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음악가 김용, 그의 첫 번째 미니앨범
음악, 영상, 미술에 걸친 self producing, one man band, 가내수공업의 미학
2010년, 인터넷에 자작곡을 올려 혜성처럼 등장한 독립음악가 김용. 폭발적인 무관심으로 시작된 그의 음악은 디씨XXXX, 알지X등의 골수 네티즌들에게 찬사와 비판을 한몸에 받으며 몰래몰래 돌려 듣던 소수정예 팬들의 요청으로 앨범 제작을 기획하게 된다.
하지만 왠지 그럴싸한 느낌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인 '독립'이란 이름 뒤엔 사실상 '고립'이라는 음악적, 금전적 상황에 처해있던 그는 모든 앨범 제작을 스스로 해내기로 다짐하였다. 아니 어쩔 수 없이 다짐 되었다. 그리하여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뿐 아니라 미디 프로그래밍,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까지 홈스튜디오를 이용해 작업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혼자 수월히 될 리는 없는 터, 2010에 시작된 앨범 제작은 아예 음악교재들을 사서 공부하며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어찌어찌 2012년, 싱글앨범의 대략적인 완성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이게 진짜 최종완성본이라며 수정하여 보내준 음원 파일만 100회 이상. 이제 지긋지긋하니 그만 좀 발매하라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음악을 처음 구상할 때 영상이 같이 떠올랐다는 이유로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야겠다며 일을 키우고야 만다. 그때 그나마 있던 열댓 명의 팬이 대부분 떠났다고 한다.(원문링크: kimyong.net)
뮤비라고는 친구들이 술 먹고 춤 출때 나중에 놀려 주려고 찍어본 영상이 전부인데다가 카메라도 없던 상황. 그래서 또 역시 영상 연출과 편집 등의 교재를 사서 공부하며 스토리보드를 작성하였고 인터넷을 뒤져 싸고 동영상 잘 찍히는 카메라를 중고로 구입한다.
카메라를 좀 오래 들고 있으면 영상촬영 아니겠느냐며, 사진을 전공하던 동생을 강압적으로 섭외하였고 촬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경험이 부족한 두 사람은 촬영과 편집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에 하루에 한 컷 정도를 찍는 속도감으로 짬짬이 뮤비를 제작해갔다.
빨리 찍으려는 의욕조차 없어 보이는 느린 촬영속도, 서로 간의 약속 파토, 생계유지 등의 이유로 뮤비촬영은 해를 넘기려 하고 있었고, 눈이 오는 장면으로 시작된 내일도 오늘 뮤비는 반팔을 입었다가 잠바를 입었다가 하는 등 계절감이 엉망인 상태로 어떻게든 완성이 되게 된다. 심지어 후반부엔 주인공 김용의 얼굴이 좀 노화된 느낌까지 드는 것 같아서 주위의 탄식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뮤비는 두 편이나 제작되었고 음악도 짬짬이 마무리하여 최종 데이터와 앨범 자켓도 완성하게 된다. 자켓 역시 인터넷 강좌와 검색창에 '뽀샵으로 그림 두 개 합치는 법' 따위를 검색하며 완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홍대의 라이브클럽을 전전하며 공연을 하고 다니던 것도 그 시기의 일이다.
음악 제작과 뮤비 제작 모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시간에 쫓기지 않은 상황이 장점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을 터, 나름 방향성을 잃지 않은 색깔 있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고 주변 음악인들과 영상인들은 정말로 혼자 만든 것이냐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잘되고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계속 음악을 하는게 꿈이고 그런 면에서 자신은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이라며, 왠지 망할 것 같다는 거대한 직감 앞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애써 자기 위로하는 독립음악가 김용.
독립음악가라는 것은 순수하지 않은 목적에서의 독립을 의미하지 항상 혼자 모든걸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앞으로는 여러사람들과도 같이 작업할 것이라며 괜히 아이돌기획사 홈페이지 이메일을 마우스로 만지작 거리는 독립음악가 김용.
자신은 음악가이고 슬픔을 웃음 뒤에 감추는 것을 좋아하여 약간의 해학적인 요소를 넣은 것이지, 너무 웃음 포인트에 집중되어 자신의 음악이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면서 어느새 이빨에 김을 붙이고 발라드를 부르며 너털웃음을 짓는 독립음악가 김용.
내일이 돼도 어차피 오늘처럼 희망이 없을 것 같다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표현한 '내일도 오늘' 직설적인 문장으로 시작되어 외로움의 감정을 처절하게 토로하는 '외롭다' 세상에게 강요된 것만 같은 무기력하고 잉여스러운 하루일과를 해학적인 요소로 풀어낸 잉여인간의 힐링송 '잉여인간을 위한 닭고기 수프'
이러한 그의 첫 앨범은 창조적인 음악 어법과 해학적인 가사를 넘나들며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 고독, 불안함, 무력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앨범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음악가 김용에게 앨범의 소개를 써달라고 부탁해보았다.
'이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음악으로 안 만들고 글로 썼겠지' - 김용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출처] 2013.2.18. 앨범 발매합니다|작성자 ky
보는 입장에서 이보다 재미있을순 없다이오. 촬영하고곡을 쓴 김용이 힐링을 위해 이곡을 쓰진 않았을터 삶이 일상이 노래가 되고 ...아름답소. 병맛..유쾌하오.^^
장기하는 실제로 방바닥에 쩍 달라붙어보진 않고 상상이라 했지만...어쨌든 장기하와는 다른스타일이지만 그 방식의 계보를 잇는 것은 맞는 것 같소. 김용스타일도 재밌고 멋지구려.^^
좋은 느낌. 내겐 장기하보다 좋소.
이발소 그림 앵벌이 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이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