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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741 vote 0 2014.01.17 (18:53:59)

 

    “인류는 항상 적을 필요로 한다. 미국은 수많은 범죄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내용을 여러번 말했는데, 추가설명 요청이 있어서 글을 보탭니다.


    ###


    집단이 미지의 위험에 대처하려면 정기적으로 소집훈련을 해야한다. 그 이전에 충분한 긴밀도로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처음 집단을 만들고 소집하자면 그 과정에 막대한 귀차니즘 비용이 발생한다.


    문명사회에는 이미 집단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이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지만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같은 장면이라면 다르다. 성찰이 필요하다.


    집단의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소집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며, 훈련되지 않은 집단에 있어서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용이하게 소집하는 방법은 물질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70년대라 치고, 월남에 돈벌러 가자고 꼬드기면 우르르 모여든다. 이때 제공되는 이득은 소집과정에 소비되는 귀차니즘 비용을 능가하는 충분한 이득어야 한다.


    이득을 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거짓말로 둘러칠 수 밖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피해를 막아준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가상적의 설정이다. 조폭이면 경쟁관계에 있는 조폭의 행패를 막아준다고 둘러대는 방법을 쓴다.


    집단이 의사결정할 현안이 없으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다. 의사결정능력을 잃은 집단은 망한다. 태평성대를 누리다 침략당한 조선왕조와 같다. 집단은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쉬지 않고 전쟁을 한 못된 나라가 흥하는 예가 많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물적 심적 비용이 들고, 비용부담은 현찰을 소모시키고, 현찰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질 리 없으므로, 가상현찰을 발생시켜야 하며, 가상현찰은 가상적을 막는다는 거짓말의 형태로 조달된다.


    ◎ 인간은 집단 단위로 의사결정을 한다. 

    ◎ 집단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소집되어야 한다. 

    ◎ 집단의 소집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 비용을 아끼려고 소집을 그만두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다. 

    ◎ 정기 소집훈련을 하지 않은 집단은 의사결정능력 상실로 멸망한다.


    ◎ 민주주의는 의사결정능력유지를 위한 정기 소집훈련이다. 

    ◎ 비민주 집단은 본능에 기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소집훈련을 한다. 

    ◎ 소집 주체는 귀차니즘 비용을 초과하는 이득을 제시해야 한다. 

    ◎ 이득으로 제공할 돈이 없으므로 거짓말로 둘러쳐서 충당한다.


    ◎ 거짓말은 가상적을 만들고 적을 막아주는 이득의 형태로 제시된다. 

    ◎ 만약 이러한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으면 자신이 적당이 되어 괴롭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그 사회의 실체는 모호하다. 가족이나 부족은 잠정적 존재이며 가족단위, 부족단위 문제가 불거져야 비로소 기능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가족도 없고 부족도 없다. 혹은 그 존재가 희미하다.


    평소에 집단의 구성원간 결속은 긴밀하지 않다. 쓰나미가 덥쳐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게 된다. 집단이 위기 앞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려면 충분한 소집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인간은 이득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적을 만들어내는 본능이 있다. 적이 있어야 긴장하고 긴장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사용하기 위해, 혹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집단에 긴장을 불어넣으려 하며 그 방법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대칭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이야 어떻든 일단 대칭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판단보다 일단 판단을 경험해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만한 사회라면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미적거리기보다는, 점을 치거나 심지뽑기로 판단하는게 낫다. 옳거나 그르거나 간에 무조건 판단을 많이 하는게 유리하다.


    물론 문명사회에서 이런 식은 곤란하다.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덥치는 판에 도쿄전력 사장이 심지뽑기를 하거나 혹은 점장이를 찾는 방법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그러나 원시사회라면 점을 열심히 치는 그룹이 과단성있게 행동하여 미적대는 그룹을 이긴다.


    동전이 뒤집어져서 점괘가 나오는 장면을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다. 공격하자고 했는데 후퇴하자로 잘못 알아듣고 군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멍청이들이 어디나 있으니깐.


    대칭원리에 따른 가상적 만들기는 게임이나 스포츠 놀이나 학습에서 두루 관찰된다. 공부를 해도 ‘이 때려죽일 영어단어놈’ 하고 하나씩 때려잡는 학습법이 효과가 있다. 인류가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자신과 집단을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에 가둬두려는 것이다.


    이 원리는 게임, 경쟁, 시장, 전쟁, 정치, 오락, 도박, 문화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된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긴장을 조달하려고 하는 사람은 마녀사냥을 획책한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긴장을 조달하는 방법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도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비용에는 선거에 드는 현찰 뿐 아니라 관심을 쏟아야 하는 심리적 비용까지 포함된다. 특히 정치시스템의 작동방식을 모르고 지능이 떨어지는 일베충들에게 민주주의는 납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들은 확실히 민주주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차라리 동던을 던지는게 낫지.


    가상적 만들기, 왕따시키기, 이지메하기, 증오하기, 점치기, 내기걸기 등은 지능이 떨어지는 자들이 자신과 집단을 긴장시켜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는데 쓰는 방법이고 민주주의하기, 축제하기, 예술하기, 창의하기, 경쟁하기, 놀이하기, 사랑하기는 지능이 높고 사회관계가 긴밀한 집단에서 자신과 집단을 긴장시키는 방법이다. 어떻든 인간과 집단은 긴장된 상태에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1.17 (21:10:12)

너무나 감사합니다. 

1.그런데 아직도 민주주의하기가 어떻게 집단을 긴장시키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점치기 대신에 투표라는 좀더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인 것인가요?
민주주의하기, 축제하기, 예술하기, 창의하기, 경쟁하기, 놀이하기 사랑하기가 좋은 것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것이 집단을 긴장시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매우 안정되고 민주적인 북유럽은 그렇다면 어떻게 사회집단을 긴장시키고 있는것인지요?

3.의사결정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 전쟁을 제외시킨다면 -한미 FTA하자, 남북경제협력하자, 희토류도 파내자, 러시아 가스 가져오자 등의 의사결정거리들을 만들어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해 나가는 것은 모범답안이 될 수 있겠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1.17 (21:29:17)

1. 민주주의는 감시와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건 매우 신경질적인 것이며, 다들 꼬투리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에서 정치하려면 성직자가 될 각오를 해야합니다.

한국은 성직자도 개판이지만. 


2. 북유럽 역시 아주 사소한 것까지 까탈을 잡습니다.

독일이라면 자전거 타는 데도 면허를 따야했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고

사소한 집수리 같은 것도 시에서 나온 사람이 일일이 간섭을 한다더군요.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미쳐버릴 거.


3. 문제해결보다 시스템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단지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면 폐쇄, 고립, 격리, 단절, 회피가 낫지요. 

문제해결능력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적극적인 선제대응이 필요하구요. 


###


민주주의는 힘의 균형이 작동하고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는 아주 사소한 문제, 작은 것으로 승부가 납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예민한 상태, 피곤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스위스만 해도 지금까지 국민투표를 500번 넘게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전 국민이 열나게 토론을 하는 겁니다.

명박이면 그냥 불도저로 밀어버릴 텐데. 


긴장이라고 하니 전쟁상태를 생각했을 수 있는데

노무현의 깨어있는 시민.. 깨어있는게 긴장타는 거죠. 

민주주의는 언론, 시민단체, 야당이 감시하기 때문에 긴장 타야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1.17 (22:02:26)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단은 긴장이 필요한데 결국 민주주의는 건강한 방향으로 긴장을 유발한다고 보면 될듯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1.17 (23:38:40)

집단에 긴장이 필요한건 군대 가보면 알게 되죠. 

군대나 나사가 풀리면 일반 사회보다 사고가 더 많이 납니다.

일반사회는 목적이 있으므로 자기 역할을 하다보면 적당한 긴장이 유지됩니다.

군인들은 전쟁이 없으면 목적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치거나 부러지거나 뭔가 터져요.

졸라게 갈궈서 얼차려하고 긴장시켜줘야 겨우 시스템이 돌아가는 거.


우리 사회는 매우 허약한 조직입니다. 

가족? 친구? 우정? 애국? 신뢰? 웃기지 마세요. 한 순간에 깨집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집단적인 일거리를 만들어서 시스템을 돌려야 합니다.

긴장을 유지하게 하는 축제, 선거, 게임, 스포츠, 문화, 강연, 회합, 경쟁이 필요한 것입니다. 

부단한 접촉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간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나사를 조여주는 것과 같지요. 

그냥 가만 있으면? 일본 보세요. 후쿠시마가 터졌는데도 나사가 풀려서 

어버버버 하다가 방사능 하나 못 막고. 이게 전형적인 후진국 모습입니다.

일본이 앞서가는 선진국이라는 환상은 철저하게 깨진 거죠.

그러다보니 아베의 극우캠페인. 미친 거.


긴장은 주로 외부충격 형태로 조달되는데 외국과 쌈을 걸어서 

한국, 미국, 중국한테 돌아가면서 싸대기 맞고 정신차리려는 본능의 작동. 

학교에서 좀 비뚤어진 애들이, 오히려 더 큰 사고를 쳐서 선생님과 급우의 피드백을 보고 

그 되돌아오는 반응으로 자신을 다잡으려는 그런게 있죠.이런 놈은 패줘야 함. 

안 패주면 나중에 아빠가 그때 날 안때려서 내가 비뚤어졌잖아요 하고 원망함.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1.18 (00:23:31)

자대 배치받는 신병은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게 일을 시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예 딴 생각을 못하게 하면 사고가 안나는데 여유를 주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사고를 치게 되더군요.

이게 옳지는 않지만 작동은 한다는 걸 분명히 인식했고, 과연 대안은 뭘까 고민했었네요. 


축제, 선거, 게임, 스포츠, 문화, 강연, 회합, 경쟁을 통한 긴장주기도 이제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아베의 극우캠페인이나 박근혜의 민영화 같은건 긴장을 주려는 건 맞는데 나쁜 긴장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아베스러운게 아닌 국가단위의, 국가간의 긴장에는 어떤게 있을까 또다시 궁금해집니다. 

학교의 불량학생 비유는 동렬님을 통해서 많이 듣기는 했는데 

선생님께 "야~ 이놈아! 그러면 안돼! 정신차려야지!" 라는 말을 들으려는 본능인 것이겠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1.18 (01:18:39)

무엇이 옳은지 안다해도

실제로 올바른 쪽으로 돌아서는 것은 


담배끊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런 것도 해봐야 아는 거죠. 


도덕시간에 막연히 이것이 옳다고만 가르치지

실제로 옳은 행동을 하는 연습은 시켜주지 않습니다.


모두가 YES 할 때 NO 하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전교생이 줄을 서 있을 때 줄 밖으로 혼자 걸어나가는 정도. 


나쁜 행동을 해서 좋은 쪽으로 돌아서는 계기를 만들려는 

불량청소년의 행동은 흔한 거죠. 


자신을 제압하는 강자를 만나 의존하려는 심리.

이런 놈은 체육선생이 힘으로 제압해야 말을 듣습니다.


국가간의 긴장은 만델라 장례식때 90여개국 정상이 모인 거죠.

옛날에는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이었을테고. 요즘은 정상회담.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1.18 (05:15:59)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많이 늘었습니다. :-)

[레벨:8]상동

2014.01.18 (10:40:30)

인간은 본능적으로 환경의존적입니다. 

잘못된 결과에 책임지기 싫기 때문에 잘되면 내탓 못되면 조상탓이 본능입니다.

그래서 적극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왕을 만들고 왕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비난합니다.


민주주의란 이런 본능에 역행합니다. 그래서 자유죠.

잘못된 결과에 책임지자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모두가 내탓입니다.

적극적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결정하려니 본능을 넘어서려니 스트레스가 많아집니다.

민주주의하기는 긴장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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