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해요...
극단적으로 성격이 다른 저의 부모 두분께서 중매로 만나 촉박한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을 하신 뒤 좁은 공간에 강한 에너지를 투입해 낳은 존재가 바로 저처럼
맛이 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제 삶자체가 병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얘길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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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를 생각하면 사르트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카뮈.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촌뜨기.
어릴 때 아버지가 전쟁에서 전사한 그렇고 그런 집안 출신.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지방대학인 알제리대학 학부 출신의 가난한 독학자.
프랑스 사회의 비주류.
그가 갑자기 유명해져 본토 지식인 주류 사회에 편입되었다.
그는 잘 생겼고, 재치 있고 유머 감각이 뛰어 났으며,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사르트르.
프랑스 본토에서 자란 알짜 프랑스인.
슈바이쳐 가문의 후손이자 문화를 물려받은 귀족의 후손.
파리 고등사범 출신의 엘리트.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주류 중에 주류.
그는 젊은 나이에 이미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사팔뜨기인데다, 독선적이었고, 여자들에게 능숙하지도 못했다.
주류가 보기에 카뮈의 철학은 사르트르를 따라 갈 수 없었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사르트르의 문학은 카뮈를 따라 갈 수 없었다.
카뮈는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읽다가
사르트르 특유의 종 잡을 수 없는 글에 책을 덮고 입을 닫았다.
사르트르는 카뮈의 <반항인>을 읽고,
카뮈의 글이 철학적 무능력과 횡설수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안에 있었고,
카뮈는 그 실존주의가 끝나는 지점에 서 있었다.
카뮈는 소비에트 파쇼 공산정권에 공감할 수 없었고,
사르트르는 공산 정권의 폭력성을 한 때 옹호했었다.
두 사람 모두 무신론자인 것을 빼놓고 둘은 많이 달랐다.
다른 사람 둘이 친구가 되었다가 갈라 섰다.
사르트르는 한 때 카뮈를 경의와 동지애,
우정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미래의 프랑스 문학의 주요 특징들을 보는 것은
바로 카뮈의 어둡고도 순수한 작품에서이다.
... 이 호감 가는 알제리 출신의 장난꾸러기..." (***)
나는 알베르 카뮈가 좋다.
나는 그의 "부조리 철학"과 긴장이 흐르는 그의 문장을 좋아하고,
그가 주류 사회에서 배척받은 것을 좋아하며,
그가 쏟아내는 격한 감정 표현과 차분히 써내려가는 우아한 글줄기를 좋아 한다.
내가 더욱 좋아하는 것은
사르트르에게 버림을 받고 비주류로서의 그가 남 몰래 품어 울었을 고독과 아픔이다.
주류의 난삽한 철학서, 거기에 무어 사유할만한 게 있던가?
주류의 잡다한 잡탕배기 문학서, 거기에 무어 읽어 줄만한 게 있던가?
주류 자기네들도 다 자기가 쓰는 글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쓴 것 아닌가.
그렇지만, 알베르 카뮈.
당신은 <이방인>과 <페스트> 그리고 <반항인>에서
얼렁뱅이 주류들에게 모름지기 문학은, 철학은 이런 것이다라는 걸 일깨워주었다.
그들이야 알아 먹든 말든.
15門은 길옆님의 댓글을 읽다가
길옆님 특유의 종 잡을 수 없는 댓글에 서둘러 이불을 덮고 입을 닫았다.
병신같은 맛이라서 죄송합니다. ㅎ
아닙니다. 도리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복불복?
애초에 결정되었다?
앞에 가는 넘이 대장아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