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와 드라마는 왜 승리한 역사는 다루지 않고 늘 패배한 역사만 다루는 것일까? 나의 오래된 의문이다. 지는게 그리도 좋은가? 한국사 최강의 파이터라면 여진족을 박살내고 영토를 늘린 척준경이다. 그는 패배한 적이 없다. 이런 영웅은 절대 다루지 않는다. 을지문덕이나 강감찬도 근래에 영화로 본 기억이 없다. 권율장군도 이겼다는 이유로 띄워주지 않더라. 이순신의 명량은 이겼는데도 패전처럼 묘사한다. 영화는 이순신이 이길 수 있는 어떤 가능성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위해 사용한 전술이 열 가지라면 영화에는 그중에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사실은 뚱보라는 이상한 가설만 세우고 있다. 이순신은 바보였지만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감독의 친일 식민사관이 보일 뿐이다. 하여간 전쟁을 그렇게 하면 진다. 안시성도 같다. 전쟁을 그따위로 하면 이길 수 없다. 이기는 길로 가야 이기는 거다. 한신이 배수진을 칠 때 3만 대 20만의 압도적인 전력 차에다 유방에게 정예병을 뺏겨 병사의 훈련상태도 최악이었다. 전투경험 없는 늙은이와 소년병으로 싸운 것이다. 그런데도 따로 기병을 운용하여 배후를 치는가 하면 선봉대 1만은 따로 내보내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긴다고 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던 것이다. 3만에서 이것 빼고 저것 빼고 1만으로 줄어서 거의 20대 1로 싸워 이긴 것이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도 그렇다. 7명밖에 안 되는데도 그 7명이 흩어져 역할을 분담한다. 숫자가 적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그런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기는 길은 그 길뿐이기 때문이다. 명량이든 안시성이든 한국영화에 대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눈에 힘만 주고 있다. 허술한 고증, 엉터리 갑옷이 안쓰럽다. 명량에다 신과 함께를 버무려 놓은 듯한데 결국 사극도 신파만 먹힌다는 거다. 지휘관이 눈물을 보이면 그 부대는 이미 패배해 있다. 장군이 되어서 눈물이나 짜는 당나라(?) 군대는 이길 자격이 없다. 영화 안시성은 어떠한 승산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겼다고 선언한다. 허무주의다. 허탈한 거다. 운만 좋으면 되는겨? 영화에서 묘사되는 안시성주는 지도자의 자질이 없다.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원래 수나라와 당나라는 가한이 통치하는 유목민 왕조였다. 반은 한족이고 반은 유목민이라 해야 맞겠다. 유목민은 원래 외교로 뭉친다. 가야연맹처럼 대규모 연맹을 만드는 습성이 있다. 흉노제국이라 한다. 과연 흉노가 제국일까? 흉노의 가한이 황제인가? 유목민의 연맹체를 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웃긴 거다. 흉노선우 묵돌 이래 유목민은 군사동맹을 이루어 왔다. 몽골도 그렇게 했고 청나라도 그렇게 했다. 부족장을 불러모아서 대규모의 회맹을 한다. 북방 유목민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위진남북조 이래 중국에 없는 철기 제조기술과 말을 다루는 등자기술이 전래되어 중국은 유목민 정복왕조에 무수히 털렸는데 한족들은 양자강 남쪽으로 옮겨갔다. 베트남까지 진출한 월족과 복건성 일대의 객가족이 진정한 한족이라고 한다. 황하 상류 일대는 유목민 천하가 된 것이다. 수와 당은 일부 한족화된 유목민이다. 그러나 유목민의 연맹체 전통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구려를 치는 것이다. 당시는 유목민의 전성기였으니 고구려도 이득을 보았다. 광개토대왕이 갑자기 능력을 발휘하여 영토를 늘린게 아니고 유목민들이 대거 중원으로 이주해서 만주가 비어버렸으니 고구려가 지갑을 주운 거다. 광개토대왕은 몽골까지 진출하여 유목민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문제가 일어났다. 수나라와 당나라 중심으로 한족의 반격이 시작된다. 특히 당은 무역국가를 추구했는데 교역로를 확보하고 중국이 원하는 모피를 얻으려면 고구려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구려 영류왕이 당에 머리를 조아리자 연개소문이 반발했다. 여기서 연개소문의 정체는? 연개소문은 개인이 아니고 그 조상 때부터 막리지를 역임한 세력가였다. 그들 씨족의 정체는? 연개소문이 설연타와 연결하기 위해 말갈인을 사신으로 보낸 것도 수상쩍은 거다. 연개소문은 북방유목민이 일제히 이주하던 시기에 들어온 이주민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 신라 김유신과 비슷하다. 김유신 역시 가야가 몰락하자 신라로 들어온 이방인이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법이다. 토박이는 잠시 숙이며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주민세력은 자칫 양쪽 세력의 협살에 걸릴 수 있으므로 사생결단으로 나온다. 사실은 고구려도 부여에서 이주해온 이주민이다. 백제도 고구려에서 떨어져나온 이주민이다. 신라도 흉노계 이주민이라는 설이 있다. 이주민들은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영류왕은 그 이주민 세력을 제압하고 말갈인을 억누르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키려고 한 것이며 그 때문에 고구려는 혼란해졌다. 고연수와 고혜진도 그렇다. 그들은 고구려 왕족이었을 것이다. 연개소문은 왜 고씨들을 주필산 전투에 보냈을까? 왕족인 고씨들이 연개소문과 대립했기 때문일 수 있다. 고혜진과 고연수는 싸우다가 불리해지자 당나라에 항복했다. 연개소문에게 충성하던 병사들은 고씨들의 배신으로 협공을 당했을 수 있다. 고구려가 연개소문 중심의 단일한 지휘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세민은 영리한 자다. 그는 100만대군을 끌고와서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한족 황제와 다르다. 유목민은 인명희생을 기피한다. 징기스칸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족은 금방 인구를 충당하지만 유목민은 대규모 인명희생이 일어나면 100년씩 회복을 못한다. 한무제의 서역정벌 이후 흉노가 쇠퇴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세민은 부하를 아끼는 명장이다. 그는 고씨왕족과 연개소문 직계세력을 이간질해서 손쉬운 승리를 얻었을 것이다. 안시성주는 고씨였을 가능성이 많다. 봉건사회에서 왕족이 아닌 각성받이가 성주가 되기는 어렵다.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그냥 중국 소설에 등장하는 이름일 뿐이다. 연개소문의 외교가 먹혀들었다. 배후에서 설연타가 움직여주었다. 그 틈에 고구려 병사들은 안시성으로 모여들었다. 당나라 기록은 10만이라고 하지만 백성들을 포함한 숫자로 5만은 넘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성인남자는 다 병사이니 고구려 병사는 최소 3만이 넘을 거다. 당나라 정예 10만 대 고구려 관민 최소 3만이 되어야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 당나라는 항복한 고구려 병사 4만을 앞장세운다. 전쟁은 외교로 이기는 것이다.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면 상대편에서 내분이 일어나서 자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세민은 서역인 기술자를 동원하여 여러 가지 공성장비를 투입했을 것이다. 고구려인은 원래 수렵민족이다. 모든 사람이 병사다.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군대가 무너지는 것은 죽음을 겁내서가 아니다. 대부분 편제가 잘못되어 통제의 실패로 그냥 무너지는 것이다. 제때 밥을 주지 않거나 교대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휴식을 주지 않거나 장교가 없거나 앞뒤가 안 맞는 엉뚱한 명령을 내리거나 하면 군대는 통솔이 안 되어서 무너진다. 유목민과 수렵민은 원래 전투에 능하다. 유목민 말갈족과 수렵민 고구려족은 원래 전투를 잘한다. 한족이 이들을 깨부수는 방법은 방진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방진은 훈련되어야 한다. 한족을 쪽수만 잔뜩 끌고온 수나라와 달리 이세민은 유목민 중심으로 훈련된 정예를 데려왔다. 큰 방패를 들고 온몸을 완전히 감춘 다음에 긴 창을 들고 대오를 이루면 된다. 말은 긴 창을 보면 달리다가 멈추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기병의 방법은 쇄도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면서 왼쪽으로 화살을 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오른팔로 화살을 당기므로 반드시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 징기스칸 부대는 이 방법으로 한족과 독일군의 방진을 이긴 것이다. 적을 방진 안쪽에 가둔다. 거리를 주지 않고 적을 한 명씩 소모시켜 나가면 방진 안쪽에 갇힌 군사들은 갑갑해서 미치게 된다. 앞이 가려서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슬슬 몰이를 하면 방진이 조여져 가운데부터 압사를 일으킨다. 이 방법으로 한족 군대가 사각형 방진 안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떠밀려 압사시키는게 기병의 반드시 이기는 전술이다. 그러나 영화의 고구려군은 이런 멋진 전술을 쓰지 않는다. 닥치고 쇄도하는데 진형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런 식으로는 백전백패다.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패배했다면 이 기술을 쓰지 않고 쐐기모양의 대형으로 철갑 개마기병을 쇄도하는 전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나라 군대는 황칠한 나무갑옷을 입었다. 철갑기병이 가죽갑옷 아니면 나무갑옷 입은 당나라 군대를 깨부수기는 쉬운 일이다. 이때 이세민의 대응방법은 대형방패를 든 방진을 여러 중대로 나누었다가 중대 사이의 틈을 열어 고구려군의 선두를 받아들인 다음 틀어 잠그고 안에서 장창으로 찔러죽이는 방법을 썼을 수 있다. 결국 고구려가 주필산에서 졌다. 그렇다면 당나라는 방진과 장창을 쓴 것이 확실하다. 방진을 깨는 방법은 근접전을 피하고 멀리서 활을 쏘며 몰이로 압사시키는 것인데 이 전술은 당시에 개발되지 않았을 수 있다. 전쟁이라는게 그냥 싸우지 않는다. 백프로 승산을 보고 싸운다. 고구려는 이기는 기술이 있으니 싸웠고 이세민도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 영화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흩어져서 일대일로 싸운다. 흩어지면 무조건 진다. 어떤 경우에도 병사는 자기편 병사와 어깨가 붙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 명이 창으로 싸우면 한 명은 방패로 동료를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방패는 매우 크고 창은 매우 길어 무겁다. 적을 죽이려면 관성의 법칙을 써야만 한다. 그냥 휘두르면 안 되고 무거운 방패와 무거운 창으로 내달리면 관성력에 의해 전력이 10배가 된다. 반드시 협동작업을 해야 한다. 대오가 깨지고 어깨간격이 벌어져 흩어지면 이미 패배한 것이다. 이세민은 공성장비를 동원하여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고구려군이 내분을 일으켜서 자멸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공성전은 원래 10배 이상 병력이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안시성에 고작 5천이 있다면 그냥 1만으로 성을 포위하면 된다. 항복한 고구려인을 동원하여 성을 포위해놓고 그대로 평양을 직격하면 된다. 왜 이세민은 5천 명밖에 안 되는 안시성을 3개월이나 공격했을까? 안시성에 최소 3만 이상의 정예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나라가 진 이유는 병력 숫자가 압도적이지 않고 보급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세민은 공성장비로 역량을 과시한 다음 고구려의 내분을 기대했겠지만 압도하지 못했다. 전쟁영화라면 이기는 방법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듯이. 아 저렇게 하면 이기겠구나 하고 관객을 납득시켜줘야 한다. 유목민이든 한족이든 반드시 이기는 필승법이 있으며 그 필승법을 믿고 싸우는 거지 그냥 의지드립을 날리며 눈에 힘 주고 악을 쓰며 어거지로 싸우지는 않는다. 그런데 상대의 필승법에는 이에 맞서는 파훼법도 있다. 장군에는 멍군이 있고 멍군에는 양수겸장 외통이 있다. 각자 승산을 보고 이기는 길로 가는 것이다. ### 이기는 법을 가르쳐야 진짜다. 사극은 배울 것이 있어야 하며 관객은 영화를 보고 이기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아무리 불리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야 한다. 영화의 안시성주처럼 배째라 하면 안 된다. 에라 모르겠다 장렬하게 전사하자거나 이왕 죽을 바에 한 놈이라도 더 저승에 데리고 가겠다는 식은 안좋다. 영화의 감상주의가 관객들에게 약간의 카타르시스는 되겠지만 패배주의를 양산할 뿐이다. 그게 마약과도 같다. 패배습관에 길들여진다. 정신건강에 나쁘다. 아직도 역사관련 게시물에는 이게 다 고종 때문이다. 이게 다 명성황후 때문이다. 이게 다 노론 때문이고 유교 때문이고 노무현 때문이다 하는 사람탓이 넘쳐난다. 추악한 행태다. 호연지기가 없다. 찌질이 행태다. 그런 똥들이 김성근빠가 되어 근성야구로 이긴다는 망상을 하며 선수 어깨를 박살내고 축협을 비난하고 인맥축구타령하고 뭐든 일이 안되는 쪽으로 몰아간다. 사람탓 하는 영웅주의 고약하다. 당시 안시성 뿐 아니라 주변의 산성은 모두 건재했고 평지성만 깨진 것이다. 당측 주장이 과장이겠지만 안시성에 10만, 주변 산성에 10만으로 주변에 고구려군 20만이 건재해 있어서 평양성으로 못 갔고 평양성을 직격했어도 을지문덕에게 깨지고 강감찬에게 깨진 싸움의 재탕이다. 전쟁은 오로지 기술로 이기는 것이며 기술과 시스템을 논해야 진짜다. 사람탓 하면 보수꼴통이 되고마는 거다. 보수꼴통은 사람을 믿는다. 내가 언제 한나라당 개새끼들을 믿었나. 우리 명박님을 믿었지. 내가 언제 새누리당 양아치 의원들을 믿었나. 우리 근혜님 믿었지. 이런다. 공화당 시스템을 부정하고 트럼프 개인에 의지한다. 보수꼴통의 퇴행적 사고를 영화가 전파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아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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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패배주의 사상이고
정신건강에 아주 안좋습니다.
아직도 역사관련 게시물에는
이게 다 고종 때문이다 명성황후 때문이다
이게 다 노론 때문이다 누구 때문이다 하면서
시스템 탓이 아닌 사람탓을 하는 자들이 즐비합니다.
혹은 유교 때문이다 하고 자기 민족 정체성을 태연하게 부정합니다.
그런 자들이 김성근 빠가 되어 근성야구로 이긴다는 망상을 하고
축협을 비난하고 인맥축구타령을 하며 뭐든 안되는 쪽으로 몰아가고
결국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렇게 나옵니다.
안시성만 건재한게 아니고 주변의 산성은 모두 건재했고
평지성만 깨졌는데, 안시성 10만 주변 산성에 10만
도합 20만 고구려군이 지키고 있어서
평양성으로 바로 가지 못했다고 중국측은 말하죠.
평양성으로 바로 갔어도 을지문덕에게 깨진 수나라 군대나
강감찬에게 깨진 거란족 군대가 되는 거고.
사람탓을 하면 사람에게 의지하는데 그게 보수꼴통입니다.
이명박근혜를 찍은 자들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언제 한나라당 새끼들을 믿었나. 우리 명박님 믿었지.
내가 언제 새누리당 개새끼들 믿었나. 우리 근혜님 믿었지.
어떤 상황이라해도 반드시 이길 방법이 있다라는 말이 진정한 위로라고 생각됩니다.
안시성은 어쩜 연개소문 정권과 무관한 독자적인 세력의 주둔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그럴 경우 역사기록의 대파란이 올거고 그 어떤 진실도 밝히기 어렵다면 결국 당의 보급품과 병력부족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음에 동의합니다. 당태종과 안시성주가 주고 받은 대화가 하이라이트로 장식될 수 있을텐데 영화를 안 봐서 아쉽네요. 삼국 더하기 가야 역사는 정말 미스테리가 너무많습니다.
외교, 전략, 방진이 없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떄, 도리어 이런 스토리(필승법이 없어도 우리편이니까 결국은 승리하는?)의 영화를 보고 마음의 위안(정신승리?)이라도 얻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