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병사들이 있기에 그만큼 넉넉한 배를
준다면 오나라를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채모의 항복으로 예상보다 많은 배를
병사들에게 배분할 수 있었다.
많은 수의 배는 그만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유리하므로 결국 승리는 화룡점정에 불과할 것이라
장담했었다.
하지만 바다처럼 드넓은 강 위에 뜬 위풍당당한 배들은
위태롭게 흔들거렸고 그 위에서 토하고 멀미하는 위나라
병사들은 훈련하다가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다.
이래선 수상전투는 커녕 물고기 한마리 잡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조조의 마음엔 그의 앞을 가로막은 또다른 적벽이
쿵하고 내려앉은 듯 무겁기만 했다.
"연환계를 쓰면 됩니다."
그때 추한 인물의 남자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순간 조조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의 외모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다. 작은 배보다 큰 배가 덜 흔들리듯 배들을
서로 연결해 커다란 배로 만든다면 이는 육지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정말이지 신통방통한 묘수였다.
게다가 그 남자의 이름은 방통이란다.
조조는 그 즉시 연환계를 실시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연환계로 단단히 묶인 배들은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고
골골대던 골나라 병사들은 다시 파죽지세의 위나라 군단의
위세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이 전투는 볼 것 없다. 조조는 확신했고 동남쪽에
있는 적진을 향해 파안대소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제갈량은 빙그레 웃으며 남동풍으로 화답한다.
그러자 수많은 배들이 불타기 시작했고 조조는 서둘러
배를 연결하고 있는 쇠사슬을 끊으라고 명한다. 하지만
쇠사슬을 끊자 배들은 다시 춤추기 시작했고 물에 익숙한
오나라 병사들은 칼춤을 추었고 물에 익숙하지 못한 위나라
병사들은 난간을 붙잡고 말춤을 추었다.
어차피 불타 죽으나 토하다가 물에 빠져 죽으나
매한가지일 뿐이였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조조는 술안주로 들고 있던 닭갈비를
바라보며 또한 번 계륵을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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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학생들이 있기에 그만큼 다양한 역사적 사관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민주주의 발달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금지되었던
식민사관까지 등장해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역사적 사관을
교과서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사관의 역사교과서는 그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인재풀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장담했었다.
하지만 거친 입시의 바다 위에서 이미 토나도록 공부하고
멀미나도록 공부했던 학생들에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다양한 사관의 역사교과서는 혼돈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이었다.
때문에 학생들은 '가르치는 이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배우는 이의 선택의 자유' 또한 보장하라고 외치게 된다.
이러한 시위라는 이름의 다양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종북이라는
또다른 혼돈의 이름으로 인식한 그네들은 이래선 다양한 인재풀은
커녕 입시조차 제대로 치를수 없다고 판단한다.
"국정교과서를 만들면 됩니다."
그때 한 머리 큰 남자가 새누리 당사 안으로 들어오며 말한다.
순간 그네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건 단지 공천 문제때문
만은 아니었다.
그렇다. 다양한 역사교과서 때문에 학생들이 반발하는 거라면
하나의 역사교과서로 통합하면 될 일이었다.
정말이지 뒤통수를 맞을 반대세력을 생각한다면 고소한 비책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이 강용석이란 인물도 고소를 잘한다고 들었다.
그네들은 즉시 국정교과서를 추진한다. 예상대로라면 국정교과서라는
단단한 사슬에 묶이면 당장 입시가 급한 학생들은 더이상 흔들리
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것이고 입시교육에 있어 일본을 압도하는
한국의 위상을 되찾게 될 것이다.
이제 이 논쟁은 볼 것도 없다. 그네들은 확신했고 동남쪽에
있는 적진을 향해 파안대소를 흘려 보냈다. 그러자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내쫓듯 '이라믄 안되는 거잖아요.'를 외치는
죽은 그의 변호인이 빙그레 웃으며 천만 돌풍으로 화답한다.
그러자 수많은 촛불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네들은
서둘러 국정교과서라는 사슬을 끊으라고 명한다. 만약 사슬을
끊는다면 병사들은 토하고 멀미하며 혼돈에 빠질 것이고 그렇다면
혼돈보다는 안정을 택할 병사들이 다시 그네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친일이나 종북이나 매한가지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적진을 바라보고 있던 죽은 그가 고개를 돌려
고기를 뜯으려던 그대의 손에서 닭갈비를 빼앗으며 묻는다.
"그대는 오나라 사람인가? 아니면 위나라 사람인가?"
잠시 당혹해해도 괜찮다. 멍하니 넋을 놓아도 괜찮다.
하지만 대답은 언젠가 꼭 해야한다.
그렇다면 그대의 대답은 무엇인가?
강변
쫌 나아졌나 했더니
본색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한판
변은 다 변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