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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92 vote 0 2012.12.08 (00:38:08)

 

    손가락과 달

 

    깨달음은 무엇을 깨닫는가? 완전성을 깨닫는다. 완전한 것은 관계다. 관계는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분명한 하나의 실체다.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바로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려면 말이다.

 

    무엇이 완전한가? 기제의 피라밋? 사람을 위압한다. 미인대회 우승자? 야생에서 연약하다. 가정의 행복? 상실 앞에 부서진다. 그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완전하지 않다.

 

    무엇이 완전한가? 관계가 완전하다. 너도 불완전하고 나도 불완전하나 너와 나의 만남은 완전할 수 있다. 범종이 당목을 만나 제 소리를 낼 때 완전하다. 스트라디바리가 연주자를 만나 명곡을 연주할 때 완전하다.

 

    그것은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호작용의 관계다. 그래서 사람들은 깨달음을 어려워 한다. 그러나 볼 수 있다. 물론 만질 수도 있다.

 

    돈이란 무엇인가? 관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돈이 신용이고 신용이 관계임을 알아챌 수 있다. 지갑 속의 은행권? 그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돈을 표시한 종이에 불과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관계다. 사람은 70퍼센트가 물이고 나머지는 잡다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 덩어리를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인가? 생명이다. 생명은 무엇인가? 관계다.

 

    국가란 무엇인가? 관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관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결국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다. 모든 만져지는 것은 공(空)하다. 관계다. 관계는 색(色)으로 나타난다.

 

    세상의 그 무엇도 완전하지 않다. 너도 완전하지 않고 나도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것의 만남은 때로 완전하다. 북과 북채가 만나서 소리를 낸다. 그 순간에 그 만남이 완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만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관계이며 관계는 본래 공(空)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질 수 있다. 그 북과 북채는 음악상자(orgel) 안에 가두어져 있기 때문이다.

 

    깨달아야 할 것은 완전성, 완전성은 관계, 관계는 만남이다. 그것은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무지개처럼, 신기루처럼 찰나에 완성되고 다시 흩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작곡가는 그것을 눈에 보이도록 연출해 낸다. 악보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인터넷은 관계다. 컴퓨터는 관계다. 사실은 모든 것이 관계다.

 

    관계가 반복되면 형식을 얻는다. 북과 북채의 만남이 반복되면 오르골을 얻는다. 돈은 본래 ‘시장이 미래를 통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관계이나 그것이 반복되므로 형식을 부여하니 때로는 지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통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증권이 되기도 한다.


2.JPG


    오르골은 국카스텐과 같다. 국카스텐은 요지경이다. 오르골은 음악을 보여주는데 요지경은 그림을 보여준다. 신선이 사는 곤륜산의 연못 요지를 보여준다고 해서 요지경이다.

 

    관계가 일회성으로 끝날 때 추상성을 띠지만 반복될 때 국카스텐처럼 구체성을 나타낸다. 세상 모든 것이 공(空)한 관계이며 단지 그것이 반복되기 때문에 만질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장마라고 한다. 그것은 만남이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 만난다. 그것이 무려 한달동안이나 유지되므로 우리는 그것이 존재하여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어떤 관계가 반복되며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것은 만져지는 것이나 만져지지 않는 것이나 모두 관계다. 관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관계는 반복시키는 방법으로 가둘 수 있다. 형식을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이 구조론의 결인 질 입자 힘 운동 량 중에서 질이다. 질은 입자들 사이의 관계이며 그것은 만져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로 만져진다. 우리가 악보 안의 음표요 오르골 안의 인형이며 국카스텐 안의 신선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

 

   

345678.jpg

 

    두 가지를 깨달아야 하오. 첫째 세상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역설적이며 변화무상한 관계로 존재한다는 사실, 둘째 그것이 반복될 때 절대적이고 일원론적인 진리의 실체로 존재한다는 사실. 한번 뒤집으면 관계의 상대성이 보이고 두 번 뒤집으면 관계의 절대성이 보입니다. 한번 뒤집으면 변덕쟁이고 두 번 뒤집으면 캐릭터입니다. 

 

http://gujoron.com/xe/?mid=Moon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08 (13:44:34)

인간이란 물질적인 존재 자체도 관계라 말할 수 있겠네요. 만남의 시간이 좀 긴 관계.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08 (14:19:56)

그렇소.

일회적인 관계냐 반복적인 관계냐

통제할 수 있느냐 통제할 수 없느냐의 차이 뿐이오.

관계는 그 차원에서 통제할 수 없지만 한 단계 위로 올라가면 통제할 수 있소.

승객은 자동차를 통제할 수 없지만 운전기사는 통제할 수 있소.

승객의 마음이냐 운전기사의 마음이냐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08 (14:24:11)

한 차원 위로 올라간다는 말은 질의 세팅이 한단계 올라간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08 (14:50:50)

'질의 세팅이 한단계 올라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사건이 개인차원이냐 가족차원이냐 국가차원이냐 인류차원이냐로 단계가 있듯이

개인의 분쟁이냐 국가의 전쟁이냐

사적인 일이냐 공적인 일이냐

상호작용의 단위를 말하는 것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08 (15:03:29)

구조위의 또 다른 구조(한 단계 높은)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08 (20:27:21)

999.JPG

 

구조 위의 구조가 1층 위의 2층은 아니오.

중학교 위에 고등학교가 있지만 고등학교는 중학교를 포함하지 않소.

 

초 위에 분있고 분위에 시 있고 시 위에 일있고 일 위에 월있고 월 위에 년 있소.

그런데 분은 초를 포함하고 있소.

 

초가 끝나야 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오.

초가 작동할 때 분도 시도 일도 년도 세기도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오.

 

이런 모형을 머리 속에 세팅하지 않으면 안 되오.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09 (02:08:2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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