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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고마버
read 12980 vote 0 2009.08.01 (02:46:43)

 

달의 눈물


단체손님이다. 여자는 향어 뒷덜미에 칼집을 내고 있었다. 칼 맞고 바닥에 널부러진 향어들은 벌어진 뒷덜미 사이로 피를 튀기며 몸부림쳤다. 피를 쪽 빼야 횟살이 깔끔하게 나온다. 20관 주문을 맞추려면 아직 한소쿠리 더 퍼 와야 했다. 보조가 수족관의 향어를 퍼로 갔다. 남은 한 마리의 뒷덜미에 칼집을 내려는 순간이었다.

“달의 눈물을 보셨어요?”

음악처럼 종소리처럼 들리는 낯선 목소리.

“뭐?“

뒤를 돌아보았으나 찬모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향어 뒷덜미에 칼집을 내려는 순간

“달의 눈물을 보셨냐구요”

믿을 수 없었다. 향어가 말을 하고 있었다.

“달의 눈물을 보셨나요?”

다시 한 번 향어가 말했다. 바라지 않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드디어 물고기가 말을 건 것이다. 몇 년 전 여자는 취중 무단 횡단하다가 택시에 치였다. 달려오는 택시를 미처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서 있었다. 허공에 하얀 구멍이 뚫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 택시기사는 20년 운전 노하우를 모두 발휘해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려했지만 치었다는 것이다. 왼쪽 다리 무릎 아래가 잘려 나갔다. 재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사람이 아닌 것들이 말을 걸어오는 일이 생기곤 했다. 가로수가 말을 걸어 온 일이 있고, 옥상의 화분이나 공원 벤치 아래 풀이 말을 걸어 온 일도 있었다. 행복한 식물이 말을 걸어 온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묵직한 아픔을 안고 살아야했다. 그런데 향어가 말을 걸어오다니. 여자는 민물횟집을 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온 향어를 들고 주방 뒷문으로 나가 정원의 연못에 일단 던졌다. 밤 12시,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청소 끝낸 직원들이 퇴근했을 때, 여자는 마당의 연못가로 갔다. 부산에서 양산으로 가는 도로변에 횟집은 위치해 있었다. 마당에는 횟집 지을 때 나온 바위를 쌓아 높다랗게 조경을 하고, 지하수를 파는 김에 연못도 하나 만들어 커다란 물레방아를 걸어 놓았다. 모과나무며 앵두나무며 자잘한 꽃들도 보기 좋게 심었다. 외진 곳이라 싼 땅값 덕분에 꽤 근사한 정원과 넓은 주차장까지 따로 갖추고 주로 주말의 단체손님을 노렸다. 결혼식 하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임이나 회사의 단체 회식도 있었다. 예약을 받고, 미니버스와 봉고를 시내까지 보내 단체손님을 실어오고 싣고 나갔다. 연못가 바위에 걸터앉아 여자는 아까의 향어를 찾았다.

“달의 눈물을 보셨어요?”

향어가 말을 걸어 왔다.

“너는 또 무슨 서러운 소리 할 건데?”

수면에 주둥이를 반 쯤 내밀고 향어는 뻐끔거리며 공기를 마셨다.

“태종대 바닷가에 높은 벽이 있어요, 달이 눈물을 흘리는 날 뛰어내리면, 문이 하나 보일 거예요. 그 문을 열어 주세요”

“거기서 뛰어 내리면 죽어”

“한 달에 한번 절에 가는 거 알고 있어요, 물고기들의 명복을 빌러 간다죠?”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았어?”

“나는 아줌마를 만나기 위해 어려서 향어 양식장 그물 안에 스스로 들어가 성장했어요, 아줌마를 만나기 위해 운반차량 수조 안에서 열흘간 요리조리 피하며 이 횟집에 왔어요, 아줌마에게 말을 걸 수 있는 향어가 몇 녀석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는지, 태종대 높은 벽 위에 아직도 아줌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만 있었죠”

“그 문 열면 어찌되는데?”

“수족관과 양식장의 모든 물고기들이 풀려날 수 있어요.”

“장사 망하겠군, 식물들은 내게 아프다 서럽다고만 하는데, 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는 구나”

“아줌마가 파는 향어회는 진짜가 아니에요. 가짜예요. 향어 모양을 하고 향어 맛을 내는 가짜 향어회를 판다는 걸 아줌마가 더 잘 아시잖아요. 양식된 향어는 진짜가 아니에요. 수족관에 갇혀 진이 빠져버린 향어도 진짜가 아니에요. 진짜 향어회는 광활한 물속을 날아다니며 스스로를 살아낸 향어가, 갓 낚여 파닥파닥 힘차게 반항할 때, 잡아서 내 놓는 거예요. 생명의 따뜻한 생살을 먹는다는 건, 그 생명의 생생한 삶과 직접 만나는 거예요.”

“대충 배나 채우며 한잔들 하러오는 거야, 진짜든 가짜든 무슨 상관이야”

“아줌마가 진짜 향어회를 팔 때, 더 이상 절에 가지 않아도 될 거예요. 생명에게 생명 대접을 해주면 살생으로 인한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태종대 절벽에서 자살하기 싫어”

“아줌마는 절에 가느라 산을 그렇게 오르잖아요. 이젠 바다의 절에 가세요, 오를 때처럼 그냥 뛰어내리면 돼요.”
그 밤 이후로 향어는 매일 여자를 괴롭혔다. 하루 종일, 심지어는 여자가 잠들었을 때도  마당을 지나 닫힌 문을 지나 여자에게 독하게 요구해왔다. 미칠 지경이었다. 마침내 여자는 태종대 절벽으로 갔다. 멍하니 달의 눈물을 기다리다 졸리면 절벽 위를 비틀비틀 걸었다. 절벽 끝에서 위태롭게 걷다보면 소름이 쫙 돋으면서 털끝까지 살아있다는 느낌에 잠이 확 달아났다. 달도 바다도 여자도 살아있었다. 세상은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달과 바다가 다가 와 안던 날, 여자는 눈물범벅이 되도록 펑펑 울었고, 연못의 향어는 사라졌다. 여자는 강가에 수족관 없는 횟집을 새로 지었다. 손님들은 기꺼이 스스로 멀리까지 찾아왔고, 술 한 병에 회를 단 몇 점만 내 놓아도 불평하지 않았다. 하염없이 강을 보다가 정성스레 한 점의 회를 먹는 것이었다. 올 때와 달리 돌아가는 손님들은 강에 몰두하느라 한자세로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다리를 절었다.

==============================

내 삶의 화두는 고통이요.
저렇게 풀긴했는데...
구조론이란게 땡기오.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거 같은데.
그래서 생각도 다르게 해야하고.
짚신도 짝이있다는 속담은 속담에 불과했었는데...
요새 짝짓기 놀이 한다오. 짝짓기는 구조론 기초지요. 잼나오.
내 손구락이 울 고양이들 척추뼈를 안마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오.
팡팡 안마기 잡아들고 걍 두들기는 단순안마 할수 있다는거도 넘 신기하오.

수학은 혼자 반응하는데 구조론은 짝을 지어 반응하오.
세상만물이 다르게 보이오.
머리로 생각하면 안되고 느껴야 이해될거 같소.

근데 >> 기호가 들어가는 한줄짜리 글들은 여전히 어렵구랴.
>> 이게 대체 몬뜻이요? 포함이요? 진행이요? 구조론에서 첨보는 기호요.


2008년 1월에 이외수 갤러리에 썼던 글이요.
제목 달의 눈물로 검색하면 나오오.
그때 이외수샘 홈피 감성마을 문학연수 주제가
'높은 벽 위에서 서성이는 한사람'이었다오.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이외수샘 홈피 눈팅하면서 디시갤러리에 썼다오.

갑자기 삘 받아서 썼다오.
그 뒤로 수족관 물고기 보고 울지 않소.
가로수 보고도 안운다오.
해결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오.
공유하는 세상.
세상과 함께 태어나고
세상과 함께 살다가
세상과 함께 죽소
생명은 자기만의 우주가 있소.

고딩때
나 - 난 부자가 되어 불쌍한 사람들 도와줄거야
친구 - 니가 부자되기 위해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은 어쩌구?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불그스레

2009.08.01 (06:58:21)

이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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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8.01 (08:46:10)


>> 를 모르겠다면 구조론 초보이신거지요.
구조론은 짝짓기 놀이라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건데

어려운 부분은 건너띄고 감각만 키워도 되오.
그림 그리는 방법은 몰라도 되고 그림 보는 방법만 알면 되오.

>> 는 구조의 5단계 진행이오.
점점 단순해지는 순방향 진행과 점점 복잡해지는 역방향 진행이 있는데

>> 가 표시되어 있다면 그 둘 중에 하나이오.
머리(눈으로 외부를 받아들이는)>>심장(내부를 통제하는) >>골반(갈림길) >>팔다리(진행) >>손발(접촉하는 말단부)

이렇게 가는 것이오.
혹은 그 반대로 손발>>팔다리 >>골반 >>심장 >> 머리로 가기도 하오. 

어떤 구조가 있다면
반드시 외부를 상대하는 리더>> 내부를 통제하는 총무>>이쪽저쪽 갈라지는 줄반장 >>진행하는 선수 >>접촉하는 말단부가 있게 마련이오.
 
자동차라도 외부를 상대하는 운전석>> 내부를 통제하는 엔진>>이쪽저쪽 갈라지는 기어 >>진행하는 바퀴축 >>접촉하는 타이어
 이러한 전개는 전체>> 부분으로 가오.(혹은 그 반대)

>> 는 단순히 순서지정이오.
즉 >> 는 화살표인게요.

어떤 집단이든, 기계장치든 마찬가지로 
한 사람은 외부를 감시해야 하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들여오는 일)
한 사람은 내부를 통제해야 하고 (내부에서 인원을 단속하는 일)
한 사람은 이쪽저쪽으로 갈라주는 일을 해야하고(분배하는 일)
한 사람은 진행하는 일을 해야하고
한 사람은 따라다니면서 마무리해야 하고

항상 그것이 있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8.01 (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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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코끼리도 인도로 다녀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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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부리와 눈이 숨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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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고마버

2009.08.04 (09:13:22)

여기서는 구조론에 맞는 이야기를 하겠소.
코끼리도 인도에서는 인도로 다니니까요.
나방 날개에 새의 부리와 눈이 숨어 있다는건
나방이 새를 알고 있다는건가보오.
부리와 눈만 있으니 나방에게는 최후의 순간, 공포의 기억인가보오.
나방은 새가 젤 강하다고 느꼈나보오.
나방이 새와의 원을 하나 그려냈나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9]참삶

2009.08.01 (11: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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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김대성

2009.08.01 (12:28:34)

프로필 이미지 [레벨:28]오리

2009.08.01 (13:04:45)

tears of moon.jpg
천둥소리가 써라운드로 겁나게 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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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거시기거시기

2009.08.01 (18:51:16)

비가 살살 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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