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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70 vote 0 2021.05.31 (13:15:01)

    예전에는 부족민이 먹을게 없어서 사람을 먹었다고 믿었다. 남미 정글에 단백질이 부족했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남미대륙에도 칠면조와 토끼와 들쥐가 있었다. 물고기도 많이 잡았다. 개도 먹었다. 인도인들은 채식만 하고도 잘 산다.


    일본인들도 원래는 육식을 하지 않았다. 물고기는 먹었지만. 부족민들은 굼벵이도 먹고 개구리도 먹는다.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이다. 먹을게 없어서 식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족민에게 물어보자. 사람을 먹는 이유는 부족의 위엄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다른 부족이 우리 부족을 얕잡아 보지 못하게 하려고. 남미와 태평양 섬지역의 식인관습이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는 광범위하게 먹었다. 중국도 일본도 식인을 했다. 대만 원주민의 식인도 유명하다. 식인족이 문명족에게 밀려서 식인관습이 사라진 것이다. 


    인디언이 사람을 먹는 이유는 상대방의 힘을 빼먹기 위한 것이다. 사람을 먹으면 그 사람의 힘이 내게로 옮겨온다는 것이다. 이런건 그냥 하는 소리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식인은 문자가 없는 시대에 부족을 결속하는 장치다. 글자가 식인을 퇴치한 거다.


    식인뿐 아니다. 각종 문신과 다양한 부족민의 신체변형이 식인과 관련이 있다. 글자가 없으면 사람을 건드리는데 먼저 몸을 건드리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마지막에는 죽인다. 그리고 먹는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는 것이다. 먹을 수 있으니까 먹는다.


    문자가 없고, 문명이 없고, 역사가 없는 나라들은 부족을 결속시킬 수단이 없다. 식인밖에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존재가 아니라 부재가 정답이다. 단백질의 플러스가 아니라 부족이 흩어지는 마이너스 사태를 차단하는 것이다. 


    문명인은 교육과 문화와 역사로 해결하지만, 부족민은 글자가 없고 무리를 결속시킬 다른 수단이 없다. 권력이 없다. 그래서 사람을 먹는다. 위하여와 의하여의 차이다. 단백질을 위하여가 아니라 부족을 결속하는 수단이 되는 권력제도의 부재에 의하여다. 


    사람을 먹는 것은 마이너스다. 부족민들도 마이너스를 구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집단은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 그런데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다. 누군가를 죽이면 권력이 보인다. 기세가 보인다. 플러스알파가 보인다. 공세종말점이 보인다.


    집단이 가는 방향성이 보인다. 그럴 때 눈덩이는 비탈을 구른다. 가속도로 인해 결속된다. 심청을 인당수에 던져라. 노무현을 죽여라. 박원순을 죽여라. 노회찬을 죽여라. 의대생 친구를 모함하여라. 흑인을 목매달아라. 유태인을 죽여라. 드레퓌스를 죽여라. 


    생사람을 잡아라. 억울한 죽음일수록 효험이 있다. 중권들이 광기에 찬 집단 히스테리를 보이는 이유다. 권력은 대칭에 의해 작동한다. 사람을 죽이면 대칭이 만들어진다. 사람을 그냥 죽이면 싱겁다. 그래서 먹는다. 대결구도를 만들고 이기려는 것이다.


    열심히 사람을 먹은 부족이 정글에서는 이겼다. 루쉰의 광인일기가 식인을 거론하는 이유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권력의 실종사태를 느낄 때 그들은 본능적으로 식인을 저지른다. 사라진 권력을 호출하려는 심리다. 역사에 학살의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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