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김어준과 김용민이 진행하는 한겨레TV 뉴욕타임즈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김어준이 매번 방송 서두에 " 난 이명박이 싫습니다 , 이런 말도 안되는 대통령, 이명박이 싫어요" 라고 멘트하던 시절이라 출연자들은 가명을 쓰거나 김씨 이씨 박씨 같이 성만 밝히거나 얼굴을 감추고 출연했었다.
방송을 준비하는데 스텝이 상자를 주면서 맘에 드는 안경을 고르란다. 선글라스에 코믹버전 장식이 잔뜩 붙어 있는 거의 가면 수준의 얼굴 가리개였다. 노, 대놓고 실명을 밝히겠다 , 어디가도 꿀리지 않는 얼굴도 내놓고 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 주제가 천안함 사건이라니 , 그것도 특집이어서 천안함을 취재하고 책을 낸 피디가 같이 출연한단다.
같이 갔던 친구는 한문학 박사과정 중이었고, 나역시 군관련 시사에는 호기심이 전혀 없는 , 그러니까 둘다 태생적 군면제자들 이었으니 뭔 말을 해야 할지 난감 또 난감 , 꿀먹은 벙어리는 떼논 당상, 한치 앞을 내다 보니 꿔다 놓은 보리자루 십상이었다.
카메라 불이 들어오고 " 에라, 모르겠다 ' 하는 순간, 꿀먹은 보리자루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손님으로 포지션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당시에도 김어준이 북치고 장구치는 호스트였고 김용민은 타이틀은 시사평론가였지만 김근태 성대모사등 개인기 개발하기 바빴었다. 김어준과 소통할수 있으려면, 김어준을 상대로, 김어준을 긴장시키는 수밖에.
녹화 내내 재미있었다. 이명박 욕할 타이밍을 놓치고, 피디가 진지하게 장황한 설명을 붙이면 노골적으로 "지루하다"고 했다.
이런 얘기도 나왔었다.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팀으로 왔는데 어뢰는 아니다로 조사 결론을 내놓자, 정부에게 유리한 말을 할거로 기대했다가 그야말로 J o 된 얘기.
나 ㅡ 맞다, 러시아 가보니 러시아 사람들도 어뢰는 아니라고 하더라
어준ㅡ 어, 정말 러시아 갔었나
나ㅡ 한달전에 블라디보스톡에 갔었는데 광장에서 사람들 만나보니 분위기를 알겠더라
어준 ㅡ 아후, 정말 뭔 볼일로 갔길래
김어준이 스마트한 사람이라 이번 천안함 주제는 여성분들과 나누기에는 적절치 못했다며 피디와 제작진이 급사과하는 걸로 마무리 하자고 해서 웃으며 정리했다.
김어준은 갖가지 욕과 화통 웃음을 적절히 구사하며 상대를 해제시키고,
출연자는 사실여부가 모호한 구라와 제스처로 들러리 역할을 사양하고,
구조를 알면 윈ㅡ 윈이 가능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