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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09 vote 0 2015.12.12 (11:08:26)

     

    인간이 뭔가를 봤다면 그것은 이미 깨져 있다. 깨지면 상대성이 성립한다. 이미 뒤틀려 있고 진리에서 멀어져 있다. 2층의 본래 모습을 알고자 한다면 모형적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깨달음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미 모형을 쓰고 있다.

    낮은 단계에서만 먹히는 잘못된 모형이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해서 판단한다고 믿지만 틀렸다. 확증편향의 미끄럼틀에 올라타 있다. 생각이 그쪽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외부의 힘에 조종되고 있다. 이미 모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낡은 모형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이미 깨달아 있고, 실제로 깨달음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깨달음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집단사고의 오류가 예다. 본인이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믿지만 보이지 않게 집단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그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쪽으로 의사결정한다. 그 결과는 집단이 합의하기 쉬운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원래 나쁜 결정은 잘 합의된다.


    국회의원 세비인상은 여야가 쉽게 합의한다. 집단이 합의하기 쉬운 결정만 계속하면 보나마나 망한다. 그래도 그 길로 간다. 왜?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합의을 반복하다 보면 잘 합의하는 전통이 생기고 그게 재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유의 모형은 예로부터 꾸준히 제안되어 왔다. 기독교에 창세기 모형과 삼위일체 모형이 있고, 불교에 ‘고집멸도’ 사성제 모형과 윤회설 모형, 연기법 모형이 있다. 유교에 주역의 원형이정 모형과 성리학의 사단칠정 모형, 주희의 이원론 모형, 율곡의 일원론 모형이 있다. 


    중용의 성-도-교性-道-敎 모형과 도교의 음양오행 모형도 참고가 된다. 탈레스의 물 일원론 모형과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 모형, 헤겔의 변증법 모형, 근대과학에서 돌턴의 원자론 모형, 뉴턴의 결정론 모형,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모형이 있다. 양자역학 모형이나 통일장이론 모형도 알려져 있다.


    ◎ 창세기 모형.. 일의 시작과 끝이 정해진 점은 과학적이다.
    ◎ 삼위일체 모형.. 상부구조의 애매한 양자적 특성을 반영한다.
    ◎ 인과율 모형.. 서구의 진보를 끌어낸 수학적 사유의 원천이다.
    ◎ 고집멸도 모형.. 1 단위로 종결되는 사건의 완결성을 반영한다.
    ◎ 윤회설 모형.. 존재의 집합과 다른 사건 연결의 맥락을 반영한다.
    ◎ 원형이정 모형.. 인과율을 발전시켰으나 완결성을 강조하지 못했다.
    ◎ 사단칠정 모형.. 상부구조 4단과 하부구조 7정의 구분이 유의미하다.
    ◎ 성도교 모형.. 성에서 도, 도에서 교로 가는 위계서열에 맥락이 있다.
    ◎ 이유극강 모형.. 상부구조의 부드러운 양자적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 음양오행 모형.. 대칭을 비대칭으로 풀어내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 이원론 모형..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전개를 차별주의로 해석했다.
    ◎ 사원소설 모형.. 물, 불, 흙, 숨결이 모두 질의 애매함을 반영한다.
    ◎ 변증법 모형..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통일적으로 보려는 시도다.
    ◎ 원자론 모형.. 강체가 유체를 이기는 일의 하부구조를 설명한다.
    ◎ 결정론 모형.. 역시 일의 하부구조로 대중을 계몽하려고 한다.
    ◎ 상대성 모형.. 일의 상부구조에 대한 희미한 모색이 있다.
    ◎ 양자론 모형.. 일의 상부구조에서 유체성질을 반영한다.


    모두 반쪽짜리 불완전한 모형들이다. 부분적으로는 맞는데 전체로는 비틀어지고 만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그러나 나름대로 구조론의 일부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이 모형들의 장점들만 따 모으면 구조론이 된다. 창세기 모형과 인과율 모형이 융합되면서 서구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원자론 모형, 결정론 모형과 연결되면서 하부구조를 잘 설명하고 있다.


    반면 삼위일체 모형이나 양자론 모형은 상부구조를 성찰하고 있으며, 변증법 모형은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각별하다. 창세기는 시간개념인데 ‘일’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구조론과 통한다. 


    전체적으로 서구의 모형은 하부구조에 천착하고 있다. 동양은 유교의 음양론이나 노자의 이유극강 개념이 상부구조의 양자적 특성을 설명한다. 그러나 너무 상부구조에 집착하여 일을 잘 시작만 하고 끝맺지 못한다. 


    특히 주희의 이원론 모형은 상부구조에 천착하여 하부구조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율곡이 약간이나마 그 모순을 시정하려 한 점이 각별하다. 대개 상부구조나 하부구조 중의 하나에 치우쳐 있으며 통합적으로 보려는 노력은 헤겔의 변증법 외에 없다. 


    율곡이 그쪽으로 방향을 잡기는 했으나 시도에 그쳤다. 헤겔은 중요한 발견을 했으나 순서를 잘못 짚었다. 합의 일의성을 에너지로 때리면 정과 반의 대칭성이 유도되어 나온다는게 구조론이다.


    ◎ 서구의 하부구조 설명 – 과학으로 일을 잘 끝마친다.
    ◎ 동양의 상부구조 설명 – 정치로 일을 잘 시작한다.


    서구문명이 극단적 대결로 가다가 전쟁으로 파탄나는 패턴을 자주 보이는 것은 하부구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정신은 상부구조에 강점이 있으므로 정치적 해결에 강하다. 동양이 서구보다 더 잘 창업하고 일을 쉽게 벌인다. 상부구조에 강하면 사람을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끝맺음이 약하다. 흐지부지 되는 수가 많다. 되다가 만 일본의 민주주의가 그렇다. 서양의 과학을 배워서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에 두루 강해진 지금은 동양이 서구에 비해 유리한 국면이다. 서구의 근대화는 18세기까지 앞서있던 동양을 배운 결과다. 관료제도와 같은 선진제도는 상부구조를 잘 조직한 예다. 그러나 껍데기를 배웠을 뿐이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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