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미워요."
"미워도 좋게 봐주시고 애써주시면 안될까요?"
"자꾸 미운 생각이 떠올라요."
"그래도 계속 미워하면 선생님께서 미워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질테고, 그럼 아이가 제대로 배우기 힘들텐데, 미워하시는 마음을 거두면 안될까요."
"저는 거기까지는 안될 것 같아요. 제 인격이 부족해서요."
솔직한 말이다. 미운 짓 하는 사람 미워하는게 자연스럽다. 근데 왜 미울까? 미운 이유는 아이가 나를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다. 아이도 교사가 밉다. 교사가 나를 받아주지 않으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 이외에 멋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성장기 중에 깨닫는거다. '아, 저 선생님 멋지네'. 멋지다는 건 뭔가 잘해서 멋질 수도 있고, 잘생겨서 멋질 수 있고, 유머 감각이 풍부해서 멋질 수 있다. 진한 인간미로 아이에게 인격적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도 있다.
교사가 수업잘하고, 생활지도 잘하고, 행정적인 업무처리 잘하는거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험한 세상에도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해주는게 교사 몫이다. 우리 선생님은 닮고 싶은 분이네. 가까이 가고 싶네 하는 걸 보여주는 거다.
물론, 이것은 아이가 그 해에 깨달을 수도 있고, 먼 훗날 깨달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 그 자체와의 동거다. 아이와 함께 하며 인간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교사는 인간의 표본이 되어 아이 마음 속에 각인된다. 은연 중에 그 사람을 닮게 된다. 그분께 받았던 사랑과 지성, 용서와 단호함을 느끼고 생각한다.
혹자는 말한다. 12년간 별의별 교사를 다 만나고 억울한게 많았는데 사회에 와보니 사회에서 만날 인간들을 미리 만난셈치니까 덜 억울하더라고. 미리 인간 군상 이해하고 관계맺는 훈련한 셈 친다고. 근데, 이 말이 참 와닿으면서도 참 슬프고 안타까운 말이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것. 그건 인간이 되는 것이다. 12년간의 공교육 기간에 아이가 1년만이라도 '참된 인간'을 만날 기회를 주는거다.
교육 관련 사건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보면 학창시절 교사에게 받았던 모욕과 폭력에 대한 성토가 여기 저기 등장한다. 적어도, 그 사람이 참된 인간 한 명을 만났다면, 그 억울함과 답답함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거다. 인간이 인간이 되기 어려운 것은 안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가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을 못만나서이다.
먼저 인간을 만나자. 그래서 인간이 되자.
교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이상우 선생님의 글에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