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일본은 어느 분야든 전문가의 숫자가 절대 부족했습니다.
러일전쟁을 수행한 할배그룹과 젊은 소위그룹 사이에 중간 허리가 없었습니다.
명치를 주도한 조슈와 사츠마의 인재들은 대가리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었고
얼마 안 되는 글자 아는 사람 중에서 영어가 되는 사람은 무조건 그 분야의 태두가 되고
스승이 되어 무한대로 존경을 받는 입장인 거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어느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25살 대학을 막 졸업한 영어 되는 젊은이
중간 전문가는 30살 정도에 약간 전문가는 40살
50살이면 공장에서 청소하는 사람, 60살이면 생 무식한 즉 글자도 못 읽는 노인
왜 이렇게 되는가 하면 근대화 초기에는 몇 명의 선각자가 주도했는데
분야가 점점 세분화 되면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선각자가 아니라 실무자가 뜨는 분위기가 되면서
할아버지 선각자들은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고
상식적으로는 50살 먹은 선장 밑에 40살 먹은 갑판장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일본은 60살 먹은 선장 밑에 30살 먹은 갑판장이 있는데 실무권력을 쥔 자는
30살 먹은 갑판장이고 40대, 50대는 공백이고 60살 먹은 선장은 실무를 하나도 모르고
공허하게 이념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면서 뒷방 늙은이처럼
젊은이가 주장하면 쥐뿔도 아는게 없으니까 오냐오냐 이렇게 된 거지요.
즉 일본은 민주국가도 아니고 봉건국가도 아니고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붕괴한 겁니다.
그 상태에서 젊은 장교들이 쿠데타를 벌여 치고나오니까 노인네들이 당황해서
그래그래 하며 비위 맞춰주며 젊은이들이 이끄는대로 간 것이며
젊은이들은 실무일을 빠싹하게 알지만 대세를 모를 뿐 아니라 관심도 없어요. 책임자가 아니니까.
즉 러일전쟁 세대, 명치세대의 실무를 모르는 추상적 관념적 상징적 권력자와
태평양전쟁 세대, 쿠데타 세대, 실무를 장악한 젊은 도전자 사이에 중간고리가 없어서
구조적으로 붕괴되어 있어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핵심그룹이 없는 지도력의 공백상태였던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노인네들이 모든 사태를 무마하고 얼버무리는 결정을 한 것이며
이는 시간을 끌며 기회를 찾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눈치싸움을 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지도력 공백상태는 박정희 쿠데타시절 한국도 비슷한데
친일파를 빼고 실무일을 할 전문가가 아주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이 먼저 공업화 되면서 지식인들이 북한으로 죄다 가버려서
이승만도 북한출신, 채병덕도 북한 출신 남한의 실권자가 죄다 북한출신인데
이들이 워낙 사람이 없으니까 결국 친일파와 손을 잡게 되면서
박정희 시절은 박정희 그룹을 빼고 제대로된 지식세력이 없었던 것인데
70년대만 초반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5퍼센트였습니다.
대학물 먹은 사람이 절대로 부족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386이 치고나오면서 촛불을 주도하게 된 거지요.
결론적으로 일본은 조슈와 사츠마의 극소수 선각자가 뿌린 씨앗이 발아하면서
추상적 관념적 상징적 이론가와 젊은 30대 실무진 사이의 인력공백 때문에
젊은 실무진이 빠르게 치고올라와서 노인네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았고
이들은 실무에 능할 뿐 원래가 농노출신이라 철학이 없고 나이도 없고 책임의식이 없어
일본을 이끌고갈 구심점의 공백상태에서 러일전쟁 노인네들이 의사결정 못하고 꾸물댄 것입니다.
그 중간에 중심잡고 해보려던 세력은 암살되거나 쿠데타로 밀려난 것이고.
보통은 제국주의라든가 침략야욕이라든가 탐욕이니 의지니 하면서 정신적 요소를 들먹이는데
그런 개소리들은 답을 모르니까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는 겁니다.
답은 구조문제에 있으며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구조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구조공백입니다.
원래 봉건체제는 극소수의 가신과 봉건영주가 사랑방에 10여명이 모여앉아 결정합니다.
민주주의는 언론과 공론으로 하는 것이고. 일본은 겉으로는 민주화 했지만
속으로는 21세기 현재까지도 봉건주의 방식으로 밀실에서 결정합니다.
도쿠가와 막부시절에 하던 방식으로 의사결정하니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는 거지요.
스스로 국민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한국을 때려서 돌아오는 반사파의 힘으로 내부를 추스리는 거.
보통 독재국가들도 통제하기 힘든 것이 국내외 자본의 흐름인데, 일당체제인 중국은 중앙에서 직접 국영 및 민간 금융법인의 세부적인 금융거래를 통제하고 지원책 역시도 꼭 필요한 구체적인 지점에 아주 세밀하게 펼치고 있네요. 과연 중국 쯤 되니까 가능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