다.


    언어는 사건의 그림자다. 사건 중심의 사유로 갈아타야 한다. 우리는 사물 중심의 사유에 빠져 있다. 사건은 변화를 반영하고 사물은 불변을 나타낸다. 변화 중심의 사유로 갈아타야 한다. 어떤 그것의 의미는 그것 자체에 고유하지 않고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변화의 과정에 유도된다.


    사물은 혼자 있다. 혼자 있으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건은 여럿에서 일어난다. 사건은 어떤 둘의 만남을 통해 격발된다. 만나면 공존하고 공존하면 충돌한다. 충돌의 모순을 해소하고 공존상태를 유지하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공존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존재의 성질이다.


    어떤 둘이 만나서 공존하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의 성질로 나타난다. 여럿이 모이면 깨진다. 여럿이 공존하며 서로 충돌하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깨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은 구조다. 존재는 변화다. 변화하면 깨진다. 깨지지 않는 변화는 밸런스다.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지식이다.


    변화 중심적 사유의 반대편에 원자설이 있다. 원자는 깨지지 않는다고 선언된다. 내부가 없다고 주장된다. 틀렸다. 모든 존재는 깨질 수 있는 내부가 있다.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므로 불변의 원자는 우주 안에 없다. 시공간의 변화와 나란한 결맞음 변화와 결어긋남 변화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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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 아니면 부정이다. 부정어법으로 할 수 있는 말은 긍정어법으로도 말할 수 있다. 부정어법으로만 말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지식은 자연의 것을 복제하여 인간에게로 가져오므로 긍정이 먼저다. 자식이 어미를 부정할 수 없다. 복제본은 원본을 부정할 수 없다.


    원자는 쪼갤 수 없다. 원자설은 부정적 사고다. 석가는 자성이 없다고 했다. 역시 부정적 사고다. 반야심경은 공空, 불不, 무無, 허虛 등 부정의 언어를 남발한다. 노자 도덕경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은 부정의 언어다. 그들은 그림자를 봤을 뿐 빛을 보지 못했다.


    부정적 사고는 방어적 사고다. 대중은 약한 존재이므로 자신을 방어할 의도에서 부정적 사고를 좋아한다. 무엇을 하라고 긍정어법으로 말하면 싫어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정어법으로 말하면 좋아한다. 부정적 사고는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노리는 상술이다.


    서구 구조주의 사상은 대중이 전면에 나서서 세상을 바꾸는 근대의 성과를 부정한다. 정치권력의 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동원에 반대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지식권력을 방어하는 권력게임에 매몰된다. 구조론은 공격적, 긍정적 사고라는 점에서 구조주의 사상과 다르다.


    부정적 사고에 빠지는 이유는 외부를 보기 때문이고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나는데 외부만 보고 내부 밸런스를 보지 못하면 좌절한다. 도구는 외부를 내부로 만든다. 도구가 없으면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서 좌절한다. 좌절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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