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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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상우
read 4230 vote 0 2013.02.18 (13:25:39)

지난 토요일 낮 이번에 졸업한 초딩18명과 수원 화성을 한 바퀴 돌고,

정조가 만들었다는 남문 근처 수원 시장에 들러서

맛있는 것을 사묵고 버스 타고 집에 갔습니다.

시내버스 타는 시간부터 버스 타고 집에 돌아가기까지 한 7시간 남짓 걸렸소.

 

18명의 아이중 한 명이 있소.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의 제지에 선생님 팔을 물어 뜯은 적이 있소.

작년 3월 이 아이가 다른 애들과 장난을 넘어 심한 짜증을 유발시켜서  이 닦다가 다른 친구한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고, 4월 체육실 열쇠 얻으러 다른 반에 가다가  3월과 비슷한 이유로 다른 아이에게 맞았소. 3,4월

모두 싸움으로 이어졌소. 5월과 6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주먹으로 남자 아이와 여학생의 얼굴을 쳤소.

5,6월은 자신의 일방적인 폭력이었소. 7월 키가 작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5학년 아이의 팔을 물었소.

 

이번에 수원 화성을 돌면서 느낀 것은 이 아이는 무조건 빨리 가려고 한다는 것이오. 남들보다 100m는 먼저

가려고 하오. 자신은 예전에 야간행군을 했다면서 이런 것은 너무 쉽다고. 애들이 그렇지만 과정을 즐길 줄 모르고

빨리 한 바퀴 돌고 싶은 것이오. 전에 한 번 완주를 했다는데 기억하는게 없었소. 과제도 무조건 빨리 끝내려고 하오.

다른 애들도 그런 면이 있지만 이 아이가 가장 심하오.

 

자꾸 애들을 짜증나게 하오. 친구들과 놀 때 상대방이 화날 정도로 장난을 거니까 다른 애들이 잘 안놀아주고,

그러니까 이 아이는 계속 더 친구들을 더 세게 건들고... 친구의 반응을 얻고  싶은 게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정도요. 한 명 친구가 생기면 하도 앵겨붙고 귀찮게 하고

장난을 넘어 짜증을 또 유발하니 손사레를 치며 이 아이를 멀리하려고 하오.

이 아이 덕분에 나의 마음수련이 절로 되었소. 마음수련 기계라 할만하오.

 

아이들을 따라하는 것을 즐겨하오. 스스로 먼저 뭔가를 선택해서 하지 못하오. 남들이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따라하기만 하오.

 

밖에서도 욕을 심심찮게 하오. 교실에서 어른 있을 때는 잘 안하더니 해방감에 그런지 가게에서, 길을 가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욕을 내뱉아서 주의를 주었소.

 

돌아오는 길에 단체 환승 때문에 112번을 타야 된다고 애들에게 말해 주었소.

그런데도 이 아이는 끊임없이 자기 먼저 20번 타고 가겠다고 나한테 말을 걸고, 나는 공감은 하나 안된다고 얘기하고.

지난 스물 세명 아이들이랑 겨울 에버랜드 갔다 왔을 때 집으로 곧장 안가고 밤늦게 게임방으로 새는 바람에

애 찾으러 다니는 소동이 있었소. 본인은 운동장에서 있었다고 변명하지만... 겨우 설득하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문제가 또 생기오. 우리는 단체환승을 하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이 모두 탑승을 한 다음에 타야 하는데

먼저 타려고 어느새 버스에 올랐다가 나의제지에 다시 내리고... 이때는 나도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해서

"00, 너는 네 돈 내고 따로 타" 그러면 이 아이는 고개를 젓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 진이 빠지기 십상이죠.  

 

 

태권도를 잘하고, 적극성은 있는 아이오. 수업시간 설명에 대한 집중력은 매우 낮고, 성적도 매우 낮은 편이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오. 안타까운 것은 눈에 보이는 빤한 거짓말을 한다는 점. 자기 방어에만 머리를 굴리오.

핸드폰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오.키가 작고, 동생 친구들과 잘 노는 편이오. 동생친구들은

형이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가끔 호소...

초등학교 입학전 약  6개월간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고 하오. 부모님들 간 관계는 좋은 편이며,

 2-3살 터울 남동생이 있소. 어머니는 보통의 어머니들(칭찬, 보상, 잔소리...)과 비슷하고, 아버지는

일때문에 바빠서 밤늦게 오지만, 시간날 때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이오.

 

이 학생 때문에 담임 배정이 바뀔 정도였소.

처음에는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다가 잘 안변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써 보았지만,

아이의 분노만 커질 뿐이어서 아이말을 경청하고,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거짓말이 확실한 경우는

직면하기고 하고, 자기 감정을 파악하도록 도와주고, 미술치료를 1주일에 1번씩 7회를 했소.

반의 다른 애들에게 이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 부탁을 해서 다행히 큰 싸움

을 이어지지는 않았소. 주변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오.

 

학부모 상담으로 어머니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점차 대화 흐름은 좋아졌는데 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조급해 하고, 성적하락이나 왕따 문제를 중학교 가서 보일까봐 염려했소.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라는 담임 교사의 말에

머리로는 이해하나, 막상 아이를 대할 때는 잘 되지 않는 형국이오. 엄마가 달라져야 애들도 달라지는데...

아버지는 아이를 위하나 형이 동생을 괴롭힐 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서

담임교사가 그런 방법은 효과가 없음을 알려주었소. 

 

남들은 많이들 나아졌다고 하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동네어른들도 그렇게 말하오. 문제행동이 많이 줄고, 애가 괜찮아 졌다고.  애가 많이 달라졌으니까..

선생님들께 인사하는 면도 그렇고...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괜찮소. 2학기 들어 친구들과 싸운 적이 거의 없소.

그래도, 담임 교사였던 나는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오. 내 몫이 아니란 생각은 들지만,

전에도 그랬듯이 아이와 아이의 학부모와는 계속적으로 소통할 듯 싶소.  

 

문제)

 1. 이제 중학교를 가는데 이 아이가 어떻게 될 것 같소? 

 2,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겠소?

 3, 어디까지 아이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8 (13:48:03)

이제 그냥 놔둬도 되지 싶소.
자존감이 낮다고 볼수도 있지만 오히려 욕망하는게 다른아이들보다 클수도 있을듯.
여행지에서 남들보다 한바퀴 먼저 돈다고 이상한것은 아니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서 논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것은 없고... 공동체 생활에 지나치게 맞추려하는 것도 피곤한일..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일수도 있고...
다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아슬아슬할 수도 있지만 ....^^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18 (13:58:54)

없는 것 보다 있는게 나으나

있으면 되는 거지 거기서 더하여 무엇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오.

 

존재로서 소임을 다하는 거고

이미 졸업했다면 더 이상의 작위는 불필요하다고 보오.

 

졸업후에도 연락을 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게 할 수 있는 전부일듯.

[레벨:15]오세

2013.02.18 (14:53:52)

전송됨 : 트위터

ADHD가 의심되는구려. ADHD로 인해 주의력이 떨어지면 대인관계도 안 좋고 성적도 안 좋고, 암튼 다 안 좋은데, 문제는 부모들이 이걸 그냥 우리 애가 산만한 건가? 성격이 그런 건가? 하고 넘어간다는 거. 한 번쯤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볼만하다고 보오. 


수원이라면, 안병은 원장님이 계신 행복한우리동네의원을 추천하오. 이 분 강의를 들은 적 있는데 진단을 남발할 분이 아니오. 


아무튼, 부모님을 설득해서 제대로 된 진단 한 번 받아보길 권하오. 그러면 더이상 애먼 아이의 성격탓을 하지 않을 수 있을테니 말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18 (23:38:53)

제가 저래봐서 아는데(MB스러운 말이지만 양해를^^;) 
성적표 가정통신란에 항상 주의가 산만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받았더랬죠.
그때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불안했다고 느낍니다. 솔직히 지금도 없어지진 않았지만요.

무슨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휘청거리는 오뚜기같다고나
할까요? 한 번 불안이 커져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리면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 오버를 하거나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을 저지르려는 반작용도 커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종종 친구들에게 눈총을 받거나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게 되었죠.

그래서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그 수치스러움이 마음에 남으면 그것을 이유로
자학을 하게 되고 더불어 자존감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곤했습니다.
그때문에 솔직히 맞기도 많이 맞은 편인데 역시 맞는 것이나 고압적인 태도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상우님의 질문을 생각해본다면

1. 아무래도 왕따를 당하거나 반 아이들에게 배척될 확률이 높겠죠. 문제는 사춘기니까요.
질풍노도의 시기죠.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더욱 불안해질 거예요. 이 때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한데 윗글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그 아이의
부모님에게 맡기기엔 좀 버거울 것 같네요. 상우님이 모든 것을 상담할 수는 없으시더라도
그 아이의 성장 발육을 체크하시면서 성교육과 같은 맥락으로 아이에게 상담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저같은 경우 눈싸움을 추천합니다^^ 그게 인상쓰고 그런 거 말구요. 그냥 아무 말없이
같은 장소를 공유하며 그 아이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거죠. 대부분 백이면 백 그 아이가 
먼저 피하거나 어색해할겁니다. 왜 그래요 하고 아이가 먼저 칭얼대더라도 잠자코 미소지으며 
그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거죠. 그 아이를 만날 때마다 그 만남의 일부를 그 시선맞추기에 
할애하셨으면 합니다. 불안해하거나 자존감이 결여된 아이일수록 상대방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아이가 시선이 흔들리지 않고 장난 같은 상우님의 눈싸움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종종 져주시면 되는 거에요. 이건 어쩌면 명상같은 것인데요. 대부분 아이들은
명상을 하라고 하면 제대로 하질 못해요. 좀이 쑤시니까요. 하지만 이 눈싸움 같은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있기 때문에 어색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방법이 되죠. 
자신감회복이 아니더라도 침묵을 익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3. 변화라고 하니 어디까지가 변화라고 할지 막막하네요. 저도 아직 다 고쳐진 게 아니라서
제가 대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급진적인 변화는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한창 자라는 나이이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 방향이 아닌 계속 가지를 뻗으려는 방향이
앞으로 그 아이의 방향이기 때문에 열매는 늦고 그와 반대로 줄기에 난 상처는 몸처럼 자라
옹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시기보다는 부정적인 변화를 최소화
하는 쪽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변화의 감소란 그리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구요. 그러니 아이가 계속 현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상우님의 아이지도는
성공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글은 썼지만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오히려 그 상담의 대상자였던
경험일 뿐입니다. 가려서 들으시고 이 와중에 상우님께 도움이 되는 맥락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상우님께 감동받습니다. 저에게도 상우님같은
선생님이 계셨다면 조금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종종 해본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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