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0691 vote 0 2008.08.20 (19:05:55)

류시앙의 고독

누구든지 영웅이라는 대본이 주어지면 그 배역을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인격이고 깨달음이고 도(道)이고 지성이다. 이는 필자가 노상 강조하는 바다.

그러나 류시앙에게 주어진 대본은 가혹한 것이었다. 류시앙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영웅을 연기하도록 강요받았다. 이런 식이면 삶이 피폐해진다. 그래서는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삶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한다. 영웅의 삶 따위는 없다. 영웅밥도 없고 영웅떵도 없고 영웅방귀도 없다. 인간은 다 똑같다.

다른 것은 어떤 결단해야 할 순간에 결단할 수 있느냐 뿐이다.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 결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상황을 당하여 과연 지금이 그 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인격의 수련이 필요하고 깨달음이 필요하고 지성이 필요하다. 관심이 필요하고 주시가 필요하다. 긴장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한국의 연예인들은 모범적인 생활편을 연기하도록 강요받는다. 소속사라는 이름의 전담팀이 떠서 세세하게 체크한다. 그들은 사생활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듣는다.

나는 그들이 박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예술가란 무엇하는 직업일까? 예술이란 인간에게 허용된 자유의 영역이,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탐색하고 오는 직업이다.

그러한 본업에 충실한 연예인은 위대하다. 그들의 연기는 예술이다. 그 임무를 행하지 않는 연예인은 장사치일 뿐이다. 엿같은 세상을 향하여 통쾌한 똥침 한 방을 찔러넣지 못하는 그들은 가짜다.

예술은 창조다. 상업은 복제다. 영혼의 울림을 토해내지 않은 몸짓은 예술이 아니다. 그 울림은 그가 누린 자유의 폭과 깊이에서 나온다. 타인의 시선 앞에 노출된 채로 자유로울 수 없다.

서태지도 말라버렸다. 김장훈도 모조품이다. 타인을 의식하는 모든 행동은 사기다. 그들은 신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신의 메신저가 될 수 없다. 관리되는 자가 노예다. 영혼의 독립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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