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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현강
read 1969 vote 1 2020.08.15 (13:48:31)

'사과가 달다'는 매우 간결한 문장이다. 보통 사과가 원인이고 단 게 결과라 한다. 사과니까 달지 오이였으면 달지 않았을 거라는 식이다. 그런데 복숭아도 달던데? 사과가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원인과 결과가 일대일 매치가 안된다.

혹은 사과는 빨갛던데? 이러면 역시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원인에는 원인이 없고 결과에는 결과가 없다. 관측자가 인과율에 참여한다는 게 들춰야 할 숨은 전제이다. 사과는 대상이며 달다는 건 나의 인식이다.

사과의 사정이 썩거나 잘 익거나 아니면 아예 오이나 철근이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 때 대상과 관측자의 관계가 변화한다. 음식과 섭취자인지 자재와 건축가인지 인간관계인지로 변화한다.

최종적으로 관측자의 인식이 변화한다. 사과가 썩으니 사과 맛이 나빠지게 인식되는 식이다. 사람에게 있어 사과와의 관계는 음식이 아니라 비료로 전락한다. 반대로 관측자의 사정이 입맛이 떨어진다거나 배가 부르다거나 변화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관측자의 사정에 맞추어 사과의 지위가 변화한다. 둘 중 하나의 변화에 나머지 하나의 변화가 연동될 때 둘 간의 관계라는 존재는 변화한다. 식량이 비료가 되기도 하고 똥이 금이 되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나타내는 명사가 바뀌는 것이다. 동사는 인식의 변화만을 나타낸다. 대상과 진술자 둘 사이의 관계를 한 번에 나타내는 단어는 명사이다. 바람이라는 말에는 이미 기압차와 그걸 감지하는 관측자의 사정 간 합의가 들어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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