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동시에 작동하지만 외부에서 관측자가 돋보기를 들이대면 구조의 프리즘을 거쳐 순서적으로 나타난다. 기승전결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결이 있다. 문명사의 기승전결이 있다. 문명은 지금 질, 입자, 힘, 운동, 량 중에서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대한민국의 결도 있다. 근대사의 결도 있고 민주화 역사의 결도 있다. 커다른 기승전결 안에 작은 여러 기승전결이 중첩되어 있다. 이 사이클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 대박이 나고, 뒤엉키면 잘 나가다가도 삼천포로 빠진다.(삼천포 비하? 그쪽동네 신경안씀.) 사이클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려면 내부에 자신의 기승전결을 갖추어야 한다.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이유는 사무라이 계급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선비계급이 있었으나 약했다. 일본 사무라이는 상당부분 막부에 대항하는 독립적 존재였지만 조선의 선비는 과거제도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막부에 충성하는 사무라이는 일본 근대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중국은?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으므로 중간계급이 없었다. 일부 있다 해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일본 사무라이는 막부의 대체재를 덴노에서 찾았지만 중국에는 청조를 대체할 대체재가 없었다. 일본은 메이지 정변 직후에 세이난 전쟁으로 사무라이들을 토벌했는데 이 내전의 의미는 근대화 촉발의 주역인 하층 사무라이들을 제거한데 있다. 그들은 칼을 버리고 평민이 되어야 했다. 훈련된 사무라이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농민이 싸움면? 당연히 다년간의 ‘점수’로 단련된 사무라이의 승리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돈오’한 농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돈오가 옳았다. 사무라이들의 정신력은 완전 허상임이 입증된 것이다. 당시 반란을 일으킨 사무라이군과 관군인 농민군의 무기는 대등했고 숫자는 농민군이 많지만 초기에는 선공을 한 사무라이가 많았다. 결과는 사무라이의 연전연패. 그런데 잼있는 것은 일본은 거꾸로 이 전쟁에 충격을 받아 ‘열세에도 불구하고 무려 6개월을 버틴’ 사무라이의 정신력을 일본군의 주요전력으로 채택했다는거. 그 결과는 최악의 참사로 나타났다. 세이난 전쟁 중 일부 전투에서 수세에 몰린 사무라이들이 일본도를 뽑아들고 ‘라스트 사무라이’식 발검돌격을 했는데, 그것이 몇몇 전투에서 성과를 냈다. 신식무기에 구식무기로 맞서는 라스트 사무라이는 엉터리고 실제로는 대등한 무기로 싸웠으나 사무라이들이 의외로 강력한 농민군의 저항에 직면하여 기선제압 및 대세장악에 실패한 거. 반란을 일으킨 싸쓰마는 일본 근대화의 전초기지였다. 무기공장이 있어서 좋은 무기가 많았던데다 사무라이의 정신력을 더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착각한 일본군은 이 사건에 자극을 받아 근대식 무기의 물량공세(미군의 전술)보다는 봉건적 정신교육을 강조했고 그것이 2차대전의 참사로 결과하였다. 비슷한 오류는 많다. 메메드 2세가 우르반의 대포로 난공불락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후 그 자랑스런 대포를 버리고 동양식 활로 무장한 채 레판토 해전을 벌였다가 참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혹은 명성이 천하에 자자했던 폴란드 창기병의 독일 전차를 향한 무모한 돌격도 비슷하다. 구식무기와 신식무기가 겨루면 구식무기가 이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감동을 받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신식무기만 믿다가 참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신무기를 개발해놓고 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군이 신무기였던 기관총 미트레이외즈를 제식편성에 실패하여 써먹지 못한 것이 그렇다. 항상 그런 식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대포를 버리고 구식무기인 활로 되돌아갔을 때 베네치아군은 반대로 오스만 투르크의 대포를 발전시켜 레판토 해전에서의 승리를 얻어냈던 것이다.
2차대전에서 일본군의 패전은 세이난 전쟁에서 사무라이의 발검공격의 부분적 성공과, 러일전쟁때 구식무기로 러시아의 신식무기를 이긴 경험이 너무나 강렬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일본군 3만명이 기관총밥이 되는 등 러일전쟁은 일본군의 전술적 패배였다. 해전의 성공과 러시아군의 보급실패 덕을 본 것이다. 질 싸움을 억지로 이기면 나중에 재앙이 일어난다. 이번 대선도 그렇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제식무기의 편성이 아니었다. 우리의 장점은 노무현 정신이며 그것은 IT세력의 역동성이다. 그러나 실제 대선에서 우리의 역동성은 강조되지 않았다. 대선은 경제민주화로 새누리당이 선점한 복지논쟁으로 갔고 이는 말려든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미트레이외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포병대에 배속시켰다가 보불전쟁에 패한 것과 같다. 노무현이 가졌던 촉이 문재인에게는 없었다. 우리의 장점인 역동성을 살리는 과감한 경제공약을 던졌어야 했다.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반대로 북한을 끌고가는 과감한 공약을 했어야 했다. 안철수가 발목잡기 신공을 펼친 때문도 있다. 엉뚱한 새정치 타령으로 우리편의 공격무기 사용을 금지시켜 버린 것이다. 그걸로 대선은 끝나버렸다. 이는 정신나간 정치초보의 뻘짓이었다. 문재인도 정치초보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왜 우리가 졌는가? 본질은 아줌마의 동병상련을 자극하는 박근혜의 괴력 때문이지만, 전투경험 없는 문재인, 안철수의 총 놔두고 칼 빼들기 때문도 있다. 기본적인 제식무기 편성이 잘못된 것이다. 강점을 숨기고 약점을 드러내는 머저리 전술이었다. 새누리당 선거전략도 머저리였는데 머저리 전략과 머저리 전략의 대결에서 사이비종교가 이겼다. 오바마는 공학을 익힌 정치기술자를 투입하여 이겼는데 우리는 정치기술자가 활약한 흔적이 없다. 기술자를 무시하고 전쟁에 이긴 경우는 동서고금에 없다. 총 놔두고 활들면 못이긴다. 세이난 전쟁의 의미는 중간계급과 하층계급의 대결에서 하층민이 승리한 거다. 한국의 대선도 같다. 50대의 평균학력은 중2 이하다. 지식의 중간계급과 하층민의 대결에서 하층민이 이겼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하층민이 아니라 노층민이라는 거. 일본의 하층민은 중간층으로 올라갈 희망이 있었지만 한국의 노층민은 돌아가실 희망밖에 없다. 잘못된 승부에 잘못된 결과다. 사무라이들을 이끈 사이고 다카모리는 메이지 반정의 일등공신이었으나 정치게임에서 밀리자 낙향하여 제자를 기르는 한편 정한론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지리적인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사이고의 영지인 싸쓰마(가고시마)는 일본 최남단이면서 한반도와 가깝다. 사이고는 내부경쟁에서 패하자 한국이라는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과 비슷하다. ◎ 민주당 – 서쪽이면서 외부의 북한을 끌어들이려 한다. ◎ 사이고 – 서쪽이면서 외부의 조선을 끌어들이려 했다. ◎ 트로츠키 – 세계혁명론으로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려 했다. 어떤 개혁이 일어날 때 이러한 충돌은 필연적이다.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려 하는 쪽과, 내부에서 내실을 다지려는 쪽의 대결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외세를 끌어들이려 한 북부의 승리로 돌아갔고, 내부에서 우리끼리 놀자는 남부의 패배로 되었다. 만약 남부가 이겼다면 미국의 오늘은 없다. ◎ 미국 – 외연확대파가 승리하여 발전했다. ◎ 한국 – 내실다짐파가 승리하여 희망없다. 내부정돈이냐 외부확장이냐의 대결에서 내부정돈으로 큰 방향성의 결론이 나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로 간다. 프랑스는 내부에서 치고받고 하다가 나폴레옹에 의해 외부확장으로 갔는데 그 결과는 유럽전체에 이득이 되었다. 나폴레옹의 침략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유럽에서 흥한 나라들은 대개 이러한 경쟁에서 내부정돈보다는 외부확장으로 방향을 잡아서 재미를 보았다. 반대로 귀퉁이 나라들은 쇄국하다 망했다. 세이난 전쟁 30년 후 일본은 다시 외연확대로 방향을 잡고 조선을 침략하는데 그 30년은 아시아의 잃어버린 30년이 된다. 침략이라는 부분을 빼고 보면 조선이나 중국이나 좋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상호작용을 중단하면 결과는 대개 좋지 않다. 비스마르크도 외부진출로 독일의 활로를 열었다. 물론 이런건 혁명이 아니라 전쟁이므로 다르게 봐야 하지만 어떤 개혁의 기운이 밀어닥칠 때는 혁명이든 전쟁이든 외부로 뻗어나갈 것인가 내부에서 주저앉을 것인가의 방향이 결정되며 대개 내부파가 승리하고 혁명은 조용히 가라앉게 된다. 결국 다시 외부로 진출하게 되는 경우는 외부에서 건드려서 그렇다. 프랑스 혁명도 외국의 간섭이 없었다면 조용하게 망해갔을 것이다. 외부에서 계속 건드리니까 나폴레옹으로 폭발한 거다. 일본도 가만 두었다면 내부에서 조용하게 몰락했을 것인데 서구의 제국주의가 계속 일본을 건드려서 일본이 마침내 조선침략으로 나선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건드리지 않고 가만 놔두면 조용하게 망한다. IMF로 집적거려서 김대중, 노무현의 황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북한 역시 건드리려면 확실하게 건드려줘야 하는데 6자회담이니 뭐니 하며 입질만 주다가 말았다. 김영삼때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려 했는데 그때 수교했다면 지금 북한은 미국과도 수교했을 것이다. 외부로 진출하자고 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내부에서 주저앉자고 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결은 결국 도쿠가와의 승리로 돌아갔고 그 결과로 일본은 200년간 쇄국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아시아의 동반침체로 결론이 났다. 트로츠키가 이겨서 세계혁명론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러시아가 박살이 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상호작용이 유지되어 지금 러시아는 국민소득 3만불은 되었을 것이다. 스탈린의 쇄국주의로 러시아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주로 전쟁을 예로 들었지만, 지금은 경제로 전쟁하는 시대이다. 뭐든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쪽이 이긴다. 유럽도 자기네끼리 전쟁하다가 발전한 것이다. 아시아는 전쟁을 안해서 망한 거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한국이 어떤 기회를 맞아 외부로 뻗어나갈 것인가 내부에서 자기네끼리 발목잡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였으며, 결론은 내부 치고받기로 결정본 것이며, 그러한 의미는 진보진영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거.
북한붕괴로 가든, 북미수교로 가든, 제 2의 IMF로 가든 외부에서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한국은 이걸로 끝난다. 30년 후에도 일본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는, GDP는 일본의 2/3 정도만 해도, 명박어법으로 ‘살기좋은 나라 된 것 자랑스럽다’며 만족해하는 그저 그런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결정적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정치-경제로는 당분간 어렵고 그렇다면 이제는 김구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인문-문화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
AcDc
以人爲先也
국내 버블 붕괴 북한 정권 붕괴는 필연적으로 일어나고야말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시기가 문제이겠지요.
대선 과정을 복기해보면 안철수의 새정치타령이 최대의 뻘짓이었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국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대선 과정을 복기해보면 안철수의 새정치타령이 최대의 뻘짓이었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국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동렬
세이난 전쟁에서 사무라이들이
전술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무려 6개월동안 버틴 것은
반란군의 정신적 구심점인 사이고 다카모리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와서
일본은 이후 덴노를 대원수인지 뭔지 하여간 왜군 총사령관으로 해서
일본군대의 구심점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건 전술적으로 먹혔소.
군대에는 반드시 확실한 구심점이 있어야 하오.
박근혜는 꼴통의 구심점 노릇을 했는데
문재인은 민주당과 안철수의 악랄한 흔들기 때문에 구심점 노릇을 못했소.
자기편 우두머리를 '빙신'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정신병자 새끼들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 있다는건 큰 유감이오.
안철수 이 반란군 새뀌는 때려죽여야 하고.
솔숲길
옐친이 미국 기술자 세 명을 불러 와서 이겼다던데 담엔 기술자 씁시다.
참 아쉽소.
아란도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맞춤식 선거운동을 했다는데...이것이 가능한 것은 IT 때문이었던듯.
근데 저렇게 하면 너무 사생활 노출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정당에서 국민들 자료를 설마 팔아먹진 않겠지 ... 했네요.얼마전에 새누리는 누출이 있었지만...
한국을 보니 유권자 맞춤식으로 간다해도.. 선거명부도 제대로 안보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주위사람이나 자기주변 사람들 분위기에 쓸려가는 판국이라..아직은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근데 저렇게 하면 너무 사생활 노출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정당에서 국민들 자료를 설마 팔아먹진 않겠지 ... 했네요.얼마전에 새누리는 누출이 있었지만...
한국을 보니 유권자 맞춤식으로 간다해도.. 선거명부도 제대로 안보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주위사람이나 자기주변 사람들 분위기에 쓸려가는 판국이라..아직은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까먹음
한 걸음 더뎌도
그리 늦지 않습니다
사막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는 동안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입니다
한국이 내부적으로 답이 없다는건 지난 대선에서 나왔고
미국의 패권전략과 국내 버블 붕괴만이 유일한 대안이 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