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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SimplyRed
read 126 vote 0 2024.10.31 (17:40:29)

장례식을 3일동안 진행했다. 장례식하면서 겪은 한국의 공기를 부족한 글솜씨나마 남겨두고자 한다. 한국이 이렇게 얼기설기 이뤄왔던 사회의 어떤 약점을 기록한다고인에 대한 추모 및 감정은 개인적으로 추스를 일이고, 단지 이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느낀 바를 기록하고자 함이다. 


조선의 가문과 화폐부족, 경조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현재의 장례와 결혼 등의 부조금 문화는 예전 화폐가 없고 부족했던 조선시대의 습속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본다. 숙종 때 상평통보(1678)가 제작, 유통되었다고는 하지만, 구리 광산이 부족해서 상용화가 어려웠다고 한다. 


조선시대까지도 지금은 당연한 '개인의 영역'이 적거나 없었고, '가문'의 소속 아래에서 화폐가 없는 한계를 극복하며 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며 살아 왔다. 세종대왕 때의 명재상 황희마저도 집안문제에 객관적일 수 없을 정도로 이 '가문 네트워크'는 은근히 큰 힘을 가졌다그 보이지 않는 선이 당시에는 어쩔 수 없기도 한 집단을 이루는 방법이었으며, 나름의 장점도 있었지만 현대와 맞지 않는 폐단까지도 있게 한 하나의 축이 되었다.  


친족 중 누가 잘나가냐?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친족 중 누가 잘 나가고 있느냐를 조문객의 수와 부의금 액수로 보고자 하는 시선이 있다. 물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슬픔을 나누고자 방문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고,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선의마저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게 여기에서만 그치고 끝날 일이면 좋은데, 친족들의 어떤 봉건적인(?) 시선과 겹쳐 조문객을 많이 방문시키지 못한 이들에게는 압박이 되고, 실제로 여파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실의 권력이 생동하고 있는 문제다. 있는 걸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건데, 교양이 있으면 대놓고 티내면 안된다고 본다. 소수의 친구와 교류를 이어가는 스타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것은 누군가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은 폭력인 것이다. 소수의 친구들만 방문해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다.


 친족들은 지금 현재 잘나가는 자식들은 자랑하고, 지금 현재 못나간다고 말하는 자식들은 원래는 똑똑한데,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자식들을 추켜세우거나 기죽인다. 이러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위의 압박은 증폭된다. 증폭된 압박은 이 경조사의 고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평소엔 잘들 지낼텐데 이 공간에서는 눈빛만으로도 그 사촌이 친족사이에서 어떤 평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환경이 좋으면 이 친족의 시선은 상쇄되지만, 환경이 나쁘면 이 분위기가 가속된다. 다들 대학나와서 이러기냐? 


아직 남아 있는 '가문 네트워크'식 친족 평판 구조가 사회의 한 모습이 되고, 개인은 회사같은 소속된 조직에 밉보이지 않으려 하게 된다. 조직의 테두리 안에서 조직에 비판을 가하지 못하게 된다. 고인물이 된다. 사실 이게 사회적 문제에도 본질적 요인인지는 몰라도 은근히 큰 요인인 것 같다. 변호사, 검사, 의사 등 경조사 게시판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조직이 잘못된 행보를 했을 때도 양심은 커녕,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버린다. 다들 겉으로 보기에는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같아 보이는 데도 말이다. 나치 독일의 아이히만도 좋은 아빠, 남편이었다. 개인주의적 삶의 형태가 강화될수록 조직의 배척은 더 큰 공포가 될 수 있다.  


효와 슬픔을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하는가?


 추모와 애도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 공감받으려 하고, 채점자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이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다. 만약 형제끼리 누군가 10만큼 슬픔을 표현한다면, "받고 난 10만큼 더"라고 하게 되는 이 과잉된 플러스식 사고방식은 다른 사람에게 그만큼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불효자 소리 안들으려면 다들 이 슬픔 인플레이션에 빠져 허우적댈 수 밖에 없게 된다단식투쟁도 마찬가지인 게 누군가가 100일을 단식한 후, 사회에 단식투쟁이 사라진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3일장도 과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어져 온 사회의 어떤 흐름을 그나마 존중해서 하는 것이지, 분명히 현대의 모습과 맞지 않다. 개인주의적 삶이 보편화된 요즘에 집단의 위세를 과시하는 경조사의 모습은 충돌한다. 또 예전과 다르게 화폐와 금융제도가 발달해있다. 


이 과잉 플러스식 사고방식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상조업체와 장례식장이다. 여러 먼 길을 찾아준 조문객들의 에너지를 장례식장이 흡수한다. 또 이미 돌아가신 이의 매장 방식에도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몇백, 몇천만원을 들여서 고인이 그것을 알아준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기서 이러한 의견을 제시하는 즉, 불효자란 프레임이 씌워진다. 업체에서도 이 점을 잘 알고 다 공식세워놨다.

 


과잉신파 이제 그만하자. 과잉된 플러스식 신파는 계속 눈덩이가 불어나 결국 사회의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적당히 좀 하자. 돈 많이 들인다고, 그게 반드시 효심의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자는 '예법'을 강조하는 이들에게 ''한 것이 먼저라고 했다. 공자도 춘추전국시대에 부모자식도 없이 서로 잡아먹는 시대에서 사람들을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려고 '', ''를 지키라고 한 것 같은데, 예법에만 매몰돼 생각도 못했던 평판공격이 시작되는 걸 보고 조금 당황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남들 눈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눈치보지 말자. 세상이 어떻든 내 의사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내 것이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말고, 자연과 세계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내 의사결정권을 믿고 존중하자. 진짜 인문학에 소홀하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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