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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857 vote 0 2015.05.10 (12:09:43)

    

    창의하는 방법


    창의는 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뭐가 다르지? 에너지의 다름, 짝짓기의 다름, 공간적 방향의 다름, 시간적 순서의 다름, 형태의 다름이 있다. 각각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상품으로 말하면 소재, 기능, 성능, 효능, 외양이다.


    소재의 다름이 기능의 다름보다 5배 더 많이 창의된다. 같은 식으로 기능이 성능보다, 성능이 효능보다, 효능이 외형보다 윗길이다. 외양은 다르게 해봤자 억지에 불과하다. 색칠만 다르게 해놓고 창의했다고 우기는 거다. 안 쳐준다.


    문제는 질-소재-에너지의 다름이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철의 질을 차별화 하려면 일단 용광로가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 생일선물로 용광로 하나 사줘야 겠어요.’ 이런 부모 없다. 졸라 비싸다. 박태준도 못하는 선물이다.


    그러나 일단 용광로가 있다면 창의는 너무나 쉽다. 다양한 합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용광로에 약간의 불순물을 집어넣기만 해도 뭔가 신통한 것이 쏟아져 나온다. 대학의 관련학과라면 용광로 하나 끼고앉아 논문 1만 편 쓸 수 있다.


    진짜 창의는 질의 창의지만 질은 창의할 수 없다. 질의 창의가 가장 쉽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렵다. 용광로만 있으면 되는데 용광로가 없다. 그러므로 쉬운게 어려운 것이고, 어려운게 쉬운 것이며 한국어로는 충분히 나타낼 수 없다.


    현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창의는 가짜다. 장비가 있다면 질이 가장 쉽고 다음 입자, 힘, 운동 순서대로며 양은 창의도 아니다. 장비가 없다면 양이 가장 쉽고 질은 어렵다. 장비가 없더라도 질적인 창의가 가능한 분야도 물론 있다.


    기생충학을 전공한다면 자기 뱃속에 기생충을 키우면 된다. 자기 배를 용광로로 쓰는 것이다. 질의 창의는 발견에 해당되는 것이며, 우리가 보통 발명이라고 하는 것은 입자의 짝짓기다. 발명특허 나와주시는 거다. 돈은 안 된다.


    현장에서 돈이 되는 것은 성능이다. 신제품을 발명한 사람보다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린 사람이 대박낸 경우는 많다. TV도 처음 발명했을 때는 기계식 TV였는데 거지 됐다. 그래서 1등보다 2등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법칙이 있다.


    컴퓨터는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는데 돈은 빌 게이츠가 버는 식이다. 잡스는 기능을 부여했고 빌 게이츠는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건 돈을 쓸어담는 거다. 왜냐하면 성능은 힘이고, 힘은 관절이고, 관절은 뾰족한데 좁은 관문이 있다.


    입자는 짝짓기라서 반드시 우회로가 있다. 어깨너머로 보고 아이디어를 훔친 사람이 비슷한걸 만들어놓고 특허 따는 수가 있다. 이번에 난리난 백수오도 원래는 하수오 짝퉁인데 하수오가 잘 없으니까 비슷한 걸로 대체하는 거다.


    입자는 아이디어가 소용되지만 성능은 장비가 필요하다. 공장을 먼저 지은 사람이 다 먹는 경우인데 YKK의 지퍼가 대표적이다. 지퍼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데 기계값이 30년 전에 50억이었다. 지퍼값이 싸서 장비값 못 뽑는다.


    그런데 진짜 큰 돈 버는 대악당들은 효능을 창의한다. 포드시스템과 같은 거다. 하청업체 쥐어짜기다.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 기업을 만들어놓고 전 세계를 지배한다. 가격공세로 경쟁자를 싹 죽여버리고 혼자 독식한다. 무엇인가?


    효능단계로 가면 창의는 너무나 쉬운데 문제는 다른 사람의 창의를 방해하기도 쉽다는 거다. 그래서 광고공세로 경쟁자를 죽이는 방법이 먹힌다. 덤핑을 치는 방법도 있다. 이 단계의 창의는 사실상 경쟁자 죽이기다. 코카콜라다.


    나이키도 비슷하다. 콜라나 신발은 사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후진국에 공장을 차려놓고 세계적인 스타를 광고모델로 쓰면 전 세계의 돈을 다 빨아먹을 수 있다. 진짜 돈 버는 사람은 효능을 쓴다. 그런데 대개 욕 먹는다.


    삼성도 애플이나 소니가 창의한 것을 베껴서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광고공세,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전략이다. 코카콜라나 나이키의 전략을 쓰는 것이다. 외양의 창의는 창의도 아니다. 그냥 조잡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안 팔린다.


    똑같은 나무열매를 몸에 좋다고 사기쳐서 팔아먹는 식이다. 여기서 질이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렵다. 질이 가장 가치가 있지만 재벌들은 운동을 쓴다. 질 보다 입자, 입자보다 힘이 창의하기 쉽지만 힘은 장비가 있어야 먹힌다.


    운동은 마케팅의 힘이다. 창의이나 창의로 보기 어렵다. 양은 주로 패션에서 볼 수 있는 반짝 아이디어인데 유행을 탄다.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옷이라면 질, 입자, 힘, 운동이 다 나와서 남은건 양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질, 입자, 힘, 운동, 량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지 않고는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냥 다양성이다 획일성이다 하는 단어로 나타내려 한다면 터무니없다. 획일적인게 알고보면 다양하고 다양한게 획일적이다.


    ◎ 질 – 소재의 차별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다. 창의는 너무나 쉽다. 단 용광로와 같은 장비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없어도 된다. 무한에 가깝게 창의할 수 있다.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다. 거액을 벌 수 있으나 다음 단계가 필요하므로 실제로는 돈을 못 번 사람이 많다. 테슬라의 교류전기 발명이다.


    ◎ 입자 – 기능의 차별화. 둘을 결합하여 새로운 쓸모를 찾아낸다. 흔히 말하는 발명이 입자다. 아마추어도 할 수 있으나 제품화까지 못 가서 재벌에게 뺏기는 수가 있다. 재빨리 특허를 내고 권리를 챙기면 거액을 번다. 혼자 하면 안 되고 시스템을 만들어 규모를 키워야 한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이다.


    ◎ 힘 – 성능의 차별화.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린다. 대기업이 전문가를 고용하여 첨단제품을 만들고 고가전략을 쓴다. 일반인은 장비가 없어서 할 수 없다. 과거 소니를 비롯하여 일본기업이 잘 하던 일이다. 지금은 부폼사업으로 몰락했다.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좋아지는 무어의 법칙이 예다.


    ◎ 운동 – 효능의 차별화. 제품의 가격을 낮춘다. 재벌이 마케팅을 장악하고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방법이다. 돈은 재벌이 벌지만 실제로 운동의 혁신은 하청기업에서 일어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재벌이 하청기업을 지배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 삼성이 하는 짓이다.


    ◎ 량 – 외양의 차별화. 디자인을 바꾼다. 옷이나 악세서리 상품의 외양을 슬쩍 바꾼다. 유행을 타므로 치고빠져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별 의미가 없다. 이 분야도 재벌이 붙으면 광고공세로 시장의 트렌드를 조작하여 제압할 수 있다. 일반인의 창의를 물먹일 수 있다. 의류 디자이너들의 신상품 창의다.


    구조는 복잡하나 흐름이 있으므로 잘 살펴보면 한 줄에 꿰어진다. 질이 좋지만 완제품이 아니다. 입자까지 가야 제품이 되고 힘까지 가야 쓸만해진다. 전기가 좋지만 돈은 전자가 번다. 테슬라가 질이면 에디슨은 입자다.


    돈은 에디슨이 벌었다. 마쓰시다는 질로 돈 벌었는데 흔치 않은 사례다. 결론은 팀플레이다. 좋은 창의일수록 혼자 먹으려다가는 망하고 드림팀을 만들어야 돈이 된다. 그런데 발명가들은 대개 괴팍해서 팀을 못 만든다. 


    에디슨은 좋은 팀을 만들어놓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제것으로 만들었다. 골방의 괴짜 발명가들은 결국 특허까지 못 가고 에디슨 좋은 일 한 것이다. 질의 창의가 가장 어려우나 발상의 전환을 하면 오히려 질이 쉽다. 


    질이 어려운건 용광로 때문인데 자연 용광로가 있다. 남이 못 가는 남극에 혼자 가면 백만가지 창의를 독점한다. 스콧이 아문센에게 밀렸지만 남극에 과학자를 데려가서 좋은 데이터를 수집해 놓았기에 위인전에 실렸다.


    알렉산더도 학자를 데리고 인도에 갔기에 기록을 남겨서 인정받는 거고, 징기스칸도 아랍의 기술자를 데려와서 남송을 칠 수 있었다. 기술자를 데리고 남이 못 가는곳에 가기만 하면 된다. 창의는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혼자 골방에서 납땜인두로 무얼 만들겠다는 식의 창의력 교육은 쓰잘데기 없는 거다. 그거 잘 안 된다. 창의는 시스템 건설과 동반되어야 하며 결국 신천지를 찾아 바깥으로 나가야 되는 것이다. 우리는 창의를 오해한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안 된 전두환 때 부자들은 쉽게 돈을 벌었는데 그냥 일본에 가보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20년 후니까 돈이 딱 보인다. 물론 지금은 일본이 망했지만 그때 그시절은 그랬다. 



    DSC01491.JPG


    창의란 결국 시스템의 건설이며 세력화이며 팀플레이입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사람을 모으는게 먼저입니다. 창의는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큰 산을 넘어가는 것입니다. 혼자는 갈 수 없고 무리를 이루고 역할을 나누어야 합니다. 뛰어난 인재보다 그 인재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수호지로 말하면 급시우 송강과 같은 조율사입니다. 흑선풍 이규와 같은 분위기 메이커도 필요하죠. 그런데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은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어서 인재의 마음을 뺏을 수 없게 합니다. 망하는 거죠. 공부 잘 하는 사람보다 데모 잘 하는 사람이 창의합니다. 옛날 운동권들 뭐하나 보니까 다들 벤처하고 있더군요. 

   


[레벨:11]큰바위

2015.05.11 (21:16:12)

구조론 용광로에서 구조론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구료. 

의사결정학도 못읽었는데, 쉬운구조학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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