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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02 vote 0 2024.03.12 (14:23:41)

    세상은 저울이다. 구조는 저울이다. 저울은 복잡하다. 저울 속에 저울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저울이다. 저울은 지구 중력에 의지하여 물체의 비중을 계량한다. 모든 저울은 저울 속의 저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복잡하다. 그러나 사실은 복잡하지 않다.


    저울은 두 개의 접시를 연결한다. 혹은 물체와 추의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측자가 둘의 대칭에 집착하므로 복잡한 것이다. 중심을 보면 간단하다. 두 접시가 서로 싸워서 결판을 내기 때문이다. 가만 있어도 저울이 알아서 눈금을 알려주므로 계량은 쉽다.


    수평을 보면 복잡하고 수직을 보면 단순하다. 균형이 어긋나면 복잡하고 균형이 맞으면 단순하다. 관측자가 어디를 보느냐가 중요하다. 자동차 엔진을 보면 복잡하고 핸들을 보면 단순하다.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수평에 갇히지 말고 수직으로 초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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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저울이다. 물질 내부에 부단한 방향전환이 숨어 있다. 소립자의 스핀과 같은 고유한 물리량이 있다. 양자역학이 복잡한 이유다. 그러므로 저울을 이해했다면 양자역학을 이해한 것이다. 우주에 구조는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저울역학이다.


    어떤 것이 복잡한 이유는 내부의 복잡성이 밖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내부에 가두면 단순하다. 그것이 차원이다. 점을 선에 가두고, 선을 면에 가두고, 면을 입체에 가두고, 입체를 닫힌계에 가두면 된다. 내부의 저울이 알아서 시간을 맞춰주는 시계처럼 쉽다.


    우리는 원자의 내부가 없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복잡성을 내부에 가둔 것이 원자다. 내부에 숨은 방향전환이 나란해지면 저울의 수평이 맞아서 외부 관측자에게 원자로 보인다. 진실을 보려면 복잡성을 단순함에 가두는 차원을 꿰뚫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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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은 다음에 갇히고 마음은 전략에 갇힌다. 수평은 수직에 갇히고 대립은 초월에 갇힌다. 생각은 직관에 갇히고 여야는 민심에 갇힌다. 개는 목줄로 가두고, 사람은 역할로 가두고, 선수는 포지션으로 가둔다. 가두고 갇히는 것이 권력이다. 세상은 권력이다.


    무엇이든 그것을 가두는 것이 있고, 그것을 붙잡는 것이 있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 있고, 겹치는 것이 있다. 겉은 속에 붙잡히고 엔진은 핸들에 붙잡힌다. 육체는 정신에 붙잡히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붙잡힌다. 언제나 더 높은 차원의 힘에 붙잡혀 있다.


    우리는 수평적 사고, 대립적 사고에 갇힌다. 저울의 반대편에게 가로막힌다. 절대성으로 타개하지 못하고 상대성에 갇힌다. 수직적 사고, 초월적 사고로 도약해야 한다. 가두면 단순하다는 것이 직관이다. 일단 가둬놓고 조진다는 것이 전략이다.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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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먹는다. 마음은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은 머금는 것이다. 붓이 먹을 머금듯이 마음은 머금는 것이다. 마음을 품는다. 닭이 알을 품듯이 마음은 품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마음을 닫는다. 마음을 조이고, 마음을 풀고, 마음을 빼앗기고,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은 심心이다. 심은 중심이다. 그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다. 대하여가 아니라 그 너머다. 전술 너머에 전략이다. 맞대응 너머에 조절이다. 대립을 넘어선 초월이다. 손님을 넘어선 주인이다. 처음을 넘어선 다음이다. 마음 너머 마음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은 차원이다. 차원이 공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사건의 높은 단계가 차원이다. 차원은 품는 것이다. 선은 점을 품고, 면은 선을 품고, 입체는 면을 품는다. 내부에 감추어진 것은 동력이다. 내부의 내부에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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