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71 vote 0 2024.05.15 (12:20:34)

     할 말이 있었던 거다. 인간들 사는 꼬라지 보고 답답했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 저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것에 갇혀서 저것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인간은 역할에 갇히고, 관점에 갇히고, 언어에 갇히고, 본능에 갇힌다. 

   

    ###


    발자국을 보고 도둑이 다녀간 사실을 안다. 부분을 보고 전체를 안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으면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은 직관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무의식적으로 직관을 사용할 뿐 의식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깨달음은 직관의 각성이다.


    숨바꼭질하는 꼬마는 머리만 감추면 아빠가 찾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모른다. 술래가 단서를 잡고 추론하는 전략에 대비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추론을 경험하고 전율하면 직관이 격발된다. 꼬마가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안다. 이것과 저것의 연결고리를 알면 직관할 수 있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알면 추론할 수 있다. 이것과 저것을 통일하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에 에너지를 태우면 변화의 방향과 순서를 결정하는 시스템의 완전성이 드러난다.


   ###


    우리는 객석에 앉은 관객이다. 보이는 것은 보지만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한다. 무대 뒤의 연출자를 보지 못한다. 복제본 입장에서 사유할 뿐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하나 둘씩 단위로 존재한다. 그것은 전시된 것이다. 전시하는 자를 봐야 한다. 과일은 하나씩 매달려 있지만 그것을 매다는 것은 단위가 없고 대신 밸런스가 있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있다. 우리는 받는 사람 포지션에서 맞은 편을 보지 못한다. 자연이 부르면 인간은 응답한다. 인간은 응답자의 위치를 지키며 호출자를 보지 못한다. 자연이 간섭하면 인간은 방어한다. 인간은 방어자 언어에 갇혀 진리를 보지 못한다. 언어를 바꾸고 보는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능동적으로 보려면 매개가 필요하다. 인간은 내부에서 자발적 변화를 조직하지 못한다. 자체 엔진이 없다. 지식의 매개를 외부 환경에서 조달하므로 본질을 보지 못한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보지 못한다. 다가오는 것만 볼 수 있고 쳐들어가서 보지 못한다. 다가오면 본의 아니게 맞서게 된다. 상대를 부정하게 된다. 포지션의 함정에 갇혀버린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850 강형욱 사냥 십만 일베페미 5 김동렬 2024-05-26 4164
6849 강형욱 소동과 프레임 정치의 비극 김동렬 2024-05-25 4573
6848 윤석열 사냥시즌 1 김동렬 2024-05-24 4522
6847 세상에 안 미친 개는 없다 3 김동렬 2024-05-23 4389
6846 강형욱과 집단 정신병 김동렬 2024-05-23 4467
6845 원효의 깨달음 김동렬 2024-05-22 4100
6844 엘리트와 비엘리트 김동렬 2024-05-22 4117
6843 윤석열 김흥국 김병만 강형욱 3 김동렬 2024-05-21 4082
6842 나쁜 개는 있다 김동렬 2024-05-21 4532
6841 지구를 지켜라의 멸망 원인 김동렬 2024-05-20 3272
6840 지도로갈문왕 수수께끼 image 김동렬 2024-05-20 4418
6839 지식의 원점 김동렬 2024-05-20 4433
6838 이찬종 알파독이론과 강형욱 카밍시그널 2 김동렬 2024-05-19 4602
6837 광개토대왕비의 진실 4 김동렬 2024-05-18 4029
6836 자명한 진실 김동렬 2024-05-18 3689
6835 불닭볶음면과 황교익 3 김동렬 2024-05-17 4414
6834 석가의 의미 김동렬 2024-05-16 3284
6833 첫 만남 김동렬 2024-05-16 4106
6832 대란대치 윤석열 1 김동렬 2024-05-16 4323
» 석가의 방문 김동렬 2024-05-15 4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