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1005 vote 0 2008.11.07 (23:42:28)

최진실이나 인순이의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그 사람들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성-클래식-깨달음-이상주의.. 품격있는 삶.. 결국은 수준 차다.

수준 좀 높이자는 거다. 알듯 모를듯 피상적으로 말하면.. 뜬구름 잡는 말은 다들 좋아하지만.. ‘마음을 비워라.’는 식의.. 알맹이 없는 말을 던지면 좋아하지만.. 조금이라도 구체화 시키면 버럭 화를 낸다.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뭘까? 이런건 좋다. 무슨 말이지 못 알아먹으니까 참 좋은 것이다. 그러나 최진실 나오고 인순이 나오면 제법 알아듣기 시작한다. 알아듣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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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조로 본다. 구조로 보면 사회에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수준차가 있더라는 거다. 네덜란드인의 90프로는 오바마를 지지하고 미국인의 절반은 매케인을 지지한다고 한다.(리더스 다이제스트, 6월)

수준차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인가? ‘옳다, 그르다’에 집착하는 좌파들은 자기들이 ‘옳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다. 마르크스가 간지 수백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증명을 못해서 그러고 있다는 말인가?

책상 위에서 공식 써놓고 증명해서 보여주면 다 되나? 설득이 부족하다고? 설득만 하면 다 되나? 보수가 모르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만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다들 고분고분 따라오는가? 아니다.

수준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벽이다. 그 장벽 무너뜨리기 힘들다. 모르는건 가르치면 되는데 수준은 끌어올리기 힘들다. 수준은 그 사람의 지적 능력, 삶의 동기, 가치체계, 문화적 척도 등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이다.

좌파들의 계몽주의.. 문맹을 퇴치하는데 성공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수준차라는 장벽을 만나서 좌절하고 있다. 수준을 올리는 방법은 문화 밖에 없다. 대중문화는 미국이 발명한건데 한계가 있다.

미국의 한계 - 바로 그것이 대중문화의 한계다. 부시라는 인물의 몰지성됨.. 바로 그것이 미국의 정확한 현주소다. 문화라는 것을 미국과 일본에서 배운 한국 역시 풍토가 척박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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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제가 무엇일까? 한국의 문화를 주도한다는 강남졸부-대치동아줌마 군단의 열등의식이다. 그들의 도덕적 열패감이다. 한국에는 진정한 주류도 없고 주류문화도 없다. 그들은 스스로 주류라고 자부하지만 껍데기다.

같은 졸부들끼리 모여서 ‘저 투기꾼’, ‘저 졸부’ 하면서 서로를 경멸한다. 물론 진심으로 존경을 바치는 사람도 바보들도 일부 있지만 그들은 그 졸부동아리 중에서도 가장 신입 졸부다.

하긴 타워팰리스도 로또당첨으로 들어온 신입졸부들의 선배졸부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내부에서 이상적인 공동체가 이루어져 잠시 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서로를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발명가+모험가+개혁가+예술가+농부+명상가+작가+철학가의 조합이라야 조금 배울 것이 있다. 지란지교가 가능하다.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내기 전에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열등감이 치료되지 않는다.

강남에서 그런 이상적인 조합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들의 도덕적 열패감은 끝내 치료되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인 분노와 수치심, 복수심이 한국을 나락으로 끌고가고 있다.

‘우리가 최고야. 우리가 주류지. 우리가 원정출산을 하면 다들 따라한다구. 우리가 쪽집게 과외를 하면 다들 흉내내지!’ 하고 과시하는 이유는.. 그것을 표시내지 못해서 안달하는 이유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열패감 때문이다.

한국의 지성들이, 역사의 주류들이, 진짜배기들이 그들을 경멸하는 데 대한 복수심이..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오기로 나타나서..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한국의 진짜 주류, 역사의 주류는 다들 진보진영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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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에게 배우려는 마음을 잃은 것이 그들이 열등의식을 가졌다는 증거다. 진정한 최고라면 당연히 예리한 촉각을 가져야 하고, 그 예리한 촉각은 농부앞에서 여지없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고대접을 받으려고 하고, 최고들과 사귀려고 기를 쓰는 것이 바로 최고사회에 처음 들어선 신입 졸부의 증거다. 그들은 비슷한 인간끼리 모여서 서로를 소모할 뿐이다. 진정 멋지게 사는 것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반응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것 끼리는 반응하지 않는다.포지션 조합이 맞아야 반응한다. 앙상블이 되어야 반응한다. 추사와 소동파가 시범 보인 그것 말이다. 잘 살기가 아니라 멋살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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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열등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스크린을 종횡무진으로 휘젓는 그리기 재능이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작품을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인문적 소양을 반영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칸 영화제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다. 마이클 무어도 받았다는 황금종려상을 그는 받지 못했던 것이다. 스필버그.. 천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한 번도 최고대접을 받지 못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영화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인간에 대한 치졸한 적대감을 드러낸다든가 따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조명이 그 영화의 주제인데 뜬금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장면을 집어넣는다.

갑자기 ‘웬 초딩만화?’.. 벙찌게 되는 장면이 그의 모든 영화에 양념처럼 등장한다. 김기덕도 그런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장점을 살리기 보다 단점 보완하기에 주력하는 듯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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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 류가 붙어 있다. 류는 흐름이다. 흐름이 있다.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이다. 그 시대에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빈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것도 있었는데 그것만 남아서 알려진 것이다.

그 시대에도 스필버그 비슷한 것이 있었을테고 헐리우드 비슷한 것이 있었을테고 양키문화 비슷한 것이 있었을 텐데 싹 지워졌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르네상스가 르네상스의 진짜 모습은 결코 아니다.

1천년 후 어떤 역사가가 20세기를 기술한다면 무엇을 끼워넣고 무엇을 뺄까? 스필버그와 미국식 대중문화는 대거 빠지는 쪽에 속할 확률이 높다. 대중의 열화와 같은 반응은 조금의 가치도 없다.

스필버그는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를 살펴보라.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지워졌나? 16세기에, 17세기에, 18세기에, 19세기에 무수한 스필버그들이 억울함을 당했다.

결국 기록되는 자가 승리자다. 누가 기록되는가? 문화의 양식을 만드는 자가 기록된다. 어떤 양식이 기록되는가? 재현되는 양식이 기록된다. 어떤 양식이 재현되는가? 세상은 전부 이어져 있다. 통째로 있다. 전모를 보면 보인다.

주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제자가 있고, 그 제자가 스승이 하던 일을 물려받아서 스승보다 더 크게 성공시켜야 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클래식에는 그러한 류가 계승되는 시스템이 있다.

무엇인가? 18세기 유럽의 귀족문화는.. 우리가 쇼팽이니 리스트니 하고 배우는 그 배경에는 16세기 르네상스가 있는 것이며 르네상스가 스승이고 18세기는 그 제자인 것이다. 그렇게 통이 이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백년 후, 천년 후 통이 계승된다면 그 통을 미국식 대중문화가 만들까? 천만에! 그들은 결코 스승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 미국식 대중문화는 지금이 정점이고 미래가 없다.

그러므로 기록되지 않는다. 왜? 모든 기록은 항상 제자가 스승을 기록하는 형태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자를 남기지 못하므로 기록되지 못하는 것이다. 왜 제자가 없을까?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류라는 것은 접혀 있는 것을 한 페이지씩 펼쳐내는 것이다. 그 다음 페이지가 있어야 한다. 미국식 대중문화는 그 다음 페이지가 없다. 류가 없다. 그러므로 주류도 아니고 아류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막장이다.

낳음이 있어야 진짜다. 계승되어야 진짜다. 꽃이 피고 향을 전하고 열매를 맺어야 진짜다.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전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양식을 만들어야 그것이 가능하다. 잘살기는 소멸하고 멋살기는 살아남는다. 양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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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고 떠든다면 코메디다. 카네기홀 기획시리즈에 조용필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다. 조용필은 카네기의 손님이 된 적이 없다. 초대받은 적이 없다. 조용필이 돈 주고 그 장소를 산 거다.

가짜다. 사기다. 그런 식의 대관이 가능한 것이 카네기홀의 운영방식이다. 예술의 전당 운영방식은 다르다. 물론 아시아문화 소개라든가 또는 한국교포사회에 대한 대접이라는 관점이 대관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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