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조가 전란에 피란을 가다가 너무 배고파서 먹을 것이 없었는데, 그때 맛을 본 '묵'이라는 고기가 정말 맛있어서 새로운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전란이 끝난 후 어느 날 예전의 그 고기 맛을 못잊어서 신하들에게 잡아서 대령하라 일렀고, 다시 그 고기 맛을 보니... 역시나 예전의 그 맛이 아닌지라, 도로 '묵'이라는 이름으로 고기를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도루묵'이라는 고기가 지금있다는데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학폭예방법의 변천사가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교폭력예방법이 도루묵과 같다. 학교가 예전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애들 싸움처럼 치부하거나, 심각성을 인식하더라도 피해학생 보호보다는 가해학생처벌에 치우치니 학교폭력예방법을 만들어서 가해학생을 엄벌하고 피해학생이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문제는 학교에서 학폭을 은폐하지는 않아도 공정성과 전문성이 의심되니 지원청으로 학폭위를 이관하고 학교는 주로 조사업무와 학교폭력 조치 결과 이행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에서 감당하는 관련학생 상담과 조사작업, 관련 공문 작성과 발송 작업 업무강도가 높고, 학부모의 불만과 민원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예방법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혹자는 학폭법폐지를 주장한다. 교사들 대부분 그렇게 주장한다. 학폭은 경찰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학폭법을 폐지했을 때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과 학생들의 회복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결론하면 학폭위는 폐지되고, 예전처럼 학생선도위원회(생활교육위원회)에 통합된다. 다만 학폭의 내용적 규정은 손질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의 전반적인 학폭 정의인 '따돌림'을 중심으로 정비된다. 현행 법률로도 초등 4학년 생일만 되면 촉법소년이 되어 형법에 위반되면 소년법의 처분을 받게 된다. 만 14세(중2 생일기준)가 되면 범죄의 경중에 따라 소년법이나 형법이 적용된다. 그러니 학교는 가해학생을 어떻게 교육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권한을 학교(학생선도위)에게 주든지, 아니면 교육지원청에서 신속히 처분해서 학교로 통보한다. 지금처럼 길게 하지 않는다. 길어야 2주 안에 끝나야 교육적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쪽으로 연구나 법률개정 방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두 곳의 적폐가 있다. 바로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 능력도 자질도 열의도 없는 학교폭력 비전문가들이 학교폭력을 연구하고 있다. 교육부 입맛에 맛는 작업만 한다. 그동안 교육부에서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에 준 돈이 얼마일까?
또 한 곳은 푸른나무 재단(구 청예단). 이곳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선한 목적으로 가지고 만들었는데, 지금은 정식 직원이 350여명에 이르는데 사실 학교폭력으로 장사하다가, 지금은 학교폭력 + 청소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곳은 학폭이 줄어들면 망하는 곳이다. 돈없이는 움직이지 않으며, 학교폭력예방교육 지도사(?) 자격을 남발하고 강사들의 질관리를 안해서, 푸른나무 재단에서 학폭예방교육강사를 구하면 학생 만족돋가 천차만별이다. 그 이유는 푸른나무 재단이 잘 알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잘못을 면하기 어렵다. 할 줄 아는 것이 조경태 의원처럼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졸업 후 10년까지 생활기록부 기재 입법안을 내는 것이다. 무식하면 좀 공부라도 해야 되는데, 학폭예방법을 무슨 자신들 실적 내기용으로 아는지 법안을 만들어도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오질 않는다. 제대로 된 연구라도 있어야 하는데 연구가 부실하니 법안이 엉망이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도 개념없이 먼저 학교폭력 신고하는 사람이 장땡인, 이른바 학교폭력 신고로 가해학생지목당한 학생의 '즉시분리'법을 2021년에 통과시켰고, 그 법이 202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시분리법 하나만 해도 학폭법이 얼마나 엉망이고 맞신고를 조장하고, 멀쩡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몰고, 부모들이 학교를 원망하고, 부모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는지 현장의 교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거기다 학교폭력 비전문가 오은영은 여전히 학교폭력이 심하면 부모가 가해학생을 직접 만나서 단호하게 얘기하라는 말도 안되는 처방을 8년째 굽히지 않고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당장 해야 할 연구는 외국의 학교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이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무엇인지, 학교폭력은 어떤 절차로 다뤄지는지, 교육관청과 지자체는 학폭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학교를 지원하는지, 학교가 학폭문제를 제대로 다루는지, 어떻게 태만과 권한남용을 견제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학폭예방법이 강화된지 12년째인데, 이 정도의 기본적인 연구도 안해보고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페이스북도 그렇지만, 학폭으로 돈벌고 자기 이름이나 홍보하는 학폭중간업자들같은 장사꾼들과 관련 단체들만 널려 있으니 갈수록 학교의 교육력은 약화되고, 가해학생은 선도되지 않고 피해학생의 상처는 커지고 부모들은 스트레스받고 학교를 공격하고 부모들끼리 싸우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이해되는 부분은 있다. 대한민국의 장점은 잘못된 길이라도 한 번씩은 다 경험해보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도 그렇게 시행착오와 오류수정 과정을 겪고서 여기까지 왔다.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충분히 실험을 했다. 이제는 방향부터 잘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일반 여론 눈치만 보고 즉시분리를 최대 7일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정순신 사태로 불거진 학폭문제해결의 핵심이라니 역시 쓰레기는 버려야지, 재활용이 안된다는 이주호 장관이 2011년 한 잘못을 지금도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폭력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학교폭력'문제을 지혜롭게 풀어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역시 윤석열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듯 지지율 떨어질까봐 다음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그래도 전 정권에서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미한 학폭사실의 생기부 기재 유보와 학폭위의 지원청 이관이라는 새로운 방향 - 어차피 임시방편이나 잘못된 정책-을 제시해서 그 다음을 기약할 단초를 제공한 공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퇴보를 넘어 학교폭력 처리 절차의 폭력성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폭력 업무를 시작한지 12년, 선생님들의 학폭문제를 도운지 8년이 다되어 가는데 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학교는 지금 정당한 교육활동에도 아동학대 피신고 당하는 교사들이 급증해서 많이 아프다.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교육활동침해행위도 횟수를 차치하더라도 강도가 매우 높다. 심각한 문제행동으로 수업진행이 불가능함에도 관리자의 조력은 매우 적고, 학부모의 협조도 약하고 도리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끊임없는 민원으로 학교를 괴롭히고, 교육청과 교육부는 수수방관하는 것이 그들의 국룰이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학교폭력예방법의 대폭개정과 학폭문제해결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권한과 지원을 강화하고 적절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인데, 학폭문제에 뛰어든 관련자-학폭담당 교육부 연구관, 연구사, 교육청 장학관, 장학사, 청소년 형사정책 연구기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 연구소, 푸른나무 재단, 갈등중재 관련 회복적 접근 사회단체, 학교폭력 강사, 사범대와 교육대의 교육행정 교수들과 상담교수, 상담학회-들이 각성하지 않으니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제대로된 연구를 하지 않고, 국회의원들은 무지하니 학생의 회복과 성장은 멀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