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모임에 참석했던 영화한다는 놈입니다.^^ 가입하고 아이디는 부둘로 정했네요.
동렬님글들과 강의들 차근차근 보면서 굉장한 재미와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뒤뚱거림'에 대해 생각을 해보던중,
알것같으면서도 갸우뚱한 부분이 있어 질문남깁니다.
처음엔 주인공의 뒤뚱거림이 서사이론에서 말하는 주인공의 결필, 하마르티아, 결함 등을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관객이 찌질하니 감정이입하라고 찌질한 주인공을 하는거라 해서 패스.
다시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뒤뚱거린다 함이
어떤 아슬아슬함, 알아서 잘할것 같지 않은, 조마조마 하며 지켜보지 않으면 일을 망칠것만 같은. 불안정한,
이런 불안을 내면화한 인물(또는 상황)이 무언가를 해결해나가려 할때 관객이 느끼는 '긴장' 이
뒤뚱거림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만, 액션영화에서의 뒤뚱거림의 이미지는 쉽게 와닿는 반면 액션이 없는 영화에서의 뒤뚱거림은
인물들의 관계에서 그 뒤뚱거림을 보는건가요?
하여간에 알듯하면서 애매합니다.
그리고 선이 굵다 함은 필연의 구조를 조직하는것이라 하였는데
관객이 그렇다치고 넘어가게 하는게 아니라 그럴수밖에 없음을 공감케하여 완전히 믿게 만드는것.
쉽게 말해 '말이 되게' 그리하여 영화가 제시하는 상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말하는 건가 싶습니다.
(관객의 집중이) 도망갈곳이 없는 상태.
또한 연동된다 함음. 보통 어떤 영화가 매우 뛰어나단 찬사에 '신화적이다' 라는 말을 종종하는데
그말인즉, 영화속 인물들의 아웅다웅이 그들만의 아웅다웅이 아니라 태초부터 투쟁해온 신과 인간의
아웅다웅으로 의미화 될때 ... 그와 맥을 같이 하는 말로 느껴졌습니다.
결국 영화의 본질은 그 뒤뚱거림을 맛보려는 관객을 도망갈곳 없게 선굵은 그림으로 포획하여 소실점을
향해 연동시키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맞고 틀린걸까요?
라그랑주 역학의 최소작용 원리로 빗대어 말한다면 의사결정의 최소화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고 그 부분은 축과 대칭의 시소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 핵심부분을 압축시켜 보여주는게 중요합니다.
뒤뚱댄다는 것은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부분을 클로즈업 해서 슬로비디오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해서 돋보이게 하면 흥행대박을 내는데 B급영화라면 시도해볼만 하지요.
플라이급 선수가 싸우면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둔한 헤비급 선수가 뒤뚱대며 싸워야 그게 시각적으로 인지가 되는 거죠.
놀이개를 흔들면 고양이가 달려들듯이 인간의 뇌는 얼마간 물리적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지점이 있다는 거죠. 인간이나 고양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닌자거북이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요.
선이 굵다거나 연동시킨다거나 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곁가지를 쳐내서 의사결정을 최소화 시키는 거죠. 음악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배경을 단조롭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막장드라마에서 사용하는 여러가지 막장의 장치나, 춘향전에서 선악의 대립구도나, 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시소구조를 연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내러티브로도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시각적 장치나 연출기법, 음악, 미장센으로도 가능하지요.
이러한 구조를 최대화 하는 방법은 인물을 공중에 띄우는 것입니다. 그곳은 물리학의 공간이므로 물리학적인 여러 가지 효과가 그대로 노출되지요. 인물이 그냥 쓰러지는게 아니라 쓰러지는 과정에서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슬로비디오로 정확하게, 반복하여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부님이 길을 가다 바나나 껍질밟고 자빠지는 평범한 장면도 아슬아슬한 장소에서 물리학의 동역학적 메커니즘을 극대화시켜 연출하면 매우 웃깁니다.
올빼미 나오는 '가디언의 전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못된 놈이 개박살 나는 장면이 불과 몇 초 만에 끝나 버립니다. 어? 하는 순간에 상황끝.... 기분 더럽더군요. 그 장면을 몇번이고 되씹으면서 주인공의 승리를 즐길 권리(관람료)를 앗아간 것이죠.
여러답변감사합니다. 요새 작업을 하다 짬을 내 구조론 강의를 보는데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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