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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파워구조
read 2544 vote 0 2014.08.29 (18:59:55)


김동렬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 '구조론은 한 방이다.' 

흥미진진하게 읽고, 

의도치않게 이틀 동안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압도적 한 방. 


생각해보면 

푹 빠져서 보았던 영화들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설정인 것입니다. 

영화, 즉 이야기, 사람들이 이야기를 접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한 꿈에 다가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것. 하지만 각해볼 수록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닌듯 합니다. 


당연할 수록 심오함. 


터미네이터는 압도적으로 우월합니다. 인간들은 한 방에 나가 떨어지죠. 

슈퍼맨은 아예 하늘을 쏘다닐 수 있습니다. 

이소룡에게는 절도있는 절권도가 있습니다. 

헐크 호건에게는 부르르르 헐크타임이 있구요. 

배트맨에게는 말도 안 되는 부와 배트카가 있습니다. 

이순신에게는 무적의 거북선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아닌 국민들의 선입견 속 강력한 이미지)



그런 한 편, 

모든 대박 영화의 압도적 우월적 주인공 캐릭터 건너편에는 

역시 만만찮은 강력한 안타고니스트가 도사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처럼 

주인공의 한방 필살기에 우수수수 나가 떨어지는 

여러 중간보스들이 있는가 하면, 


최종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는 

주인공과 대등하거나 주인공보다 더 강력한 우월성을 지닌 적의 존재가 

필요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이소룡의 영화 '용쟁호투'는 제가 아직 보지 못해서 

이소룡의 한 방이 무엇인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강력한 안타고니스트가 누구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설정 역시 반드시 이 법칙에 따를 것 같습니다^^ 




미국의 만화 영웅들은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내면의 고독, 자기와의 싸움, 정체성에 대한 탐구 등등으로 

포스트모더니즘스럽게 변색되어갔다고 합니다. 

빈부격차가 최고의 적인 요즘 시대에, 

미국 만화 영웅들의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점점 영웅이 필요한 사회로 퇴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들과 영화감독들에게는 축복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 영화계, 한국 애니메이션계에는 

졸라 센 '한 방'을 지닌 '압도적 영웅' 이 한 번도 등장했던 적이 없는 걸까요. 



* 터미네이터는 후기 산업사회의 기계화와 맞서 싸웁니다. 

  기계가 기계화와 맞써 싸운다는 이열치열 원리. 기가 막힌 이야기 설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 배트맨은 도시 문화와 맞서 싸웁니다. 도시가 낳은 범죄라는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이소룡은 동양남성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웁니다. 




대한민국의 영화와 소설 중에서 이렇게 당대와 맞서 싸우는 

압도적 우월성을 지닌 캐릭터가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대의 상황 속에서 찌질찌질해하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대박이 났던 것 같습니다. 

식사는 하고 다니냐고 안부나 묻던 '살인의 추억'

온 가족이 죽도록 고생하는 '괴물' 

가상의 자연재해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해운대' 

등등...




반면,

이순신이나 정도전 처럼 역사라는 시간 메트릭스 속에서, 

허상 속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서사는 앞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역사 인물이 아무리 현대의 상황을 은유하더라도, 

정면승부하는 은유가 아니어서 그런지 제 마음 속에서는 울림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주인공의 한방 필살기에 우수수수 나가 떨어지는 

당연한 심오함. 





김동렬 선생님과 구조론 식구분들과 함께 새로운 영웅 캐릭터 서사를 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레벨:11]큰바위

2014.08.29 (22:41:10)

지금 이 시대가 메타나레티브를 거부하고

각자 자기 의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해서 

영웅보다는 소시민적 일상의 삶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구조론은 메타나레티브를 이끌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단 여기에서 영웅이란 신과 맞짱을 뜰만한 대표성의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론이 말하는 영웅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중에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모두가 대표성을 가진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구조론에서는 이미 영웅이 매순간 탄생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가끔씩 왔다리 갔다리 헛갈리기도 하지만....


가끔씩 영웅들도 헛다리 짚을 때가 있지요. 

잡스가 한방에 골로 간 것처럼......

[레벨:3]파워구조

2014.08.30 (13:53:24)

굵직한 중심 내러티브 중시 = 모더니즘 


굵직한 중심 내러티브 거부하고 곁가지 내러티브 중시, 혹은 내러티브 자체를 거부 =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과 모더니즘을 모두 아우르는 전체적 내러티브 중시 = 구조론. 



인 것 같습니다, 큰바위님. 


그리고 이 구조론에 걸맞는 초인적 영웅 캐릭터를 개발하려면 

오히려 거꾸로 발상을 시작하는 게 맞을 듯 하구요.   

<그 캐릭터가 맞서 싸워야만 할 만큼 강력한 신의 존재가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이 가장 먼저인 듯 합니다. 

그리고 구조론에서 항상 강조하듯, 질문 속에 이미 답이 있으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8.30 (19:33:27)

한 방을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무식해서입니다.


명량은 해전인데 감독이 전술을 모른다는게 함정.

감독의 전작은 활인데 활에 대해서 모른다는게 함정.


깍지도 안 끼고 활을 쏘는 무대뽀라니

활을 그런 식으로 쏘면 왼손 손가락이 날라갑니다.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감독이 멜로영화를 찍는 나라.

배를 타보지 않은 감독이 해무를 찍는 나라.


근데 이소룡은 영춘권을 배웠기 때문에 싸움을 할 줄 안다는게 기특.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일단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무식하면 답이 없어요.

이현세의 외인구단에 야구가 안 나옵니다.


감독이 작전을 어떻게 내는지, 프런트가 어떻게 간여하는지

이런 야구 내부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왜? 이현세는 야구를 모른다는 거.

절벽을 기어오른다고 야구가 됩니까? 넥센처럼 벌크업을 해야지.

[레벨:3]파워구조

2014.08.31 (10:32:41)

아...! 

그렇다면 저는 지금부터 민주주의에 대해서 당장 공부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지금 깨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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