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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87 vote 0 2015.12.24 (18:05:59)

     

    "상태가 안 좋은 형님들이 와서 뭐를 내려놓으라는둥 평상심을 가지라는둥 하며 시시한 소리나 늘어놓고 있다. 그때 그시절은 호흡이 느렸다. 강물이 흘러도 천천히 흘렀다. 지금은 급류다. 기본 물살이 빠르다. 잠시 정신줄 내려놓았다가는 물에 빠지는 수 있다. 지금은 내려놓지 마시라. 술집에서는 마셔주는게 평상심이요 클럽에서는 흔들어주는게 평상심이요 페이스북에서는 좋아요를 누질러 주는게 평상심이다. 트위터에서는 리트윗이 평상심이고 게시판에서는 댓글 달아줘야 평상심이다. 술집에서 점잖게 가부좌틀고 앉아있으면 어색하다. 평상심은 평상심이 아니다. 왜? 강물의 속도 때문이다. 빠른 대목에서는 빨라주는게 평상심이다. 굵은 대목에서는 굵어주는게 평상심이다. 리듬을 타고 흔들어줘야 한다. 지휘자가 괜히 앞에 나가서 서 있겠냐고? 결국 깨달음이든 철학이든 종교든 본질은 같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무리가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며, 그 핵이 과거의 죽은 조상이 아니라 팔팔하게 살아있는 현재인물이라는 것이다. 거기서 자존감을 얻는다는 거다. 지금 전율할만한 말씀을 던져주는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 정도다. 자본과 공동체의 균형이 무너져서 큰 배가 파도와 탁 부딪히며 요동칠 때가 되었다. 이런걸 찔러주는게 진짜다. 정신차리게 해줘야 한다. 마음 안에는 평상심이 없다. 평상심을 마음에서 찾으면 틀렸다. 우주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그대는 결코 편안할 수 없다. 왜?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전체와 하나로 연동되어 반응하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우상을 버리라는 거다. 성경책부터 던져버려라. 그리고 인류의 대표자 마음을 가져라. 세상 전체와 접속하라. 선은 굵게 가고 색은 진하게 가라. 오르면 에베레스트요 연주하면 라흐마니노프요 그리면 고흐요 여행하면 세계일주요 쪼개면 양자역학이요 합치면 신의 완전성이다. 스케일 크게 가야 한다. 나발을 불어도 바그너처럼 볼때기 터지게 빵빵 불어라. 어중간하니 소심하게 가지 말라. 큰 물에서 큰 자존감을 얻어라. 그것이 당신의 본래 목적이다."[생각의 정석 18회]


    내려놓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평상심을 찾으려는 마음조차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으면 흔들린다. 몸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린다. 세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세상 안에 그대가 있다. 세상과 함께 흔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리듬을 타는 수 밖에 없다. 처음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당연히 멀미를 한다. 자동차와 함께 흔들리면 되는데 자동차의 리듬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 자동차에서 내리지 말라. 당신이 자동차의 핸들을 잡을 때 멀미는 자연히 사라진다. 당신이 흔들리는 이유는 뒷좌석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흐름과 동떨어진채 딴짓하기 때문이다. 잎은 흔들려도 가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가지는 흔들려도 줄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줄기는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변방이 흔들려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변방에서 중앙으로 치고나가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중앙에서 변방으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많이 흔들린다. 그리고 죽는다.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나팔을 부는 사람 때문이다.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당신도 함께 연주에 참여하는 수 밖에 없다. 당신이 멋진 연주로 그들을 리드할 때 세상은 고요해진다.


[레벨:30]솔숲길

2015.12.24 (19:59:50)

[생각의 정석 18회]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http://gujoron.com/xe/42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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