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90 vote 0 2014.04.17 (14:57:03)

    세월호에서의 죽음


    우리는 ‘사람사는 세상’을 원했다. 바램은 꺾였고, 용산의 비극을 필두로 도처에서 사람이 죽어갔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면 자기 책임은 없다는 식의 무서운 말들이 태연하게 행해졌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확률로 보아야 한다. 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어난 모든 의사결정이 사고의 원인이다. 선장의 무리한 변침이 사고의 직접원인이라고 하지만, 선박의 구조적인 결함들도 보인다.


    ‘바닥짐ballast이 없는 배는 똑바로 항해를 못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과도한 변침만으로는 배가 자빠질 수 없다. 바닥짐이 배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름을 아끼려고 바닥짐을 뺀 것이 아닐까?


    3층짜리 배를 5층으로 증축했다는 설도 있다. 증축한만큼 바닥짐을 더 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처음 배를 짓고 허가를 받을 때 공무원들에게 주는 뇌물은 이 바닥에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만 기준을 위반하면 더 적은 기름을 쓰고 더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선장은 도망쳐야 한다. 승객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 선사의 비리가 밝혀지는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결함이 많다. 배가 기울었더라도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수단이 없었다. 출입문도 배가 기울어 하중이 실린 상태에서 안에서 열고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버스가 전복되었을 때는 비상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선박의 유리창도 비상시에 깨고 나올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대부분의 인원이 갑판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갑판이 물과 가까워서 더 위험하게 생각된 것이다. 교사들도 영상 13도의 차가운 물에 학생들을 뛰어들게 할 수 없었기에 일단 실내에서 대기하게 하였다가 갑작스럽게 배가 기울자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선원들이 구명벌을 펼쳐주어야 했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 승선한 인원은 24시간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제도를 마련했어야 한다. 이 외에도 많은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20년전 서해페리호의 침몰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받은 것이 없다.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기준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더라도 헬멧을 쓰는 시대이다.


    http://www.businessinsider.com/communication-charts-around-the-world-2014-3/%20?IR=T&=&tru=CbaUH#.UzbI6vldWQH


    얼마전 페북에 나돌았던 글이다. 한국인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이하다. 진실이 아닌 것을 대충 진실이라 믿기로 한다. 원칙대로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좋은게 좋다는 식이다. 터무니없는 낙관이다.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면 죽는다. 이명박 이후 모두가 거짓말의 대가로 되었다. 국정원부터 거짓말에 앞장섰다. 대통령은 거짓 공약을 발표해 놓고도 사과도 않는다. 국정원 범죄를 태연히 관행이라고 한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않는 나라에 희망은 없다. 답은 자명하다. 대한민국은 신용사회로 갈아타야 한다. 선장은 최초의 사고 이후 조타불능상태에서 한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12.jpg


    왜 선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모두 파악되어 있다. 한국인은 원래 그렇게 한다. 한때 사실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에게 사실이다.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사실이다.


    진실이라고 우길 1퍼센트의 꼬투리만 있으면 한국인들에게는 그게 진실이다. 그냥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에게는 사실이다. 무인기가 북한 소행으로 의심되면 곧 그게 사실이라는 식이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대한민국은 태평양에 뜬 작은 배다. 거짓의 바다에 빠진 대한민국호는 위기다. 진실이라는 바닥짐이 필요하다. 진실은 힘이 있다. 기울어진 배도 다시 제 자리로 복원시킨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17 (15:19:2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레벨:5]관심급증

2014.04.17 (15:38:30)

배가 완전 뒤집히기 까지 1시간도 넘는 시간이 별 대책없이 흘렀다.
속이 울렁울렁 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도대체 왜 저 아이들이 수장을 당해야 하는가
별거 아닌 선박 사고 였는데..... 무사히 다 탈출 하고 아침프로에 나와서 무용담을 늘어 놓는.....그런 수순 아니었나?
미쳐버릴꺼 같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04.17 (15:42: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본인도 3월 말 배타고 제주를 떠나 목포로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배 구조를 떠올려보니 만약 사고가 났다면 탈출에 그다지 용이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4.04.17 (16:02:29)

명복을 빕니다.....
머라...할 말이 없네요...
이 나라에서는....ㅠㅠ
[레벨:7]새벽이슬2

2014.04.17 (19:11:27)

동렬님의 인간이 환경에 대하여 우위에 서야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4.04.17 (22:53:16)

한국인 의사결정구조, 참 잘 분석해 놓았지요? 

모든 일이 분명해지기까지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거치는 과정을 보면,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입니다. 

그것도 마지막 과정에서 기막히게 조작할 수 있지요. 


[레벨:14]해안

2014.04.18 (01:52:27)

명복도 명복이지만---


추위 와 어두움 속에서

얼음장 같은 바닷물 속에서

떨고 있는 우리들의 어린 애들!


그들의 가쁜 숨소리 속에서

그 모습에서


미치겠구나!


미안하다.

[레벨:4]MJEJ

2014.04.18 (03:33:42)

타이타닉호선장이 배와함께수장되기전에(살나아올수있었음에도)외쳤다는 

마지막 한마디가 참 인상적입니다

'Be Brithsh!'

최고관리자라면 누구든 이런식의 명예와 자존심을 가질수있는 역사와 상부구조가 있었다면?..



[레벨:5]msc

2014.04.18 (08:24:15)

출근,,,,허무합니다,저영혼들은 부디 진실하게 사는 세상에 가기를,,,,,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4.04.18 (12:15:12)

명복을 빕니다.

 

무척 슬프다.

[레벨:1]쌩라면

2014.04.18 (13:21:29)

이런 상황에서도 종북타령하며 댓글질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살기싫은 나라입니다. 아이들땜에 쌩깔수도 없는 이 답답한 현실을 어쩌면 좋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4.04.18 (18:10:49)

그래도 이 나라가 희망이 있소. 

구조론의 작은 불씨가 훗날  들불처럼 번질 날이 올것입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고 일하면서도 눈물이 왈칵하지만은

그래도 이 나라는 희망이 있소.

해 뜨기 직전이 더 추운법이요.

상식이 통하고 진실이 통하는 사회는 여기서 만들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92 원순씨는 진보인가? 4 김동렬 2014-06-10 10850
591 진보의 지배가 진보다 9 김동렬 2014-06-10 10312
590 이번 선거 승리의 의미 13 김동렬 2014-06-05 11784
589 새누리 침팬지의 퇴행행동 image 5 김동렬 2014-06-03 12548
588 계급배반투표 사실일까? (2편) 2 김동렬 2014-06-02 8368
587 계급배반투표 사실일까? 4 김동렬 2014-06-02 9948
586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 1 김동렬 2014-05-30 12371
585 왕을 죽여야 미래가 있다 image 7 김동렬 2014-05-25 11010
584 한국 이대로 망하게 놔둘 것인가? 10 김동렬 2014-05-20 12145
583 21세기 자본론은 구라다 image 8 김동렬 2014-05-11 11081
582 공산주의 자본주의 image 24 김동렬 2014-05-06 14553
581 선장을 처단해야 한다 image 9 김동렬 2014-05-01 12064
580 강남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면? image 9 김동렬 2014-04-30 11962
579 구원파의 공범은 누구인가? image 5 김동렬 2014-04-27 12026
578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image 9 김동렬 2014-04-23 18036
577 침몰하는 수첩에는 선장이 없다 image 5 김동렬 2014-04-20 11979
» 세월호에서의 죽음 image 12 김동렬 2014-04-17 18990
575 안철수의 꼼수정치 9 김동렬 2014-04-09 11094
574 이케아는 권력이다 image 4 김동렬 2014-04-07 18713
573 안철수의 부끄러운 정치 11 김동렬 2014-04-02 1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