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시인이 되고 싶은 적은 없었다.
꿈이 시인이어서 시를 쓴 적은 없었다.
그냥 머릿속에 잡히는 생각을 적다 보니, 긴 글보다 시처럼 짧은 글이 좋았고,
시를 쓰다 보면 평소에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그리고 뭐랄까 충만한 느낌, 어미의 양수 속에서 출렁이는 느낌 (???)
그런 설명할 수 없는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고은 선생님의 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사람 중에 도종환 시인과 고은선생님의 시중에서 좋아하는 시를 뽑으라 하면
도종환시인의 시가 더 많이 뽑힐 것이다.
고은선생님의 시는 건조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더 고은선생님께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고은 선생님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유명하고 해외의 문학은 인간보고서이고
한국의 문학은 아직 거기까지 다가가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의 시는 어디까지 왔냐? 나는 알 수 없다.
제도권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고 제도권에 다가가서 그들이
시 쓰는 모양을 커닝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냥 나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시를 쓰겠다.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을 하고, 영화를 보고, 뮤지컬을 보고, 등산을 하고, 북촌을 걷고, 역사책을 읽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을 잘 살려서 나만의 방식으로 시를 써 보겠다. 내 맘대로
XX XY XX
하늘이 열리고
인류의 첫 그림자
초승달지역으로 걸어갈 때
어데 문자 있었으랴?
어데 칼 있었으랴?
인류의 첫 그림자
아프리카에서 앞발 들었을 때
문자 없었어라!
칼 없었어라!
인류의 첫 그림자
인류의 아비 아니었어라
인류의 시작은 어미
어미의 전성시대
평화스러웠었어라
인류의 두번째 그림자
강변에 뚝 쌓았을 때
아비의 손에
칼 쥐었어라
점토판에
기록 태어 났어라
아비의 전성시대
소란스럽게 흐르고 있어라
그러나 이제
시대의 끄트머리 선
아비의 근육
칼의 굉음 사라진 곳에
섬광이 인류의 운명 쥐락펴락
소란을 잠재우니
다시 어미의 시대로
연합뉴스 2012-2-23자, “‘남성 멸종 임박’가설은 과장된 것”를 읽고 나서
귀로 I
태초에 풀어진 실
되감긴다
어미의 자궁 속으로
귀로 II
새끼의 뒤통수에
고정된 어미의 눈
새끼 집 떠날 때
새끼의 뒤통수에
탯줄을 감는다
명절날 귀경길에 오르는 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어미를 보고
달 빛 II
영겁의 시간 위에 놓인
지구의 밤을 밝히는
지구의 가로등
그것은
달
정월 보름날 둥근 달을 보다가
옛날옛적 첫사랑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혀있을때가 생각나는군요 ㅎㅎ..
'시인의마을'이라는 사이트가있었는데 그때는 이상한게 사랑에 관한 시가 전부 내이야기같더라는...
아마도 그 이후로 시와는 담쌓고 살았던거같네요.
오랜만에 시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