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애들과 도덕 첫 수업이다.
교과서의 제목은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학습목표는 자주적인 생활의 의미와 자주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아는 것.

자주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인데, 예전만큼 잘 쓰이는 말은 아니다. 최근에는 독립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듯. 어쨌든 6학년 정도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남에게 의존하기 보다, 주인정신 - 이말도 잘 안쓰는 말-을 길러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마더쇼크 동영상이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나라 부모와 영국의 부모는 왜 차이가 날까? 최근에는 내가 굳이 안올려도 좋은 영상들이 넘쳐나니 나도 그냥 갖다 쓰면 된다. 참 편한 세상이다. '마더쇼크' 는 2012년에 큰 반향을 일으킨 ebs의 다큐다. 엄마들이 자신의 모성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죄책감은 건강한 마음인지, 그리고 엄마의 현재양육방식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찾아간다. 답은 결국 인간은 받은대로 한다는 것. 내 나름대로 정립한 인간성장(사회화)의 5단계는 받기 - 보기 - 배우기 - 익히기 - 주기다. 이미 받기와 보기에서 인간의 49%나 51%가 결정된다. 학교교육은 배우기부터 시작이다. 이걸 깨닫고 나니 애들이 뭔가 잘못할 때 애들 개인을 탓하지 못하겠더라. 이미 받고 본게 그 모양이니 교사인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더 무서운 건 이미 애들은 지금의 나를 만나기 전에 다른 교사들에게 받고 본 것이 누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애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예전에 만났던 선생님들과의 관계의 연장선상이다.

이 부분을 풀어내려면 또 장문을 써야 하니 이만하고, 다시 마더쇼크 얘길 좀 더 하면, 지금 엄마의 양육태도는 자신의 엄마(아이들의 할머니)의 양육태도를 닮는다는 점이다. 은연 중에 담고 매우 비슷하기까지 하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뇌와 몸에 각인된,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양육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그뿐인가? 자신의 부모가 자신과 형제들에게 대했던 차별과 갈등해결방법 등도 지금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 한탄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교육방식은 조금씩 조금씩 인간존엄의 길, 민주주의의 길로 가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고, 선출권력은 공동체에 의해 견제되고 교체된다. 그리고 집단지성은 날로 힘을 발휘하여 인간의 진보를 이끌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 글을 읽는 엄마들은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불편해 하실 필요없다. 엄마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말이다. 받은 게 그 정도 밖에 안되서 그렇다. 이러면 자신의 엄마가 미워진다. 그렇다고 자신의 엄마에게 따지기도 쉽지 않다. 따져도 엄마는 '나는 그 때 니 아버지가 때리고, 니들 형제 키우느라 희생만 했다, 내가 더 힘들었다'고 한풀이하실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보다 더 힘든 분이 내 엄마다. 미움의 감정이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과연 내가 그 시대의 엄마였다면 엄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쉽게 답하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희생적이지도 않다.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이니 뭐니 하는 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의식이란 말도 어불성설이다. 웬만한 건 자신이 다 의식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교양으로 과거의 부정적인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과거와 화해하고, 과거를 수용하고, 과거로 인해 괴로운 나를 위로하고 지금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하나 하나 만들어가며 함께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지금 나의 질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결정한다. 물론 그 사람들을 옆에 두는 것은 운빨도 있지만, 내가 결정한다. 결국 인생은 자기책임이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과거는 못바꾸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학교교육과 부모교육에 희망을 갖고 있고 있고 지금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인류는 잠시 뒤로 후퇴한 적은 있어도 늘 발전해 왔다. 과거의 내가, 그리고 당신이 그래왔던 것 처럼.


https://www.youtube.com/embed/RiQTdP7M1Ug

[레벨:11]큰바위

2020.04.23 (14:52:18)

잔디도 깍고 

헬레콥터도 태우고

자녀 교육은 대한민국이 짱~인거죠. 


그리고 고스란히 가정에서 이미 배웠어야 할 많은 것들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떠안고.... 


좀 과장되었다 싶긴 하지만, 지금 어머니들께는 자연스런 일인가 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072 수학은 규칙을 정해놓고 하는게임.. image 카르마 2011-10-19 3118
3071 중식이 밴드 2 락에이지 2015-12-23 3117
3070 깨달음과 하심.(15門님 글에 대한 답변) 아란도 2013-07-03 3116
3069 북풍의 위력이 약화되어 이겼다고? 4 노매드 2010-06-03 3114
3068 개편 축하드립니다. 1 강아지눈 2009-01-01 3114
3067 구조론에 반응할만한 사람들 6 해저생물 2013-04-10 3113
3066 경상도에서 생각만큼 표를 가져오지 못했네요.. 1 강철나비 2012-12-19 3110
3065 기저귀없이 아이 키우기가 가능한가? 1 이상우 2013-05-07 3109
3064 현실이 암담합니다. 뎃글들과 추천을 보고 image 7 빛의아들 2013-04-08 3109
3063 ab형 들은 귀신 안무서워하는거 맞나? 1 곱슬이 2013-01-26 3109
3062 구조론연구소 정기모임(문래동, 목요일) image 냥모 2013-04-04 3108
3061 질문있습니다. 20 차우 2014-03-24 3107
3060 절대어-상대어 이를 테면 이런 걸까요? 8 귤알갱이 2012-01-26 3106
3059 독서메모 "실직자 프랭크, 사업을 시작하다" 데이비드 레스터 지음 image 2 이기준 2011-09-27 3105
3058 제로존? 2 정청와 2011-12-13 3104
3057 관리론(리더십)도 한 번 AS주세요^^ 8 기똥찬 2011-02-21 3104
3056 생각의 정석 2.마음의 구조 사연올립니다 5 싸이렌 2013-08-22 3103
3055 아르헨티나 군부와 이명박 정권. 노매드 2010-11-28 3102
3054 김용민이 뭔? 2 ░담 2012-04-05 3101
3053 새집이네여~ ^^ 1 Rou 2010-02-01 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