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101 vote 0 2013.09.04 (00:26:38)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정어법’을 쓴다. ‘아냐!’ 하고 반대하기 좋아한다. 무無, 공空, 허虛를 애용한다. ‘오직 모를 뿐’이라거나, ‘내려놓기’라거나, ‘다 비우기’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곤란하다.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줘야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맞다고 주장하지 않았는데 혼자 틀리다고 우긴다면 이상하다. 전제가 필요하며, 전제를 따라가는 진술 포지션이 창피하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어법’도 널리 애용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물음에는 답이 없다거나, ‘창과 방패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알 수 없다’거나 하는 패러독스를 좋아한다.


    ‘문은 열라고 있는가 아니면 닫으라고 있는가, 혹은 나가려고 있는가 들어오려고 있는가’ 하는 물음도 이와 같다. 그런데 분명한 답이 있다. 답은 완전성이다. 에너지를 태우는 쪽이 답이다.


    물레방아라면 물레가 입력이고 방아가 출력이다. 자동차라면 엔진이 입력이고 바퀴가 출력이다. 뱀이라도 머리와 꼬리가 차별된다. 절대로는 닭이 먼저고 창이 먼저이며, 상대로는 반대일 수 있으나 논외다.


    가모프가 빅뱅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자들이 가모프의 대폭발이론이 기독교의 창세기와 유사하다는 데 착안하여 시비를 걸었다.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비웃는답시고, ‘빅 뱅이라니 말이 되냐?’ 하고 타박한게 유행을 타서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빅뱅이론을 반대하는 정상우주론이 우주론으로 성립할 수 있느냐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물질이 태워져 있는 것이다. 물질은 4퍼센트도 안 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 혹은 암흑 에너지다.


    그런데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 질문은 성립할 수 없다. 무엇이 있으려면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빅뱅 이전에는 시간과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빅뱅은 종이를 절약한다. 설명할 단어 숫자 줄었다.


    무엇인가? 빅뱅을 부정하는 정상우주론은 세 가지를 해명해야한다. 우선 시간을 해명해야 하고, 다음 공간을 해명해야 하고, 다음 에너지를 해명해야 한다. 덧붙여 물질도 해명해야 한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그 과정에서 해결된다.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반면 빅뱅은 단 하나만 해결하면 된다. 우선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간여행은 없다. 시간은 공간의 상호작용에서 포지션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은 결국 누가 먼저 때리고 맞았느냐는 분별이다. 열기가 닫기에 앞선다. 나가기가 들어오기에 앞선다. 닭이 달걀에 앞선다. 창이 방패에 앞선다. 에너지를 태운 쪽이 앞선다. 원인이 결과에 앞선다.


    우주의 근본은 상호작용이며, 작용측과 수용측을 구분하는 것이 시간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시간은 없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닭이 먼저인 것이다. 최초에 아기는 엄마의 문을 열고 나온다. 원래 닫혀있었던 거다. 그러나 내가 닫은 것은 아니다. 엄마가 닫은 것이다.


    나의 임무는 문을 열고 나가기부터 시작된다. 반드시 에너지가 진행하는 루트를 결정하는 스위치가 있으며, 그 스위치의 작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달리기를 해도 출발선을 뛰쳐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들어오기가 먼저 아니냐고? 그건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주최측이 알아서 한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 개념은 많은 착오를 불러일으킨다. 시공간복합체 개념은 엄밀하지 않다. 상호작용으로 설명해야 한다. 에너지를 태운 것이 작용측이다. 에너지를 태워 사건의 작용측을 이룬 입체가 4차원이다.


    시간이 없는데 공간이 있을 리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간 역시 포지션에 불과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물질 하나이며, 물질은 구조의 엮임에 따른 포지션이 지정된 것이고, 이는 비대칭성을 의미하며, 포지션이 구분되지 않는 그 이전의 대칭상태가 에너지다. 대칭을 이룬 에너지가 비대칭으로 전개하며 우주는 시작된 것이다.


    상호작용에 의해 구조의 엮임이 발생하면서 포지션이 지정되어 극성을 띠게 된 것이 물질이고, 그러한 극성이 없는 물질 이전의 상태가 에너지며, 그러한 포지션을 나타내는 말이 공간이다. 최초의 에너지 상태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시간과 공간과 물질은 동시에 생겼다.


    물질, 에너지, 시간, 공간은 모두 상호작용 하나로 환원된다. 이것이 일의성이다. 한 방으로 정리가 된다는 말이다. 빅뱅 이전에는 포지션이 지정되지 않았으므로 시간도, 공간도, 크기도 없었던 거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바퀴에 비유하여 나타내기 좋아한다. 바퀴는 반복을 나타낸다. 그런데 빅뱅은 반복을 부정한다. 기독교의 창세기가 멋진 점은 빅뱅이론과 유사하다는 데 있다. 시작과 끝이 있다.


    창세기는 불교의 순환우주론과 다르다. 시작에서 끝까지, 창세와 말세가 일직선이다. 원인에서 결과까지, 작용에서 반작용까지 하나의 화살을 이룬다. 진화론도 그렇다. 다윈이 돌연변이를 주장해서 헷갈렸을 뿐, 진화를 유전자의 빅뱅으로 보면 진화는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화살이다. 시계의 태엽이 다 풀리면 더 이상 진화를 못한다.


    그대의 첫 번째 언어는 YES여야 한다. NO라고 말하면 부정어법이다. 이미 지고들어가는 거다. 전제가 아닌 진술포지션이다. 중요한 것은 양자이론의 자발적 대칭성 깨짐에 의해 화살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는 아이디어가 입증되었다는 데 있다.


    빅뱅이론은 증명된 것이므로 시비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닭이 달걀을 낳고, 문이 열고 나가는 것이며, 창이 방패를 이기며, 원인이 결과에 앞서며, 절대가 상대에 앞서며, 객관이 주관에 앞서며, 주체성이 타자성에 앞서며 모든 것이 일의적으로 유도된다는 것이 명확한 진리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리를 거부한다. 빅뱅이론만 해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왜 그럴까? 애매모호의 법칙 때문이다. 진리는 인류가 공유하는 공동자산이다. 누군가 진리를 밝혀버리면 부정탄 거다.


    아폴로 11호가 먼저 달에 가버렸기 때문에, 달에 가보겠다는 꿈을 빼앗긴 것과 같다. 애매모호한 가운데 두어야 많은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명확한 것을 싫다. 뭐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는다. 어중간한 상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YES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NO는 환영받는다.


    정상우주론은 우주론이 아니다. 정상우주론은 시간을 해명하고, 공간을 해명하고, 에너지를 해명하고, 물질을 해명하고, 다시 이들을 한데 모아서 반죽을 뜬 다음, 다시 라면을 불러 면을 뽑도록 하고, 칼판을 불러 야채를 볶도록 하고, 주방장을 불러 소스를 얹도록 해야 하며, 그때 재빨리 샤완이 접시를 대령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집합시켜 반죽할 주방장이 없어서 우주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말했듯이 진화론은 있어도 창조론은 없다. 창조론은 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책 어느 페이지에도 창조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성격책의 자구를 임의로 해석하여 창조론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며, 이는 진화론에 대항하기 위한 대칭행동에 불과하다. 성경을 임의로 왜곡한 즉 신흥종교를 만든 것이다.


    성경의 핵심은 일의성이다. 한 방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며 빅뱅이 그 한 방이다. 유전자 한 방으로 진화는 완결된다. 상호작용 한 방으로 시공간과 에너지는 완결된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 한 방으로 물질은 완결된다. 뭐든 한 방이며 두방이면 이미 어긋나고 만다.


    성경에 따르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당신의 첫 번째 언어는 무엇인가? YES인가 NO인가. 대부분 NO다. 예스는 불가능하다.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집에는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NO로 시작하는 것이다. 몽골은 담장이 없다. 초원에 게르가 있을 뿐이다. 곤란하다. 몽골의 관습으로는 남의 게르를 방문할 때 50미터 밖에서 해야할 행동과, 20미터 밖에서 해야할 행동이 정해져 있다. 50미터 밖에서 인기척을 하고 20미터 밖에서 말에서 내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냥 접근하면 곧바로 화살이 날아온다. 모든 방문자는 잠재적 적이다. 기본 디폴트값으로 NO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태권도를 해도 첫 번째 동작은 아래막기다. NO를 먼저 하는 것이다. 전쟁을 해도 기본은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른다. 그런데 총은 먼저 쏘는 놈이 이긴다.


    당신은 YES라는 화살을 쏘아야 한다. 몽골에서 남의 게르를 방문했다가 화살맞지 않으려면 YES가 필요하다. 먼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야 한다. ‘오늘 날씨 한 번 좋구만.’하고 혼잣말을 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게르 안의 주인이 손님인지 적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화살을 쏜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언어는 Good morning이다. 자연을 끌어들여 쏜 화살은 YES다.

 

    최초의 상황을 가정하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다. 모두 NO를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YES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는 그들을 초대한 집주인 한 사람 뿐이다. 집주인의 관점에서 보아야 화살을 쏠 수 있다. 일의성을 가질 수 있다. 빅뱅을 일으킬 수 있다. 끝까지 갈 수 있다.

 

    정리하자. 빅뱅이론과 양자역학의 최종결론은 일의성이다. 한 방으로 끝낸다. 완전성이다. 이미 정답이 나왔는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 하면 곤란하다. 무無, 공空, 허虛니 오직 모를 뿐이라거니 곤란하다.


    그대는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하였는가? 이미 정답은 나왔다네. 허블 망원경이 답을 찾았다네. 우주배경복사가 입증한다네. 첫 번째 언어는 YES라네. 물론 총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라네. 엄마가 있기 때문에 아기는 문을 열고 나온다네. 그대에게 문을 열어줄 엄마가 없다면 계속 그 가상의 자궁 안에서 NO의 담을 쌓고 있으시게.

 


    1234.JPG

 

    정답 나왔는데 소식 못 듣고 딴소리하면 곤란합니다.

    정답은 일의성입니다.

    YES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3.09.04 (01:16:54)

후...

이렇게 떨리고 설레게 하시고

책은 안 보내 주시니 어찌 할까요?

 

 

 

[레벨:16]id: momomomo

2013.09.04 (09:09:21)

주문된 책은 다 배송한 상태인데 pinkwalking님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봐요.

주문하신 번호나 성함을 알려주시면 배송상황을 확인한 후 쪽지 드리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9.04 (17:58:27)

"자발적 대칭성 깨짐 한 방으로 물질은 완결된다."

: [소립자에 질량을 제공(매개)하는] 힉스입자 한방으로 물질은 완결된다...^

[레벨:12]비랑가

2013.09.04 (20:56:07)

품절되기전에 빨리 주문해야겠소!^^

[레벨:11]큰바위

2013.09.04 (23:52:30)

이거 조타. 

일전에 지껄인 것처럼 창세기는 창조 이야기다. 

론이아니라 설이다. 

단군론이 아니라, 단군이야기다. 


창조이야기의 일의성과 진화론의 일의성을 왜 따로 놓고 생각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만 모르고 지껄일 뿐, 일의성으로 꿰면 헛갈리지 않는다. 


내가 모른다고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모르면 차라리 배우겠다고 해야지 옳은 것. 


뭐가 먼저냐?

그 순서 참 중요하다. 


이글 조타. 


엄지손가락 두개 짜린데, 엄지발가락 두개도 들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708 인간은 욕구가 없다 18 김동렬 2013-09-24 11689
2707 구조론의 질 개념 image 5 김동렬 2013-09-23 24381
2706 구조적인 생각 image 김동렬 2013-09-20 17312
2705 수박겉핥기 역사 4 김동렬 2013-09-17 10443
2704 자기소개 하지마라 image 4 김동렬 2013-09-11 10860
2703 YES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image 2 김동렬 2013-09-04 10206
» 누가 진리의 화살에 맞서랴? image 5 김동렬 2013-09-04 10101
2701 소집이 정의다 image 1 김동렬 2013-09-02 9467
2700 창의성과 획일성 image 1 김동렬 2013-08-30 12142
2699 진리의 성질 image 1 김동렬 2013-08-29 11395
2698 생각의 교과서 image 1 김동렬 2013-08-28 10636
2697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image 6 김동렬 2013-08-27 10642
2696 그것은 없어도 그것은 있다 image 김동렬 2013-08-26 10570
2695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3121
2694 진화론과 창조론 image 8 김동렬 2013-08-20 10685
2693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VS 신은 죽었다 image 김동렬 2013-08-18 12099
2692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7453
2691 양식과 디자인 image 김동렬 2013-08-14 11043
2690 에로스와 타나토스 image 김동렬 2013-08-14 11802
2689 집단광기와 마녀사냥 image 3 김동렬 2013-08-11 14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