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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5 vote 0 2024.09.28 (19:44:27)

    대중의 판단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가는 것인데 문제는 물이 큰 바다로 흘러가느냐, 좁은 시궁창으로 흘러가느냐다.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이다. 인간들은 환경을 읽고 자기 포지션을 찾아간다. 환경에 따라 다른 호르몬이 나오는 것이다.


    바다를 본 사람은 바다에 맞는 호르몬이 나오고, 시궁창을 본 사람은 시궁창에 맞는 호르몬이 나온다. 일본, 영국과 같은 섬 왜소화 현상이 있다. 일본인은 키가 작아졌고 영국인은 브렉시트로 보폭이 좁아졌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같은 대륙 허세도 있다.


    나폴레옹 법전은 프랑스 허세다. 양차대전은 독일의 허세다. 러시아, 중국도 허세병에 걸렸다.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반도화 현상도 있다. 이들은 적절한 치고 빠지기로 균형을 잡는다. 반도는 교통의 요지를 차지하느냐, 교통에서 소외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된다.


    스페인은 반도지만 프랑코 시절 은자의 나라 조선을 흉내내어 잊혀져 있었다. 포르투갈은 더 심했다. 반도 속의 반도다. 조선 뺨치게 조선했다. 지금도 가난하다. 한국은 반도지만 북으로 막혀 섬이 되고 있다. 베이비붐 시대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쳤는데.


    MZ문화는 쇄국주의로 가고 있다. 이것은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는 증거다. 전혀 다른 호르몬이 나오고 있다. 저 때만 해도 집안일은 형들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좀 밖으로 떠돌아도 괜찮아하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형들이 없고 사촌도 없어 다들 마음이 좁아져 있다.


    68혁명은 베이비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차대전 후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경제호황이 있었다. 오일쇼크 이전까지 30년 대호황이다. 전후 세계 삼꼰대 드골꼰, 처칠꼰, 아이젠하워꼰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이든 할배들이었다.


    인구증가> 생산력증가> 경제호황> 낙관적인 분위기> 히피가 되자> 꼰대를 치자. 이렇게 된다. 케네디가 뜬 이유다.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스타일 차이다. 실제로 생활방식이 달라졌다. 가사노동을 줄이는 가전제품이 쏟아지고 여성이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소극적, 퇴행적, 쇄국적, 배타적으로 흘러간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바다를 봤는데 지금은 시궁창을 보고 있다. 바다 호르몬이 사라지고 시궁창 호르몬이 지배한다. 중국 공포, 인구감소, 경기침체, 개인 약화, 응석받이화, 금쪽이 현상이다.


    한국인들은 친척을 믿고, 중국인은 꽌시를 믿고, 일본인은 마쓰리를 함께 하는 공동체를 믿고 그런게 있었는데 지금 전방위로 박살나고 있다. 에너지는 쏠림현상이 있으므로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계속 간다. 세기말 시대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세기말에도 지식인들이 집단적인 우울증에 걸렸는데 지금도 제 2의 세기말 분위기로 가고 있다. 세기말의 공포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의한 식량공포, 헬리혜성 공포, 자동무기의 발달에 의한 전쟁공포가 지배했다. 민족주의,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가 휩쓸었다.


    공포는 현실이 되어 양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지식인은 대량학살의 조짐을 알았지만 막지 못했다. 지식인의 체념이 허무주의, 낭만주의, 다다이즘, 무정부주의 등으로 나타났다. 세기말 히스테리에 식량공포와 헬리혜성은 빗나갔지만 전쟁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지금도 중국 공포, 온난화 공포, 인공지능 공포라는 세 가지 공포가 먹구름을 잔뜩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혜를 합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기존문화에 맞서려는 분위기는 신무기 덕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바스티유의 화약 때문이었다.


    이천 년대 초반의 낙관적인 분위기는 인터넷 신무기 덕분이었다.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꼰대들을 박살내겠다는 결의다. 우리는 강팀이다 하는 구호는 젊은이는 꼰대보다 강하다는 생각을 교묘하게 은폐한 것이다. 왜? 인터넷이 있잖아. 꼰대들은 죄다 컴맹이잖아.


    인공지능을 MZ가 장악하고 4050을 밀어낼 수 있을까? 신무기를 손에 넣지 않으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신무기는 총, 화약, 미디어, 신기술, 스마트폰 등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당장이라도 동해에서 석유가 터지면 좌파가 선거에서 이긴다.


    희망은 어떤 생각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구체적인 무기에서 나온다. 희망이 생각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외국에서 뭔가를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한 망상은 후진국에서 먹힌다. 기독교를 들여오면 된다구. 200년 전 조선 천주학쟁이.


    마르크스교를 들여오면 된다고. 100년 전 지식인들. 한국은 마오이즘이 먹히지 않을까? 50년 전. 체 게바라가 먹힌다니까. 30년 전. 지금은 트럼프 장사나 해볼까? 관념은 관념일 뿐 힘이 없다. 차라리 비트코인 사기나 쳐보든가. 바다를 보지 않으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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