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축구는 따로 없다. 사실 축구가 있고 축구 아닌 것이 있을 뿐이다. 축구인 것은 경기장 바깥과 경기장, 코칭스태프와 선수, 주장과 나머지의 균형이 맞는 것이고 아닌 것은 그게 깨진 것이다. 축구를 논하려면 먼저 축구를 좀 봐야 한다. 축구 보지 않은 자들이여 자중 좀 하라. 말 좀 꺼내려면 먼저 챔스와 리그, 국가 대항전이라도 좀 보고 오라. 아님 나무위키라도 몇 줄 읽고 오던가.
이기는 팀은 언제나 균형이 맞는 팀이다. 가끔 균형이 맞는데도 이길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질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우라도 우리는 배울 게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없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지금 클린스만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요행수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기는 팀은 단순하다. 그냥 의사결정을 많이 한다. 지는 팀도 마찬가지다. 그냥 의사결정을 안 한다.
축구의 전술은 요행수, 신묘한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되 현장에 이르러 변칙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인간들은 변칙만 쓰려고 한다. 그게 될 리가 있나. 변칙을 쓰려면 먼저 원칙을 빌드업 해야 한다. 원칙 없으면 변칙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팀이 와해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의사결정이 안 된다.
감독의 역할이 뭔가? 선수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다. 그것은 먼저 큰 결정을 하는 것이다. 클린스만은 K리그를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만 보았다. 지금 그가 쓰는 전술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이 망하는 공식과 같은 것이다. 후방에 김민재를 두고 중원을 거치지 않고 닥공하는 전술. 그래서 결과가 리그 2위에 공격은 케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대 감독이 K리그를 봐야 하는 이유는 한국 선수들이 균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간극이 크다. 그 간극을 메우려면 국내리그라도 열심히 보고 선수를 차출해야 한다. 리그라면 선수 차출을 단장이 하지만, 국가대항전이라면 감독이 도맡아야 한다. 근데 그걸 안 한다. 이기제는 최근 리그에서도 잘 뛰지 않는 선수다. 감독이 경기를 직접 보지 않으면 스카우터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다. 당연하잖아.
손흥민에 모든 공격수와 패스가 집중되는 것은 파리 생제르망의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음바페는 국가에 특별한 존재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려 하자 대통령이 나서서 그를 만류했다. 그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고 감독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선수 영입과 용병술은 모두 음바페에 맞추어진다. 좌측에 음바페가 나서면 우측의 이강인은 패스를 받지도 못 한다.
이게 매번 반복되는 게 파리 생제르망인데 내가 어떻게 이강인 실력을 믿을 수 있겠나? 그렇게 될 거 뻔한데도 네이밍 밸류만 보고 그 팀을 선택하는 선수를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물론 이강인이 최근에 실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축구는 어린 게 짱이다. 근데, 이강인은 작은 선수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것을 가지지 않았다. 바로 순발력이다. 이강인은 그래서 한계가 있다. 물론 아시안 컵에서는 먹힐 수 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
필자는 지난 월드컵 때 모든 언론과 팬이 벤투를 비난할 때 그를 응원했다. 이유는 그가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한국 같은 하위 팀엔 빌드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뻥축구를 하라고 공격했다. 그래 당신이 보기에 한국같은 축구 후진국은 빌드업을 할 수 없는가? 빌드업은 면 축구와 같고 파리 생제르망과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는 선 축구이다. 문제는 축구장이 면이고 움직이면 입체요, 감독이 조율하면 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독이 역할하지 않는다면? 질과 입체는 필드에 형성되니 그것이 케인이요 음바페요 손흥민이다. 인간은 위기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리더 근처에 몰려간다. 그 결과는 케인과 음바페와 손흥민 몰빵이다. 그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수비가 안 되었던 이유는 실력 이전에 한국 선수들의 수비 전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죄다 쫄아서 상대 공격수 한명에 우르르.
그러다 공격수가 공을 옆으로 살짝 빼면 실점. 많이 보던 거 아닌가? 그걸 못 하게 막은 게 벤투의 빌드업이다. 축구에서 빌드업은 전술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이런 걸 전략이라고 말하려니 좀 거시기 하다. 적당한 이름이 없다. 일본전의 이라크는 뻥축구 전술을 썼다. 근데 그 뻥축구엔 빌드업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수를 향해 공을 뻥 차고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가 우르르 포스트 플레이어 공격수 근처로 달려든다. 그러면 포스트 플레이어는 그 공을 근처로 떨구고 달려든 공격형 미드필더가 그 공을 받아 침투한 뒤에 득점하는 전술이다.
뻥축구도 빌드업이 있다. 빌드업은 상대방을 보고 그때그때 맞추어 만드는 것이다. 현대축구가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래야 면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드업과 뻥축구의 차이는 공수 간격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최전방 공격수까지 패스의 거리 차이뿐이다. 미들을 거치면 속도가 느리니 단번에 뻥차서 연결한다. 뻥차고 대충 뭐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공격형 미들과 연계 플레이를 하는 게 뻥축구의 빌드업이다. 즉, 빌드업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이다.
근데 그걸 하지 말라고? 빌드업을 안 하면 그게 축구냐? 공차기지. 한국이 요르단 전에서 2실점을 할 때 당하던 전략은 이라크의 것과 비슷하다. 한국 수비수는 빌드업 없이 그냥 전방으로 공을 뻥하고 걷어냈다. 걷어낸 공은 상대가 받았고 재공격했다. 왜 그랬냐고? 미들이 없으니깐. 이거 눈에 안 보였는가? 이런 건 실력이 되는 팀만 하는 거 아니냐고? 한국이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이강인을 두고 못 할 리가 없잖아.
클린스만이 욕먹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걸 보면 대충 알만한 것이다. 그가 빌드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공격수는 자기가 잘해서 이기는 줄 안다. 뒤에서 받쳐주는 수비와 미드필더는 생각하지 못 한다. 그래서 축구에는 공격수 출신 명감독이 없다.
그는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전 경기에서 폼이 좋지 않은 이기제를 빼지 않았고 황인범이 절뚝거릴 때 교체하지 않았고 상대가 강으로 나올 때 선수교체로 흐름을 끊지 않았고 손흥민에 공격이 몰릴 때 흐뜨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할 때만 선수교체를 한다고 선수들이 증언한다는 썰이 있다. 더 볼 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