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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28 vote 1 2015.05.05 (13: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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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구름이 모여들어 하나의 큰 구름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큰 저기압이 쪼개져서 많은 구름을 이루는 것이다. 저기압이 충분한 수증기를 품어 임계에 도달했을 때 외부에서 핵을 던져 타격하면 일제히 구름이 만들어진다. 중국에서 요드화 은을 뿌리는 방법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하는 것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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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한 덩어리의 용암이었으나 에너지가 드나들면서 패턴을 복제하였다. 하나가 형을 얻으면 그 영향이 주변으로 파급되어 모두가 형태를 얻는다. 질에서 입자가 유도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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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쳐지는 것도 있으나 그곳에는 에너지가 없다. 의사결정의 권한이 없다. 합쳐질 때 결정은 외부에서의 마이너스로 이루어진다. 모든 합쳐지는 것은 실은 합쳐짐을 당하는 것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흡수되듯이 자기 영역을 뺏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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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군집을 이룬 것은 아니다. 동물들이 한 곳에 모여들어 무리를 이룬 것은 아니다. 어미가 새끼를 낳아서 무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늑대가 위협하여 양들을 한 곳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양들이 늑대로부터 이탈한 결과가 인간에게는 무리의 모임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시스템은 공장의 기계와 같다. 동일한 패턴이 연속적으로 찍혀져 나온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것이, 어떤 이유로 한 자리에 모여든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던 것이 여럿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모이는 경우도 있으나 그 역사 상부구조에서의 분할이 하부구조에서의 모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개, 소, 말, 닭, 염소가 모여들어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의 생태계가 개, 소, 말, 닭, 염소와 같은 많은 가지들을 거느리는 것이다. 자연은 한 몸이며 개, 소, 말, 닭, 염소들은 한 몸에서 갈라져 나온 팔이나 다리와 같다. 그 하나의 몸통에서 팔이나 다리를 온전히 분리할 수 없다. 


    존재는 시간 상에 성립하며 거기서 하나를 분리할 때 시간의 호흡은 끊어지기 때문이다. 축구시합의 패스플레이와 같다. 패스는 시간 상의 존재다. 시간을 멈추면 패스가 없고, 패스가 없으면 축구도 없다. 자연의 모든 것은 시간으로 얽혀서 하나의 큰 시스템을 형성한다. 스위치는 그곳에 있다.


    시스템 하나를 상대할 때 인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와 소와 말과 닭과 염소를 각각 상대하려고 하면 실패한다. 노가다가 분주하다. 신이 무언가를 창조했다면 개체가 아니라 시스템을 창조한 것이며, 시스템을 창조하는 자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신은 신 자신을 창조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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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시공간 속에 얽혀 있는 양자적 존재입니다. 나는 서울이나 부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19XX년 부터 20XX년 사이에 폭넓게 걸쳐져 있습니다. 존재는 네트워크처럼 걸쳐 있으며 공간에 걸칠 뿐 아니라 시간에도 걸치고 있습니다. 전기회로처럼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인간이 그러하므로 신도 그러해야 합니다. 어딘가에 짱박혀 있다가 언젠가 짠 하고 나타나는 신은 신이 아닙니다. 장소와 시점이 특정되면 신이 아닙니다.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이 신이라면 그 신은 시간 상에서 호흡하지 못하는 죽은 신이지요. 이왕이면 살아있는 신을 따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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