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62 vote 0 2024.06.19 (10:45:34)

    알고 보니 달마는 실존인물이 아니고 다르마를 의인화한 일종의 아바타였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다르마를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다르마를 따르는 존재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주와 자연의 작동원리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여기까지 진화하지 못했다. 다르마가 없다면 우주는 팽창하지 못하고, 생명은 진화하지 못하고, 인류는 진보하지 못한다. 우주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하필 이렇게 만들어진 것도 유일하게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항우는 기껏 점령한 관중을 버리고 고향 팽성으로 돌아갔다. 다르마를 따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고향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당시만 해도 진나라와 초나라는 말이 통하지 않고 풍습이 달랐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하려니 어색했다.


    유방은 시골 촌놈이라서 주변의 압박을 따르는데 익숙하지만 항우는 귀족 출신이다. 그는 어린이처럼 누군가 자신을 압박해주기를 바랬다. 유방을 살려준 것은 항량이 죽은 후 유방이 유일하게 자신을 압박할 수 있는 형님뻘이라서. 결국 역사의 압박에 밟혔다. 


    다르마는 구조적 필연이다. 구조는 압박한다. 항구를 만들기 좋은 해변에는 결국 항구가 들어선다. 인디언이 차지한 좋은 땅은 결국 백인들에게 빼앗긴다. 백인들의 구호 ‘명백한 운명’은 다르마와 같다. 내가 안 해도 누가 하겠고 막는 힘은 작고 뚫는 힘은 크다.


    이민자는 날마다 항구에 쏟아진다. 백인들 입장에서 서쪽으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그것은 물리학이다. 구조적 필연이다. 시장이 들어서기 좋은 자리는 시장을 세우고, 광장을 세우기 좋은 자리에는 광장을 세운다. 그것이 다르마다.


    패스를 받기 좋은 자리가 있다면 그쪽으로 달려가야 한다. 왜 다르마를 따르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욕망, 쾌락, 야망이라는 것은 다 거짓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랑타령하지만 거짓이다. 유행가 가사일 뿐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집단의 무의식이다.


    항우는 무의식에 복종하여 고향 친구들에게 아부한다. 자신의 결정이 아니다. 패거리를 따른 거. 동양은 행복, 쾌락, 불로장수에 의미를 둔다. 많은 자식을 낳고 높은 벼슬을 하고 오래 사는게 최고다. 환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동물의 영역본능, 세력본능인 게다.


    서양은 내세타령을 하지만 헛짓거리다. 천국 따위는 없다. 현대인은 사랑타령하지만 뻘짓이다. 감성팔이 사랑타령은 대중에게 아부하는 영화감독의 집금전략일 뿐이다. 내가 왜 그 선수에게 패스를 했는가 하면 그가 가장 패스받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르마다. 항구가 없는 나라는 항구를 가지려고 기를 쓴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는 중국을 멀리하려고 기를 쓴다. 멀리 있으면 중국과 사귀어 돈을 벌고 가까이에 있으면 중국에 정복된다. 원교근공의 법칙. 이런건 어린애도 아는 다르마의 필연이다.


    러시아와 멀리 있는 독일은 러시아와 사귀어 돈을 벌고 러시아와 가까이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에 씹혀서 개고생한다. 이건 비스마르크의 교훈이다. 히틀러는 어리석게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려고 별짓을 다 했다. 다르마는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는게 각별하다.


    콜롬부스가 가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서쪽으로 갔을 것이다. 텐징 놀게이와 에드먼드 힐러리가 가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것이다. 어차피 하게 되어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의하여와 위하여다. 우리는 위하여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위하여는 보상이다. 그것을 해서 내가 어떤 보상을 받을 것인가? 중국인은 불로장수가 보상이고, 쾌락이 보상이고, 자식을 많이 두는 것이 보상이다. 그것이 과연 보상이 되는가? 그것은 호르몬에 취한 것이다. 호르몬은 유전자가 개인을 관리하는 수학공식이다.


    희로애락애오욕은 신체를 관리한다. 인간은 20만 년 전에 세팅된 사피엔스의 DNA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사피엔스의 디폴트값은 평균수명 40년, 부족원의 숫자 200명 혹은 씨족원 숫자 20명에 맞추어져 있다. 항우는 고향친구 20여 명을 관리하는 기준을 따랐다.


    천하라는 개념은 인간의 유전자에 세팅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주의 DNA에 새겨져 있다. 중대한 국가의 일을 결정하는데 갑자기 똥마렵다고 집에 가는 자와는 상종하지 않는게 맞다. 그런 인간들 있다. 나는 내 집 변기가 아니면 똥을 싸지 못한다며 자기소개 해.


    목숨을 건 결전을 앞두고 마누라가 불러서 집에 간 여포도 있다. 상종 못 할 위인이다. 위하여를 버리고 의하여를 따르는 것이 다르마의 길이다. 이 전쟁을 끝내려면 핵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던져야 한다. 그것이 다르마다. 핵은 던지려고 만들어본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항우가 원래 인기가 없었는데 재평가된 게 송나라 때 어떤 기생에 의해서였다. 우미인과 항우의 고사가 연극에서 히트했는데 소설과 역사를 헷갈렸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나 소설의 관점이 다르마의 길과 철저히 반대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유방은 다르마를 따랐다. 그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했다.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지 하고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바로 살해되기 때문이다. 항우는 자신을 그러한 위기 속에 몰아넣지 않았다. 다르마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 수렁에 빠졌다. 스스로 수렁에 뛰어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 의해 수렁에 빠진다. 스스로 수렁에 뛰어든 자는 살길을 찾지만 등을 떠밀린 자는 죽는다. 그들은 천하를 건드렸고 천하는 그들을 죽였다. 천하의 결정에 맡긴 자가 천하에 의해 살아났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다 하고 자기소개하는 자는 천하에 의해 살해된다. 불로장수? 행복? 많은 자녀? 높은 명성? 대단한 권력? 천국? 개소리다. 호르몬에 제압된 것이다. 우주가 가는 길은 정해져 있고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며 내가 가지 않으면 남이 그 길을 간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역사의 주연이냐 조연이냐 뿐이다. 선역이냐 악역이냐 뿐이다. 지구 온난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분리수거 잘하자? 개소리다. 인류는 최소 1/10이 죽는다. 대란이 아니면 대치는 없다. 과학이 인류를 구한다.


    압도적인 힘이 아니면 압도적인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구조론의 답은 밖이 아니고 안이다. 그 안은 강체가 아닌 유체의 안이다. 개인의 안이 아니라 집단의 안이다. 역사라는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개인의 내면에서 답을 찾지만 호르몬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892 임성근 이종호 김건희 커넥션 2 김동렬 2024-06-27 4994
6891 금쪽이 전성시대 김동렬 2024-06-27 4665
6890 다르마는 타이밍이다 김동렬 2024-06-26 4471
6889 전여옥의 돌려까기술 김동렬 2024-06-25 4459
6888 다르마와 메타인지 김동렬 2024-06-24 4595
6887 나쁜 윤과 없는 한 image 김동렬 2024-06-24 4427
6886 자존감과 다르마 김동렬 2024-06-21 4455
6885 한국과 베트남의 차이 2 김동렬 2024-06-21 4877
6884 동기부여 만능주의 김동렬 2024-06-20 4645
6883 다르마의 길 2 김동렬 2024-06-19 4508
» 다르마를 따르라 김동렬 2024-06-19 4362
6881 세상이 불공평한 이유 김동렬 2024-06-18 4501
6880 존재와 무 김동렬 2024-06-17 4487
6879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4-06-15 4577
6878 미래산업 정문술 명암 김동렬 2024-06-15 4343
6877 신라금관의 비밀 2 image 3 김동렬 2024-06-13 4320
6876 정情과 한恨 그리고 정한情恨 2 김동렬 2024-06-13 4475
6875 호암미술관 백제의 유혹 관음상 image 4 김동렬 2024-06-13 4526
6874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58131
6873 자아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4-06-12 4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