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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2270 vote 0 2015.03.15 (01:22:58)

<만휴 스토리 - 차 마시고 난 후 빈 자리>

'여기는 어른들만 차 마시러 오나요...?'
'아니요. 남녀 노소 누구나...
그러나 이십대분들은 차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제 차차로 마시러 와요.'

차를 마시면서... 반응은,
이십대들은 이렇게 다기로 마시는 차마시는 형태를 흡족해 하는거 같다.

나는 처음에는 큰 숙우에 차를 우려 주고 잔에 따라 마시게 차를 내다가, 언제부터인가 다기로 직접 자신들이 차를 마시도록 차를 낸다.
다기 사용법과 차 우리는 법을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직접 우려 마셔 보라고 권한다. 여기에 오는 이십대들은 대체로 차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되든 안되든 직접 다기를 사용하여 우려 마시는 방식을 취한다.
그럼에도 이제껏, 다기를 깨거나 떨어 뜨리거나 찻잔이 깨지거나 떨어뜨려 큰소리가 난 걸 본 적이 없다. 내가 차를 낼때, 다기 구성은 그때그때 차에 맞게 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칼라를 사용한다. 차를 내는 차도구 세팅 방식이 한가지 방식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차도구들이 획일화 되어 있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획일화 되지 않았을 때, 나중에 자신들의 차생활을 꾸리거나 차실과 다탁을 꾸릴때 자신의 취향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구들은 다 종류별 쓰임새가 있고, 차도구들 역시 그렇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다룰줄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미적인 면과 기능적인 면을 고려해서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대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
누가 꼭 대접을 해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면 된다라는 것.
대접을 받은이가 다른이도 대접할 줄 안다라 했을때, 그 방식이 꼭 극진히 떠받들어 줘야 대접 받는게 되는 것일까...?
대접은 스스로를 대접할줄 알때 제대로 된 대접을 받거나 받을 줄 아는 것이라 여긴다.

차를 다기로 직접 우리고 마시고 그 시간을 통해 어떤 행위적 동작이 일어나면서 몰입하게 된다. 차 한 잔 우리는 그 시간의 한호흡의 짧은 침묵의 무게는 참으로 가볍지가 않다. 그 무거움의 긴장이 흐르는 침묵을 견뎌내는 것은 결코 다른 수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시간들에 비해 가볍지가 않다. 그 한호흡의 침묵이 흐르는 시간을 견뎌낼때, 사람은 세상을 맞설 뱃심을 키워가게 된다. 뱃심이 커져가면서 행위적 동작의 군더더기와 생각의 군더더기도 떨어져 나간다. 차를 우리는 동작은 일단 흐르는 선이 있고 각이 있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차를 우리는 이유는, 동작이 많아지거나 어설프면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다기를 사용하다보면 저절로 절제된 동작이 생겨난다. 거칠게 다룰 기물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차는 거칠게 우리면 제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이미 자세부터 단정해지고, 눈빛도 말씨도 정갈해 진다.
이십대들이 차를 접하고 차를 대하고 마시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공통된 점은, 흥미로워 하고 만족해 하며 어떤 뿌듯함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스스로 차를 우려 주고, 친구들에게 차를 내고... 자신들의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들의 세계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도 향유할 하나의 문화가 생겨난 것일까...
나는, 이런 풍경을 볼때... 어떤 행복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물론,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러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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