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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740 vote 1 2014.02.18 (23:01:48)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논어 전체를 개괄하는 첫 페이지 첫 단락이다. 이 안에 다 있다. 무슨 뜻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시작은 동기부여다. 학문의 동기는 어떻게 부여되는가?


    공자 시대에는 유교가 아니라 유가였다. 유교는 한나라 이후 불교의 영향을 받아 형이상학을 보강하여 종교화 된 것이다. 가家는 가족과 같은 패거리다. 가르치는 내용보다는 패거리에 주목해야 한다.


    마침내 일가를 이루어 세력화 되었다. 당시는 칼쓰기, 마차운전, 점치기, 활쏘기 따위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쳤는데, 공자가 이상한 것을 가르치니까 사람들이 '니들 돌았냐?' 하고 비웃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한 배경을 모르면 이 말의 참뜻을 알 수 없다. 학문은 임금을 위한 봉사가 목적인데, 공자 역시 처음에는 임금에게 투신하여 입신할 목적이 있었으나, 계속 짤렸다.


    본의아니게 실용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학문 자체에 목적을 둔 학문을 하게 되었다. 공자 이전에도 학문은 있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공자로부터 시작된다. 왜 학문을 하는가? 취업이 목적이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유붕이 찾아온다는 것은 세력을 만든다는 거다. 군자란 그 세력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학문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왜 학문을 하는가? 불역열호아라. 학문이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학문이 재미없다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은 학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등반가에게 묻는다. 왜 산에 오르는가? 산에 오르는게 재미가 있어서 오른다고 대답하면 곤란하다.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말도 가당치 않다. 말이 되남? 산에 오르는 것이 재미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사람은 재미가 없어지는 지점에서 오르기를 멈춘다. 재미없어도 해야하는게 학문이다.


    학문은 학문 자체의 내재한 논리를 따라가는 거지, 그게 인간의 선택사항은 아니다. 재미로 학문을 하는 것은 소승적인 관점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면 내가 해야 한다.


    지하철에 사람이 떨어졌는데 아무도 구하지 않고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대승적인 관점이다. 출세나 성공을 목표로 학문하면 가짜다. 학문하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해도 가짜다.


    우리가 진리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진리의 호흡이 인간에 반영되는 것이다. 진리의 나와바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왜 학문을 하는가? 처음 시작은 동기부여다. 자기 내부에서 동기를 찾는다.


    재미가 있다? 보통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러나 진짜는 아니다.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다른 목적이 부여된다. 처음에는 물론 재미가 있지. 처음에는 안현수도 재미가 있어서 스케이팅을 했을 거다.


    처음에는 인간이 학문을 하지만 나중에는 학문이 인간을 작업한다. 처음에는 내면의 불역열호로 시작하지만 유붕이 자원방래하기 시작하면 군자 포지션에 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인의는 공자의 사상일까? 자비는 석가의 사상일까? 사랑은 예수의 사상일까? 천만에! 장난하자는 건가? 심지어 공자가 충효를 가르쳤다고 우기는 등신도 있고 석가가 윤회를 가르쳤다는 자도 있다.


    예수가 원죄를 가르쳤다는 해괴한 언동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지혜를 가르쳤냐고. 그게 말이나 되남?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공자가 무엇을 가르쳤다고 말하는 그 자체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거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별로 가르친게 없다. 가르치려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석가가 가르쳤다는 것도 대개 옛날부터 있던 바라문교 이야기다. 자비나 사랑이나 인의나 충효나 이런건 개나소나 다 한다.


    그런 가르침은 구석기 시절부터 있었다. 그게 왜 소크라테스, 예수, 석가, 공자의 가르침이 되느냐고. 실제 유교와 도교가 극렬하게 대립한 지점은 전혀 다른데 있다. 그런 진짜배기를 논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를 비판한 소피스트다. 여기서 피가 튀고 살이 부서지는 거다.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먹힌 이후 십수인의 매국노 귀족들이 압제를 했는데 그 중에 소크라테스 제자가 여럿이었다.


    스파르타가 지배하던 시절의 과두정치를 혐오한 민중들이 그 우두머리격인 소크라테스를 제거한 것이다. 그런데 매국노들은 왜 소크라테스를 추종했을까? 플라톤의 국가론에 변명이 씌어져 있다.


    그들은 무지몽매한 시민들과 다른 특별히 우월한 자들이며 우월한 자들의 지배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자의 군자론을 떠올릴 수 있다. 소피스트들의 변론술은 상당히 실용적인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실용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순수 지혜를 추구했는데 그것은 지혜 그 자체의 완전성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민중 위에 군림한 우월주의자 매국노 귀족들의 주의를 끌었다.


    플라톤 역시 그 우월주의자 귀족청년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결론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실용적인 도구로서의 기능적인 학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학문과 지혜 그 자체의 결을 따라간 것이다.


    그는 진짜를 찾는데 관심이 있었다. 광장에서 두리번거리며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너 진짜야?’하고 캐물었다. 결국 진짜는 아무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가 유일한 진짜다.’ 하고 선언했다.


    깝치다가 죽었다. 전하는 바로는 ‘무지의 지’, 그러니까 ‘나는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똑똑하다.’고 말했다는데 이런건 언어유희다. ‘너 자신을 알라.’ 이건 소크라테스 말이 아니다.


    어느 신전의 돌기둥에 씌어져 있던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지혜’가 그 자체로서 우월하다는 사실을 주장한 것이다. 쓸모나 기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발견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지혜, 곧 문제해결의 방편으로 문제에 종속된 지혜를 알았지만 이건 발명에 가깝다. 발견된 지혜는 문제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존재자다. 그래서 보편성을 가지므로 세력이 형성된다.


    예수 역시 마찬가지다. 원죄니 이런건 예수와 상관없는 것이고, 사랑이라니 이런 말은 뒷집 강아지도 하는 것이다. 공자의 학문, 소크라테스의 지혜와 같이 예수는 보편적인 의미로서의 신을 말했다.


    유대교는 전도를 하지 않는다. 유태인의 신은 보편성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는 신과 인간이 연결된 존재임을 말한 것이다. 공자의 군자나 소크라테스의 철인은 집단 안에서 어떤 대표성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예수의 신은 인간에 의해 대표된다. 예수는 신의 의사결정권을 인간의 손에 쥐어준 것이다. 물론 개신교 목사들은 반대로 해석한다. 인간에게 결정권이 없고 신에게 복종하라고 한다.


    거짓말이다. 개미는 페로몬을 뿌리는데 여왕개미의 페로몬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서는 모두가 여왕개미가 된다. 개미는 자신을 여왕개미의 신체일부로 파악하는 것이다. 개미는 두려움이 없다.


    예수 역시 그러하다. 신의 본질적 의미는 의사결정에 있다. 우주가 하나의 통합된 의사결정 단위이며, 어떤 의사결정의 지점에서 한 개인이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보편성이다.


    석가 역시 마찬가지다. 자비가 어떻고 이런건 그냥 폼으로 하는 소리다. 석가가 자비를 말 안해도 제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같다붙이지 않겠냐고. 깨달음의 의미도 의사결정 측면의 신분상승이다.


    공자의 군자, 소크라테스의 철인, 예수의 목자, 석가의 부처는 집단을 대표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며, 그러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고유한 생명성을 가지는 것이다.


    공자,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 노자들은 아무 것도 가르친게 없다. 뭔가 배웠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그들은 위대한 발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의사결정능력-의사결정법칙이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은 대표성이다. 그러한 대표성의 획득에 필요한 것은 세력화다. 이에 인간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꾀하게 되었으며 그 의사결정그룹에 들기를 희망하였다.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둥, 산이 좋아서 오른다는둥 개떡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된다. 바보냐? 호연지기는 대표성이다. 인류 중에 누가 올라야 하는데 나밖에 없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실제로는 인류가 하는 것이다. 내가 올라도 인류가 오르는 것이다. 암스트롱이 가도 인류가 가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성을 표상하는 군자, 철인, 목자, 부처 개념이 있다. 


[레벨:10]다원이

2014.02.18 (23:24:23)

슬슬 漢字 들어와 주십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4.02.18 (23:39:29)

불교가 뭔지도 모르고 하여간 고딩 때였나 가장 좋았던 말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였다.


멋있잖아!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유아독존을 만나고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2.19 (00:09:09)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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