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렬
양을 쫓는 모험
여기서도 연역과 귀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
보통 무협지에서 고수는 부하 의사결정을 하게 냅두고, 치고받고 싸우고, 어쩌고 하다가 맨 나중에 가서 "내 이럴줄 알았지!" 한마디 하는거.
그런데 부하가 항명하고, 제멋대로 의사결정하는 것까지는 그렇다치는데, 이 장면 "너같은 놈한테 광아를 맡긴게 잘한 짓인지 새삼 걱정되는 구나." 에서 다 깨져버렸소. 권위상실.
고수인 척을 하려면 끝까지 고수 코스프레를 할 것이지, 말 한마디에 힘없는 노인네임이 들켜버렸소. 왜? 이 장면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부분을 완성하려다 전체를 말아먹은 듯.
병맛상황인데
고수는 절대 자기 입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소.
근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고수를 실속없는 떠벌이로 만들거나 아니면 부하의 입으로 말하게 해야 하오.
부하의 입으로 말하면 항명이 되는 거고.
어쨌든 자기 전술을 다 독자에게 알려주고 싸워야 하는게 무협지 고수의 비애.
나관중의 삼국지부터 잘못됐소.
수공을 하든 화공을 하든 전술을 독자에게 알려주면 적도 알게 되는 거 ㅎㅎ
고수는 미리 여러 개의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다가
상황에 맞게 카드를 사용하여 적의 의표를 찌르는 전술을 쓰오.
미리 각본을 짜면 하수고 각본은 짤수록 리스크가 증대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