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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상우
read 4056 vote 0 2014.07.11 (10:57:28)


TET도 공부하고, 비폭력대화, 감정코칭 공부하고
학교 학부모님과 매년 10분 이상 면대면 한 분들이
족히 100명은 넘을 것이다. 특강으로 뵌 분들만
70분이 넘는다. 그만큼 소통만큼은 교사 입장에서
학교발전을 위한 동반자 입장에서 애썼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회복적 생활지도에 관심이 간다. 일대일 방식에서
공동체적 접근방식으로 한 것이 맘에 든다. 나아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서로 만나게 하고, 보호자들이 함께 하고...
그 뒤에 든든한 지원자들과 그들의 회복과 성장을 기원하는
학교 공동체 사람들과 지역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관심이 깊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평화적인 해결방법이 최선일까?
이제는, 그 이상을 봐야 할 필요를 느낀다.
축구를 하는데, 비폭력대화를 응용하고, TET의 제 3의 방법을
적용하니 애들이 싸울 일이 거의 없다. 조금만 핸드링을 하거나
친구 다리를 실수로 치면 바로 반칙했다고 손을 든다.
처음엔 고마웠다. 마음이 뿌듯했다. 이 녀석들에게 평화 감수성이
정말 높아졌구나. 친구들을 배려하는 구나. 착한 인성이 내면화
습관화 되고 있구나...

그런데 어느 순간 과연 이 것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과 올해 축구를 할 때 멋진 플레이를 강조했다.
멋진 플레이... 개인의 축구실력이 나아지고, 팀원들과의 팀웍으로
멋진 골을 낳아내고, 상대방의 공격을 조직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경험을 아이들이 누리게 하고 싶었다. 쉽지 않지만, 점차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상대팀의 존재도 경쟁자 이기 이전에
우리팀을 발전시키는 좋은 훈련상대이다. 그런 측면에서 상대팀도
동료이고, 멋진 축구 경기를 꿈꾸는 동반자요 협력자인 것이다.

어제, 축구를 하는데 코너킥을 차기 전, 공격수와 수비수 아이 둘이서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것을 보았다. 아, 정말 치열했다. 처음엔
몸이 살짝 닿더니, 그세 몸으로 밀고, 다리로 버티고, 밀었다 밀렸다
를 반복하다가 어깨로 밀고 팔로 밀로, 팔끼리 부딪히고, 급기야
머리끼리 부딪히더라. 한 10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아이들로서는
볼 수 없는 치열함이 느껴졌다.

나는 순간 깨달았다. 저 모습이 내 모습이어야 하고, 저런 경험을
아이들이 할 때 아이는 강철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동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어른들의 조정을
받는 착한 존재로만 남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주먹으로 치고 받을 수도 있는 상황있으나, 그냥 지켜보았다.
싸우면 바로 말릴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 코너킥으로 올라온 공은
골대 근처의 아이들을 머리위를 지나가고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와서 두 아이를 칭찬했다. 아이들은 사실
약간 어리둥절에 했다. 싸운 것을 가지고 칭찬을 받다니...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우리에게 경기매너, 서로에 대한 예의, 협동하기 등등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이것 외에도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물론,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초등시절에는 자기가 최선을 다할 것을 아직
찾이 못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런 경험을 초등시절에 해보는 것,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꼭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 있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줬다.

엊그제, 그늘진 주차장 근처에 놓여진, 쑥갓(상추와 비슷한 쌈채소)을 심은 화분을 보았다.
별로 크지 않았다. 삼개월 정도인데 아직도 손가락 크게 조금 넘는다. 그런데, 무심코 그 옆을 보니,
보도블럭 사이로 이십센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쑥갓이 두 그루나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아마, 아이들이 실수로 떨어뜨린 쑥갓 씨앗(굵은 소금결정보다 조금 작다)를 떨어뜨렸는데,
이 녀석들이 그 좁은 돌틈에 깊이 뿌리를 내려 건실하게 자란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배양토에 주기적인 수분 공급에, 사랑과 관심을 온통 기울인 쑥갓은
여전히 지체된 모습에 성장의 기미가 안보이는데, 정작 버려지듯이 우리가 했다고는
기억속에 남아있지도 안던 녀석들이 단단히 땅에 뿌리 내리고 우뚝 서있는 모습이라니...

로저스의 인간중심이 지향하는 평화롭고 존중받는 공동체 분위기 조성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된다고 인간의 실현경향성이 실제로 자아실현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완전성을 갖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대가를 만나고, 야생생활보다 더 치열하고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문명의 진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바로 인류의 대표자요,
신과 대면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자격을 갖추었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물론, 이것은 혼가 가는 길이면서 같이 가는 길이다. 내가 준비되어 가면,
내가 메트릭스의 레오가 선택한 빨간약을 먹었다면 나의 동료가 보인다. 우리편이 누군지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길을 선택했다. 아이들과 함께 그 길을 가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형비

2014.07.11 (11:12:41)

와 정말 멋진 선생님이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7.11 (11:23:14)

567.jpg


잔디밭에 조형물 설치작업으로 

쇠막대기를 꽂아놓은게 있는데 그 주변만 잔디가 아주 잘 자라더군요.


돌 주변에도 잘 자랍니다.

의사결정의 축이 주어지면 성장속도가 빨라지는듯.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23]의명

2014.07.11 (17:34:37)

헐! 대나무밭 트라우마?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4.07.11 (11:27:00)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학생들의 삶에 들어가 계시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4.07.11 (13:02:07)

딩  동

프로필 이미지 [레벨:8]부둘

2014.07.11 (20:33:45)

이야....키팅선생님이 여기 계시네요. 아이들이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저는 초딩 선생님중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어머니에게 촌지달라고 떼쓰던 양반만

기억나네요.

[레벨:11]큰바위

2014.07.11 (20:37:51)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전환시키는 것이랍니다. 

처음에는 Conflict resolution 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Conflict transformation 이라고 합니다. 

갈등은 인류 시작부터 시작된 것이고, 신의 디자인인 것이지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우선 결과로 평가할 수는 없는거고, 

원인측에서 봐야합니다. 


이미 가해자-피해자를 만나도록 한다는 생각부터가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최근에 갈등전환이라는 책이 나왔지요. 


조만간 트라우마의 이해와 치유라는 책이 나올 겁니다. 

학생생활지도나 서클프로세스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만 구축해도 대성공이 될 겁니다. 


한국에 회복적정의가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고,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된 상황입니다. 

그나마 조금씩 관심을 갖는 사람들(교사들)이 생겨나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워낙 뿌리 깊은 문제들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겝니다. 


어쩄든 회복적정의나 그 시각에 기초하여 회복적학생생활지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토양에서는 워낙 생소한 접근입니다. 


이상우 님이 기울이신 노력이 언젠가는 과녁에 제대로 꽂힐 겁니다. 

궁수가 화살을 제대로 당기고 방향만 온전하다면, Bull's eye에 가 꽃힐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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