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개인주의시대다. 어른이나 학생이나.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안하면 선생님이 억지로라도 공부를 시키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배움의 기회는 계속 줄어든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안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거다. 그냥 피하고 게임만 하과 유트브나 보고 친구와의 채팅으로 시간을 때운다. '날 잡아 잡수~' 해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마시는 것은 말의 몫이라는 말과 일치한다. 평양감사도 하기 싫으면 강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깨달음이 온다. 당장은 공부가 안필요한데, 그간 해온 공부가 필요할 때가 되면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뒤늦게 공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길이 그렇듯이 단기간에 공부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결국 공부를 안하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때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주의 시대는 자유는 점점 늘어나지만,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고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난다. 과거에 주변의 강요로, 관습적으로 되던 일이 이제는 개인의 자유의 몫으로 남았다. 결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이 부분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부모가 나중에 후회할 것이니 무작정 공부만 강요하고, 간혹 진보적 부모가 말하듯 '공부 하건 안하건 난 신경 안쓴다. 네가 알아서 선택해' 같이 무책임하게 말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고, 세상이 이루어진 구조와 시공간속에 운영하는 원리가 결국 지식이다. 그러니 지식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아야 한다.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지만 학생인 이상 공부를 손에서 놔서는 안된다. 학교를 다닐 수도 있고, 검정고시를 할 수도 있지만, 졸업장 따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내가 공부한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분야와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기 때문에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유초중고 교육이다. 입시가 목적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서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고 자유를 제대로 누리며 살기 위해서 공부하는 거다. 공부는 의무는 아니지만, 인생을 나답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공부인데, 공부가 입시의 목적인 양,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의 수단인양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고 그것이 달성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는 마이너스다. 공부, 그것은 적어도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 퇴직 이후의 과정에서도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인생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아이들에게 공부의 의미를 소개하고, 지식의 세계로 초대하고, 지식을 실천하는 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 부모과 교사와 이 사회의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어제 개인적으로 학교폭력을 상담해준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내가 해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그학생이 고민하는 학교폭력문제의 해답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폭력의 문제도 결국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와 적용과정에 대한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공부를 하고 안하고는 그 학생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공부의 중요성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다.
공부를 안해도 되는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는 개인주의시대에 어떻게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더욱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