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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426 vote 0 2014.02.05 (17:25:43)

 

    결정하는 자가 이긴다


    과감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을 주저하고 자신없어 한다는 점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야바위나 다단계나 겜블러들은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적 허점을 역으로 찌른다. 심지어 야바위꾼도 믿으려고 덤비는게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야바위가 주는 어떤 정보를 믿고 거기에 의지하여 판단하려다가 당하는 것이다. 자신이 정보를 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


    몬티홀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어떤 사람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사회자는 3번 문을 열어서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으로 선택을 바꾸겠느냐고 묻는다. 이때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사실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다. 가위바위보는 늦게 내는 사람이 이긴다.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획득한 다음에 선택하는게 유리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몬티홀 딜레마를 ‘선택을 바꾸는 문제’로 착각한다는 데 있다. 선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을 늦게 하는 문제’다. 최후에 선택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처음 사회자가 번호를 선택하라고 하면 일단 선택하는 척 한다. 그냥 아무 번호나 찍는다. 그러나 이건 잠정적인 조치일 뿐 아직 선택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반드시 번호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경마장에서 베팅을 할 때도 경마꾼들은 최대한 늦게 선택하려고 불법경마인 맞대기를 찾는다. 다른 사람이 몇 번 마를 선택했는지를 참고하여 자신의 판단을 수정한다. 막판에 배당률이 떨어지는 말이 있다면 그 말에 대해 어떤 정보가 나돌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몇억씩 불법적으로 베팅하는 큰손들은 자기네가 먼저 베팅하면 배당률이 낮아지므로 사람을 풀어서 최후의 순간에 베팅하는 방법을 쓴다. 큰손들의 선택을 보고 최후의 순간에 선택하면 된다.


    쇼의 사회자는 처음 세 개의 선택지를 줬다가, 다음 하나의 선택지를 제거한다. 사회자는 답을 알고 있으므로 항상 자동차가 없는 문을 열어보인다. 여기서 추가정보를 주는 것이다. 당연히 추가정보를 얻은 다음에 선택해야 한다. 그러므로 몬티홀 딜레마의 정답은 무조건 선택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은 선택을 바꾸는게 아니고 지금 선택하는 것이다. 정답이 알려져서 쇼는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한번 마음을 정하면 잘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바꿔야지 그걸 판단하고 있다는 말인가? 무조건 나중 판단하는게 낫다는 것은 인생에서 무수히 경험하지 않는가? 축구시합의 승부차기라고 하자. 키커는 골키퍼의 동작을 보고 차는게 좋다. 골키퍼는 키커의 동작을 보고 몸을 날리는게 낫다. 무조건 나중 판단하는 자가 이긴다.


    사람들은 과감한 의사결정을 못한다. 망설이고 주저한다. 왜 못할까?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을 유의미한 데이터로 만들고자 하는 ‘의사결정 관성의 법칙’이 있다.


    경마장에서는 무작정 우승마를 맞추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어떤 법칙을 사용해서 맞추어야 한다. 경마꾼들은 다양한 베팅법칙을 만들어내는데 그게 다 어리석은 짓이다. 심지어 로또에도 법칙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물론 전혀 법칙이 없는건 아니다. 유일한 로또의 법칙은 남들이 잘 선택하는 번호는 맞춰봤자 배당이 적다는 것이다. 7번, 17번, 27번, 37번으로 선택하면 이게 행운의 번호라서 맞춰봤자 배당이 적다. 의미있는 번호는 회피하는게 좋다.


    사람들이 법칙을 숭상하는 이유는 만약 맞으면 다음에 또 써먹을 생각 때문이다. 자기 뇌를 덜 괴롭히려는 것이다. 되도록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되도록 생각을 안하려 하고 의사결정을 회피하는데 경마가 잘 될 리가 있겠느냐고.


    의사결정의 법칙은 그냥 결정하기 편한대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뇌를 덜 수고롭게 하는 쪽으로 결정한다. 우연히 우승마를 맞추면 1년의 운을 다 빼먹은 것 같아서 불안하다. 차라리 꽝이 되어서 액땜한 걸로 치는게 낫지 싶다. 우연히 맞춘게 아니고 뭔가 징조가 있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틀린 선택을 계속 밀어붙인다. 틀렸다면 확실히 틀렸음을 확인하고 싶은 거다. 그 경우 틀렸어도 인생의 교훈으로 삼을만한 의미있는 데이터가 되니까.


    이 심리를 역으로 찌르고 들어가면 된다. 상대방이 먼저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훼이크를 써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면 상대는 공연히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낚이는 거다. 그냥 아무런 정보라도 제공하는게 좋다. 상대방을 교란할 수 있다. 카드게임이라 치자. 공연히 코를 문지른다. 상대방은 그것을 의미있는 신호라고 여기고 거기에 홀려서 한 눈을 판다. 교란작전이다. 승부차기도 그렇다. 골키퍼는 키커의 눈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본다. 오른쪽을 보고 왼쪽으로 차면 된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이 먼저 선택하는 척 해서 실제로는 상대방이 먼저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자신은 가장 늦게 선택하는게 현명하다.

   



    박지성과 홍명보의 얽히고 설킨 논란에도 사람들의 의사결정 회피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최후의 순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무엇이 두렵다는 말인가? 결정하는 자가 이긴다. 


    보수주의는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는 심리다. 그들의 시장만능주의나 엄격한 법집행 주장은 현장에서 임기응변하는 유연성을 부정하고 남탓이나 일삼으며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것이다. 진보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만능주의든 뭐든 어떤 한가지 만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비겁한 것이다. 수요측면과 공급측면, 당근정책과 채찍정책 중에서 하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승부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장에서 눈을 떼지 말고 적극적으로 작전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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