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김어준 관련 동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유없이 화가나고 짜증이 났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대가 나에게 준 상실감을 무의식적으로만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체험은 의식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조금 색다르다 여겨졌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동안 이런 상실감을 느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상실감이 주는 이 독에 무대책으로 당했을까.
개인을 넘어서는 시대의 상실감...
특정하게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구체적으로 감정표현을 할 수도
참 막막한 감정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너져 내리고 또 일어서기를 반복 했을까.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이런 기분나쁜 감정이 느껴지는 것에서
이 시대의 앞날을 예감 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엇인가 손가락 사이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실제적으로 느껴지고 점점 기운이 없어질때
그 빠져 나가던 것이 상실감 이었나 보다.
내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아차 싶었다.
이 대책없이 나를 강타한 이 독에 내가 당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상실감이란 독은 느껴보는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잃어가고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을 알게 해 주니까.
이 독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그 상실감을 철저히 대면하는 것이다.
존엄을 회복하는 길과 정확하게 같다는 것.
상실감에 빠져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으로.
방향은 더 선명해진 것이다.
독화살 한방에 면역이 생겼을까...
앞으로도 멀쩡히 길 가다가 뒷통수 맞을 일 많을지도... 그냥 대책없이 독화살은 날라온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상실감 없이 그냥 이 시절을 지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게냐...
이미 무의식에서는 알고 있었다.
단지 의식차원에서 이제서야 조우 했을 뿐.
그러나 의식 차원으로 떠올랐기에 상실감은 더이상 독이 아닐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웃음이 서린 슬픔이란 것을 알게 되어 껴안을 뿐.
모른척 아닌척 살았던거고...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도 우리가 뭔갈 제대로 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오.
상실감이 클수록 우리의 인생은 덤이오.
김어준이 활개칠만한 세상이 우리 역시 숨쉬기 좋다는 것을....활기없는 사회가 되어가는 지금... 김어준이 활개칠 세상을 잃어버린 상실감...바로미터....
사회공기 정화제 였다는 것을....
탄갱속의 카나리아. 약한고리... 유럽에 망명하면 아휴...상실감 곱빼기
약한고리가 있다면
이를 보호하지 않고서는 인간은 절대 존엄할 수 없다는 것을...
외면에서 대면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힘든 길이더군요. 저는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겁한 태도라는 건 알지만 정말 쉽지가 않아요. 이런 제 자신이 참... 웃프네요.^ㅜ
대면하고 싶어서 하는 대면은 아니고 그냥 몸도 마음도 아프니 저절로 대면하게 되는 것..ㅋㅋ
누군가 내 코뚜레를 뚫어서 끌고 가는 느낌...존엄이라는 그넘~~~~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밤,
사랑하는 연인을 나쁜 권력이 소집하는 강제 징집에 빼앗긴 신부의 마음이랄까.
조금 끄적이는 데도 집중하기가 힘들고
삐뚤어질 테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제대로 삐뚤어져 있었고
독화살 맞은 심장은 애꿎은 사람에게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더군요.
제가 독화살에 맞았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독화살을 쏠 때 알았습니다.
그때 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과 괴로움이란......
누군가 그러더군요.
일제 36년동안 싸우던 독립운동가들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심정.
또 새삼 목이 메는군요.
이 상실감을 느끼기는 해도 표현해 버리면
내가 진짜 잃은 게 될까봐, 내가 잃은 걸 재차 확인하는 게 될까봐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아란도님 글에 묻어서라도 마주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