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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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00 vote 1 2020.05.12 (11:43:19)

      
    중국화 된 미국     


    왜 인류는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인가? 왜 미국은 저렇게 찌질대고 있는가? 소련이 붕괴하자 독주하기는커녕 도리어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철학의 죽음 때문이다. 하버드 철학수업이라는 책이 있다. 실용주의는 철학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써놓았다.


    하버드는 철학이 아닌 것을 왜 철학수업에서 가르칠까? 제 입으로 이건 철학이 아니라고 선언해 놓고 뻔뻔스럽게 말이다. 저자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자이면 심리학이나 할 것이지 왜 주제넘게 철학자인 척하는 걸까? 나사가 빠졌다. 반철학을 철학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정답은 있다. 그것은 인류가 힘을 합쳐서 장기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준을 세우고 원칙을 정해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철학이다. 혼자 아는 것은 개똥철학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갖춤이 철학이다. 철학이 아닌 것을 철학이라 우기면 안 된다.


    무당의 굿은 과학이 아니고, 이발소 그림은 그림이 아니고, 뽕짝은 음악이 아니고, 중의학은 의학이 아니다. 물론 굿도 환자에게 위안을 주고 종교도 암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면 일단 써먹고 보자는 것이 실용주의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푸닥거리하랴?


    철학의 핵심은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가다. 환자가 주술이나 종교에 빠져 있으면 의사와 협력할 수 없다. 개인의 영역이면 종교를 믿든 주술을 쓰든 상관이 없지만 타인과 협력하려면 환빠짓 곤란하다. 단기적으로는 실용주의가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해친다.


    개인의 문제는 실용주의로 풀 수 있지만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개똥철학이지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인류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면서 손발을 맞추는 것이다. 왜 이 시대에 다시 철학이 중요해졌는가? 과학의 진보 때문이다. 옛날이라면 적당히 맞춰가며 살면 된다.


    교회를 다니고 중의학에 의존하고 무당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환빠짓을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환빠짓 하다가 외국 네티즌에게 비웃음을 사니 국가망신이다. 70년대는 유리 겔라가 초능력을 써도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바로 털리는 판이다.


    모든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UFO 촬영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견되었는데 실제로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UFO 목격담이 감소했다. 사진조작이 싱거워졌기 때문이다. 옛날에 사진조작을 하려면 자기집 지하실에 암실을 갖추고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누구나 뽀샵을 한다.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자 거짓말의 수요가 감소했다. 그렇다. 70억이 참여하는 단일시장이 열렸다.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인류가 힘을 합쳐서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문제가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철학의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철학이 되살아나야 한다.


    코로나19의 교훈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는데 노자의 무리는 히피짓을 일삼고 있다. 왜 70년대에 히피가 등장했는가? 100년 전 그때도 인류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자동차와 기관총과 비행기는 시골 촌놈의 심장을 뛰게 했다. 다들 흥분했던 것이다.


    호르몬이 부추기니 전쟁은 필연이다. 새로운 수단을 남보다 앞서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인류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민족이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합리주의가 폭주를 낳았다. 남들이 힘을 합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뭉쳐야 한다. 내 깃발 밑으로 모여봐. 이랬던 거다.


    제국주의 일본의 폭주, 히틀러의 폭주, 파시즘의 폭주, 문화혁명의 폭주가 그러한 강박의 산물이다. 우리도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이런 과시다. 그 결과는 허무다.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재앙은 못 말리는 촌놈이 비행기를 처음 보고 흥분해서 난리를 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힘을 분산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으니 탈근대 사상이다. 그리고 백 년이 지났다. 백 년 전에 인류가 희미한 그림자를 보고 흥분해서 난리 쳤던 그것이 지금은 현실화되었다. 공포의 대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제는 진짜 인류가 힘을 합쳐야 하게 되었다.


    진실을 말하자. 철학은 인류가 힘을 합치는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힘을 합치려다가 파시즘이 나타나서 곤욕을 치렀다. 인류가 중앙에서 힘을 합친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 할거하며 각자 패거리를 지었다. 두려워하며 남들이 힘을 합치지 못 하도록 방해할 작정이었다.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자는 히피사상의 대두는 당연한 수순이다. 반철학 운동이 일어난 것이 탈근대에 미국식 실용주의 경험주의다. 그때는 자동차와 비행기와 기관총이 민족 중심으로 힘을 합치게 만들었다. 지금은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인류 전체가 힘을 합치게 유인한다. 


    다시 철학이 요구되고 있다. 합리주의로 돌아와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이명박과 트럼프가 실용주의 실험이 만든 괴물이다. 21세기에는 최적화된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나라가 이긴다. 국민의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경쟁에서 이긴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최악의 방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국은 힘이 있고 힘을 쓰면 리스크가 따르므로 최선의 추구가 아닌 최악의 방지로 간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인류의 위기는 우리에게 최선의 대응을 요구한다. 지금 미국은 과거 중국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명나라는 북로남왜의 침략에 맞서 변경을 비우고 시간을 끄는 지연전술을 구사했다. 왜구가 상륙하는 바닷가에서 100리 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왜구는 약탈하러 돌아다니다가 민가를 찾지 못하고 지쳐서 섬으로 돌아갔다. 실용주의 성공이다. 그러다가 청나라에 망했다. 


    걸어서 오는 왜구와 말 타고 오는 여진족이 같을 리 없다. 최악만 막자는 실용주의가 끝내 최악을 불러들인 것이다. 일회적으로는 실용주의가 먹히지만 적들이 전술을 바꾼다. 최선의 대응이 아니면 안 된다. 요령으로 버티는 트럼프 기술은 중국이 천 년을 써먹다가 망한 기술이다. 


    중화사상에 빠져 실용만 찾다가 망한 중국이나 미국우선주의에 빠져 삽질하는 미국이나 배가 불러서 오만해진 것이다. 최악만 피해 보자는 편리한 사고방식으로 조금씩 밀리다가 최악의 외통수로 몰린 거다. 위기 때는 긴장을 잘하는 나라가 최선의 대응으로 이기는 법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5.12 (14:48:16)

"21세기에는 최적화된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나라가 이긴다. 국민의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경쟁에서 이긴다."

http://gujoron.com/xe/120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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